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고속철도 경쟁도입 4년, 그 효과는?

서광석 | 전 한국교통대 교수 2021. 6. 28.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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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독점시장은 소비자에게 피해를 준다. 독점기업도 결국 자생력을 잃고 쇠락하고 만다. 그래서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각국은 독점규제를 통해 기업 간 경쟁을 촉진하여 소비자를 보호하고 있다.

서광석 | 전 한국교통대 교수

우리나라 철도는 국영기업인 철도청에 의해 100년 넘게 독점 운영되다 보니 다른 교통수단에 밀려 수송분담률이 하락하고 부채가 누적되었다. 이에 정부는 2004년 철도를 시설(철도공단)과 운영(코레일)으로 분리하는 구조개혁을 단행했다. 그 결과, 철도시설 투자는 연평균 4배 이상(연평균 3조8000억원), 안전투자는 6.5배(1조7000억원) 증가되었다. 2016년 말 개통된 수서고속철도에 SR이 운영을 시작하면서 고속철도 경쟁체제가 도입되었다. SR은 개통 이후 열차 사고 발생 건수 0건으로 매우 높은 안전성을 보이고 있고, 정시운행률은 99.98%로 세계 최고 수준이며, KTX에 비해 저렴한 요금으로 운송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최근 일각에서는 코레일과 SR의 분리로 연간 559억원의 중복비용이 발생된다면서 통합을 주장하고 있다. 559억원의 중복비용 중 208억원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내역이 없어 그 수치를 그대로 인정하기 어렵지만, 코레일과 SR의 경쟁으로 소비자들이 중복비용보다 훨씬 큰 요금 절감 효과를 누리고 있다면 어떨까. SR이 운송서비스를 개시하면서 코레일이 폐지한 마일리지제도를 부활시켰는데, 이로 인해 소비자들은 연간 905억원의 교통비 절감 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되었다. 거기에 코레일보다 약 10% 저렴한 요금으로 SR 이용객이 절감한 요금이 연간 약 1106억원이라고 하니, 고속철도 이용객은 고속철도 분리운영으로 인한 중복비용의 5배에 달하는 혜택을 얻은 셈이다.

복수 운송사업자 간 경쟁으로 인한 이용객 편익은 중복비용보다 훨씬 크다. 그래서 도로분야는 수많은 고속버스 회사들, 화물 회사들이 경쟁하고 있고 항공분야도 저가항공사들을 포함한 여러 항공사들이 경쟁하고 있다. 해외의 경우 독일, 영국, 일본 등 철도선진국들은 철도분야에 경쟁체제를 일찌감치 도입했다. 독일은 9개 여객 회사와 390개 화물 회사, 영국은 16개 민간 여객 회사와 3개 화물 회사, 일본은 지역별 6개 여객 회사와 1개 화물 회사가 철도운송을 담당하고 있다.

철도산업의 발전 및 철도 이용객의 편의 증진을 위해서는 코레일과 SR 간 공정하고 완전한 경쟁이 이루어져야 한다. 관제, 유지보수, 역 및 차량기지 등 업무는 코레일로부터 국가(철도시설관리자)로 환원하여 코레일은 운송사업에만 전념하도록 해야 한다. 코레일과 SR만 있는 철도운송사업 과점시장에 제3, 제4의 운송사업자 진출도 허용하여 타 교통분야처럼 완전경쟁 시장을 만들고, 코레일과 수서고속철이 동일 노선에서 경쟁하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고속철 혼잡구간에 대한 선로용량을 늘려 고속철 수요를 확대해야 한다. 에너지 효율성, 친환경성, 정시성이 높은 철도는 교통체증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손실을 줄이고, ‘2050 탄소중립 정책’ 수행에도 막중한 역할이 기대된다. 철도산업이 이러한 시대적 소명에 부응하여 수송분담률 향상 및 부채 해소, 나아가 국민의 교통편의 증진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시설과 운영의 완전한 분리 및 복수 운송사업자 간 완전·공정한 경쟁을 실현해야 한다.

서광석 | 전 한국교통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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