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李대표에게 개츠비를 권함

권승준 기자 2021. 6. 28.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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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 대변인 공개오디션 관련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연합뉴스

이준석(36) 국민의힘 대표의 아버지는 1958년생이며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왔다. 통계청에 따르면 ’58년 개띠’는 100만명이 넘는다. 학력만 보면 이 대표의 아버지는 동 세대 상위 0.1%에 속한다. 대권 후보인 유승민 전 의원과 김부겸 국무총리가 고등학교·대학교 동창이다. 증권사에 들어가 서울 강남지점장·국제영업부장 등으로 일하다 퇴직 후엔 파산 기업을 청산하는 법정관리인 등으로 활동하며 최근까지 현업에 있었다.

이 대표는 초등학교 때 해외 발령 난 아버지를 따라 싱가포르와 인도네시아에서 2년가량 살았다. 귀국 후 서울 목동에 전입해 월촌중학교에 진학했다. 학군 좋은 목동에서도 학업성취도 평가 1~2위를 다투는 명문이다. 이후 서울과학고를 거쳐 국비 장학생으로 하버드대에 입학해 컴퓨터과학·경제학을 전공했다. 졸업 후 2007년 11월부터 2010년 9월까지 IT 회사 산업기능요원으로 대체 복무했다. 이 대표는 2018년 한 케이블 방송 토론 프로그램에서 군 복무 기간을 단축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대학생들에게 반대하며 “정신 차리라”고 면박을 줬다. 이때 몇몇 언론에서 그의 복무 전력을 꼬집기도 했다.

이 대표가 정치권에 입문하는 결정적 계기가 됐던 경력도 대체 복무 중에 쌓은 것이다. 2007년 이 대표는 서울과학고 동문 게시판에 “저소득층 아이들을 위한 봉사를 하자”는 취지로 글을 올리고 ‘배움을 나누는 사람들(배나사)’이란 교육봉사단체 결성을 주도했다. 산업기능요원으로 일하면서 꾸준히 배나사 대표교사로 저소득층 아이들을 가르쳤다. 그가 현역이었다면 배나사 활동을 장기간 이어가긴 어려웠을 것이다. 배나사가 알려지면서 장관 표창을 받고 청와대에 초청받아 이명박 전 대통령과 오찬도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1년 당시 26세였던 이 대표를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으로 파격 발탁한 것도 배나사 교육장을 방문한 직후였다. 이 때부터 이 대표는 사실상 정치인으로 살았다.

2016년 총선에 출마하면서 신고한 재산은 약 3억5000만원. 예금·보험이 8888만원, 주식이 2억6000만원 가량이었다. 정치인 생활 5년 만에 당시 기준으로 서울시내 20평대 아파트 한 채 값은 모았던 셈이다. 2020년엔 3억8000만원을 신고했다. 이 대표는 노력과 실력으로 ‘공정하게’ 경쟁하는 걸 중시한다. 정작 그의 삶에서 배경과 노력을 두부 자르듯 나누긴 힘들어 보인다. 기자는 이 대표의 이력을 돌아보며 소설 ‘위대한 개츠비’의 첫 대목이 떠올랐다. “지금보다 어리고 민감하던 시절 아버지가 충고를 한마디 했는데 아직도 그 말이 기억난다. ‘누군가를 비판하고 싶을 때는 이 점을 기억해두는 게 좋을 거다. 세상의 모든 사람이 다 너처럼 유리한 입장에 서 있지는 않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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