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통령 아들이 '세계적 예술인'이라는 靑, 세계가 웃을 일

조선일보 2021. 6. 28. 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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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아들 문준용씨가 지난해 전시에서 자신의 그림자 작품을 시연하고 있다. 지원금 3000만원을 받아 제작한 것이다. /연합뉴스

청와대 이철희 정무수석은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인 미디어아트 작가 문준용씨에 대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예술인”이라고 했다. 문씨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지원 사업에서 6900만원 지원금 대상자로 선정된 것을 자랑했다가 논란이 커지자 대통령의 참모가 나서서 노골적으로 옹호한 것이다.

문씨는 대학에서 시각·멀티미디어 디자인을 전공하고 미국 파슨스 디자인 스쿨을 졸업한 뒤 미디어 아티스트로 활동해 왔다. 졸업 작품을 스페인 바로셀로나 디자인박물관 등에 전시했고, 국제 미술상인 스타츠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문씨의 작가 활동은 대부분 국내에서 이뤄졌다. 광주비엔날레와 평창올림픽 미디어아트 전시회 등에 출품했고 현대캐피탈·LG·CJ·애경 등이 주최한 공모전에서 수상하기도 했다. 문씨를 두 차례 지원 대상자로 선정한 것은 정부 기관인 서울시와 문화예술위원회다. 국민 세금으로 작가 활동을 하고 경력을 쌓은 것이다. 이런 정도로 백남준 작가에게나 붙을 법한 ‘세계적 예술인’이란 칭호를 받는 건 말도 안 된다. 세계 예술계가 들었다면 코웃음을 쳤을 것이다.

문씨는 언론 인터뷰에서 “정치인들의 공격은 완전히 실패했고 오히려 작가로서 내 실력을 부각하는 결과만 낳고 있다”며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실력’이라고 또 자랑했다. 문학 예술 부문에서 ‘국제적으로 인정받는다'는 것은 자타가 공인하는 유력 해외 전람회에 초청받은 경력을 쌓고, 또 이미 세계적 명성을 얻고 있는 외국 작가와 동등한 반열에서 대접받으며, 그쪽 예술 분야의 으뜸 가는 상을 여러 차례 받고, 평론가들이 이구동성으로 인정하는 수준에 올라야 한다. 그때 비로소 ‘세계적'이라는 형용사를 붙일 수 있는 것이다. 그것도 차마 자신의 입으로 먼저 하면 낯 뜨겁고 민망한 말이다.

청와대의 태도는 더 문제다. 문씨가 정부 지원 대상에 선정되면 언제든 특혜 시비가 일 수 있다는 걸 알았을 것이다. 문씨의 지원 자체를 막지는 못하더라도 공정성 논란이 없도록 점검하고 문씨가 함부로 말하지 못하도록 조치를 했어야 했다. 그런데 단속은커녕 문씨를 역성들고 칭송까지 한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이랬다면 가만히 있었겠나. 문 정부의 대통령 가족 관리가 얼마나 엉망인지 이 하나만 봐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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