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왕, 올림픽 개최로 감염확산 우려".. 日궁내청 장관 발언 파문

도쿄=박형준 특파원 2021. 6. 28.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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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루히토(德仁·사진) 일왕이 일본 궁내청 장관을 통해 '도쿄 올림픽 개최에 따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우려된다'는 취지로 발언하자 후폭풍이 커지고 있다.

일본 왕실 업무를 담당하는 궁내청의 니시무라 야스히코(西村泰彦) 장관은 24일 기자회견에서 도쿄 올림픽에 대한 일왕의 인식과 관련해 "(일왕은) 지금의 코로나19 감염 상황을 매우 심려하고 계신다. 올림픽 개최가 감염 확산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염려하고 계신다고 배찰(拜察·아랫사람이 윗사람의 생각을 추측하는 것)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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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최 놓고 찬반 의견 나뉜 상황서 "헌법이 금지한 정치적 행위" 지적
대회 연기 주장해온 입헌민주당은 "발언 무게 받아들여야" 정부 공격
스가 "장관의 견해" 확대해석 경계
궁내청 간부도 "정치 무관" 선긋기
나루히토(德仁·사진) 일왕이 일본 궁내청 장관을 통해 ‘도쿄 올림픽 개최에 따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우려된다’는 취지로 발언하자 후폭풍이 커지고 있다. 일왕이 일본 사회에서 차지하는 존재감이 상당한 데다 헌법이 금지한 일왕의 정치적 행위로도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왕은 다음 달 23일 도쿄 올림픽 개회식에 참석해 개회를 선언한다.

일본 왕실 업무를 담당하는 궁내청의 니시무라 야스히코(西村泰彦) 장관은 24일 기자회견에서 도쿄 올림픽에 대한 일왕의 인식과 관련해 “(일왕은) 지금의 코로나19 감염 상황을 매우 심려하고 계신다. 올림픽 개최가 감염 확산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염려하고 계신다고 배찰(拜察·아랫사람이 윗사람의 생각을 추측하는 것)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쿄 올림픽을 1년 연기하기로 결정했던 지난해 3월 이후 나루히토 일왕은 올림픽에 대한 언급을 일절 하지 않았다. 그러다 갑자기 일왕의 올림픽 관련 발언이 나온 것에 대해 요미우리신문은 궁내청 간부를 인용해 “(일왕은) 개회식에서 개회를 선언하는 입장에 있지만, 한편으로는 올림픽 개최로 인한 감염 확산을 걱정하고, 코로나19로 고통 받는 사람에게도 마음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것”이라고 26일 분석했다.

하지만 정치권과 학계에서는 니시무라 장관의 발언을 제각각 해석하고 있다. 시이 가즈오(志位和夫) 공산당 위원장은 25일 “헌법에 일왕은 정치적으로 관여할 수 없도록 돼 있다. 그걸 확실히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올림픽 개최에 대한 의견이 찬반으로 나뉜 상태에서 일왕이 올림픽 개최에 부정적인 발언을 하며 정치적인 행위를 했다는 것이다. 요미우리신문도 “일본 헌법은 천황(일왕)의 정치적 행위를 금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니시무라 장관의 발언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올림픽 연기 또는 취소를 주장하는 제1야당 입헌민주당은 일왕의 발언을 계기로 올림픽 개최를 강행하는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정부를 공격하고 있다. 아즈미 준(安住淳) 입헌민주당 국회대책위원장은 “니시무라 장관의 개인 의견이라고 생각하는 국민은 아무도 없다. (정부는) 발언의 무게를 확실히 받아들여 대응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니시무라 장관이 경솔했다는 지적도 있다. 일왕 관련 저서를 출간한 역사전문가 스즈키 히로히토(鈴木洋仁) 도요대 연구조교는 27일 도쿄신문에 “궁내청이 간접화법으로 뭐든 이야기하고 있다. 장관의 입장을 넘어선 발언”이라고 질타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일본 정부는 진화에 나섰다. 스가 총리는 25일 기자들에게 “니시무라 장관이 본인의 견해를 말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밝히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궁내청 간부도 27일 도쿄신문 인터뷰에서 “올림픽에서 코로나19 감염이 어떻게 될지에 대한 불안은 국민과 폐하가 똑같다. 폐하의 발언은 정치와 관계없고, 올림픽 찬반을 밝힌 것도 아니다”라고 했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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