경총 "작년 최저임금 미만율 15.6%"..학계 "부풀려졌다"

박준용 2021. 6. 28.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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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환산 금액 시간당 임금 계산
경총 "소상공인 지급 여력 부족"
문영만 연구위원 "과다 집계" 주장
시급제 따로 떼내 분석땐 8%로 '뚝'
24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5차 전원회의에서 참석한 노사 위원들이 박준식 위원장의 발언을 듣고 있다. 노동계는 이날 2022년 적용 최저임금 최초요구안으로 1만800원을 제시했고 경영계는 이에 대해 유감을 표시했다. 연합뉴스

전체 임금 노동자 가운데 법정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노동자 비율을 뜻하는 ‘최저임금 미만율’ 통계가 과대 집계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경영계는 내년도 최저임금을 논의하면서 최근 높아진 최저임금 미만율을 근거로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인해 소상공인의 지급 여력이 부족하다”고 주장해왔다.

이런 내용은 27일 <한겨레>가 입수한 문영만 부경대 경제사회연구소 연구위원(경제학 박사)의 ‘증거기반 최저임금제의 오해와 진실’ 보고서에 담겼다. 보고서를 보면, 최저임금 미만율은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부가조사 근로형태별부가조사’(경활 부가조사)와 고용노동부의 ‘고용형태별근로실태조사’를 기준으로 집계한다.

특히 경영계에서 주로 활용하는 통계는 통계청의 경활 부가조사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최저임금위원회 등이 이 자료를 기반으로 계산한 결과를 보면, 최저임금 미만율은 2017년 13.3%에서 2018년 15.5%로 올랐고, 2019년에는 16.5%로 상승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15.6%으로 하락했다. 경영계는 이를 두고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정책에 따라 최저임금 미만율이 크게 증가했고, 이는 소상공인의 지급 여력이 부족해진 정황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반면 노동부의 고용형태별근로실태조사를 기반으로 하면, 이번 정부 들어 최저임금 미만율은 오히려 낮아지는 것으로 나온다.

문 박사는 통계청의 경활 부가조사를 기반으로 최저임금 미만율을 계산하면, 시간제와 전일제 노동자의 구분을 두지 않아 과대 집계된 왜곡이 발생한다고 분석했다. 최저임금 미만 여부는 한 노동자의 월평균 임금을 월평균 노동시간으로 나눠 계산한 시간당 임금을 최저임금과 견주어 계산한다. 이 과정에서 시간제 노동자의 월평균 노동시간 추정에 문제가 생긴다는 게 문 박사의 분석이다. 현재는 시간제이든 전일제이든, 월평균 노동시간은 해당 노동자가 답한 주당 노동시간에 약 4.3(365일÷12개월÷7일)을 곱해서 계산하고 있다. 하지만 시간제 노동자는 한달 내내 일하는 것이 아니기에, 월평균 노동시간이 과대 추정될 여지가 생긴다. 가령 1주에 40시간을 일하지만, 한달에 2주만 일하는 노동자의 경우 시간당 임금 계산에 왜곡이 생길 수 있다. 월급(분자)은 한달치로 계산되는데, 월 노동시간(분모)은 80시간이 아니라 172시간(40시간x4.3)으로 계산돼 시간당 임금이 실제로 받는 임금보다 줄어들 게 되는 것이다.

문 박사는 기존 방식으로 최저임금 미만율을 계산할 경우, 시간제 일자리의 최저임금 미만율이 과도하게 높은 점이 이런 왜곡을 뒷받침한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시간제 노동자의 최저임금 미만율은 경활 부가조사 기준 46.7%에 달했다. 하지만 문 박사는 “시간제 일자리 절반 정도가 최저임금법을 위반하고 있다는 것인데, 이는 대단히 비현실적”이라면서 “편의점 아르바이트 등 시간제 노동의 경우 본인 시급과 최저임금을 정확하게 알고 있기 때문에 최저임금제를 위반할 가능성은 적다. 오히려 포괄임금을 받는 전일제 노동에서 시간당 임금이 최저임금보다 적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사용자들이 최저임금 인상에 ‘노동시간 쪼개기’로 대응하면서 초단시간 노동이 늘어나고 있는 점도 통계적 왜곡을 개선해야 할 필요성을 보여준다. 지난해 1월 한국노동사회연구소가 낸 ‘2018~2019년 최저임금 인상이 임금불평등 축소에 미친 영향 보고서’(김유선)를 보면, 임금 하위 10% 노동자들 가운데 주 15시간 미만 초단시간 노동자가 2017년 31.4%에서 2018년 33.7%, 2019년 41.9%로 늘었다. 2018년(16.4%)과 2019년(10.9%) 최저임금이 인상되면서 사업주들이 주 15시간 미만 노동자에게는 주휴수당을 지급하지 않아도 되는 근로기준법 규정을 악용해 ‘노동시간 쪼개기’로 대응한 영향이다.

이 때문에 문 박사는 통계적 왜곡을 바로잡기 위해 시간제 일자리에는 새로운 계산방식을 적용하자고 제안했다. 경활 부가조사 설문에 ‘귀하에게 적용되고 있는 임금 형태가 시급제일 경우 시간당 임금 또는 보수는 얼마입니까’라는 문항이 있는데, 이 문항의 답변대로 시간제 노동자의 최저임금 미만 여부를 계산해보자는 것이다. 문 박사가 이 방식을 적용해 통계를 냈더니, 전체 노동자의 최저임금 미만율은 2017년 8%, 2018년 10%, 2019년 9.3%, 지난해 8.4%로 나타났다. 경활 부가조사를 기반으로 한 최저임금 미만율보다 하락한 수치다. 또 기존 계산법으로 역대 최고 최저임금 미만율을 기록한 2019년에는 오히려 전년에 견줘 하락한 수치(10%→9.3%)가 계산되기도 했다.

다른 전문가들 또한 경활 부가조사 기반 최저임금 미만율에 통계적 허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는 “기존 경활 부가조사가 월 환산 금액으로 시간당 임금을 계산하다 보니 이런 문제가 생긴 것 같다”며 “통계적 착각을 일으킬 수 있다. 개선이 필요한 지점”이라고 말했다.

다만 새로운 계산방식이 현실을 더 정확하게 반영하는지를 두고는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정아 한국고용정보원 부연구위원은 “경활 부가조사에서 시간제 일자리의 임금 수준을 추정한 것과 관련한 문 박사의 지적은 일리가 있다”면서도 “다만 현재 정부가 발표하는 시간당 임금 수준의 계산에는 주휴수당을 고려하지 않기 때문에 문 박사가 제안한 새로운 계산방식을 적용하더라도 시간당 임금 수준은 과대 추정되어서 최저임금 미만율은 현실보다 더 높을 수 있다”고 짚었다.

박준용 기자 juney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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