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의 얼굴'에 경배하라.. 파라오가 돌아왔다

정상혁 기자 2021. 6. 28.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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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탕카멘: 파라오의 비밀' 展
내년 4월까지 용산전쟁기념관
고대 이집트 제작 방식으로 재현된 투탕카멘 황금 마스크. 파라오의 위엄이 담긴 최고의 보물로 손꼽힌다. /디커뮤니케이션

“아름다운 얼굴이여, 인사드립니다.”

이집트 제18왕조 12대 왕, 미라가 된 투탕카멘의 얼굴은 찬란한 마스크에 덮여있었다. 3000년 전 어둠에서 출토된 무게 11㎏짜리 황금 용안. 소년 파라오의 이목구비로 각인된 이 ‘영원의 얼굴’ 뒷면에는 고대 이집트 ‘사자의 서(書)’에 나오는 주문이 적혀있었다. 신의 피부로 간주된 황금, 광휘에 둘러싸인 불멸의 눈동자가 서울을 응시한다.

투탕카멘 무덤 발굴 100주년을 맞아 ‘투탕카멘: 파라오의 비밀’ 전시가 용산 전쟁기념관 특별전시실에서 내년 4월까지 열린다. 이집트 정부 지원으로 저명 과학자·장인·무대예술가 등 전문가들이 당시 상태 그대로 재현한 유물 1300여점을 선보이는 자리다. 발굴 이후 각지로 분산된 사료(史料)를 한자리에 종합해, 발굴 순간과 여정을 따라가며 당대의 신비를 체험할 기회다. 이 전시는 과천·뉴욕·파리·뮌헨 등을 순회하며 전 세계 누적 관람객 1000만명을 기록했다.

지하 전시장으로 내려가는 계단이 관람객을 1922년 첫 발굴 당시의 놀라움으로 인도한다. 전시장 동선은 전실(前室)→현실(玄室)→보물의 방 등 실제 발굴 순서대로 연결돼있다. 모든 관람객에게 오디오 가이드를 제공해 교육 효과를 높였다. 가족 단위 관람객이 특히 많다. 두 자녀와 함께 방문한 고명주(39)씨는 “섬세하게 재현된 왕묘와 동선, 상세 설명 덕에 한 편의 영화 보듯 몰입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1922년 무덤 발굴 당시 투탕카멘의 두 번째 나무 관을 조사하고 있는 영국 고고학자 하워드 카터. 18세 파라오의 지문이 담겨 있던 황금 손가락·발가락 감싸개. 전시장 내‘보물의 방’에 조명이 들어와 부장품이 황금빛을 발할 때 관람객들은 일순 탄성을 터뜨리게 된다. 전쟁 장면 등이 묘사된‘사자 모양 뚜껑이 달린 연고 단지’. 이번 출품작을 위한 복제 작업은 복원 전문가 무스타파 엘에자비 박사 주도로 이집트 카이로 공방에서 진행됐다(위부터 시계 방향). /디커뮤니케이션·정상혁 기자

의례용 침대가 안치된 전실과 관이 모셔져 있던 현실을 거쳐, 보물의 방에서 ‘망자의 신' 아누비스를 만나게 된다. 자칼 머리의 아누비스 조각상 뒤편에 투탕카멘 몸에서 적출한 폐·위·간·대장이 담긴 단지 보관용 황금 상자 등이 놓여있다. 사당과 벽화의 길을 지나 본격 황금빛 향연이 시작된다. 특히 왕홀(王笏)을 쥔 채 누운 왕의 몸, 당시 110㎏ 순금으로 제작된 속관은 단연 걸작이다. 표면을 끌로 긁어 새긴 무늬와 상형문자, 장례 의식 때 제의용 향유로 손상된 눈 주변 상감(象嵌)까지 똑같이 재현했다. 황금 손가락과 발가락 감싸개, 발길이 299㎜의 황금 샌들, 발 받침대가 있는 황금 왕좌, 대형 황금 전차, 도금된 온갖 신상(神像)이 시각을 압도한다.

방해석(方解石)과 황금과 상아 등으로 제작된 ‘사자 모양 뚜껑이 달린 연고 단지’는 길게 늘어뜨린 사자 혓바닥 덕에 익살스레 느껴진다. 몸통에는 사막의 사냥 장면, 바닥에는 패배한 적들이 으스러지는 그림이 묘사돼있다. 모든 장면이 정복자로서 왕의 위용을 드러내지만, 흥미로운 이야기도 숨어있다. 전시장 내 여러 형상의 금박 인형 우샤브티는 ‘부름에 응하는 자’라는 뜻의 부장품인데, 사후 세계에서 투탕카멘의 노동을 대신하는 역할을 맡는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절대군주 역시 내세에서는 백성과 마찬가지로 농사일을 해야 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전시 후반부에 이르러 휘황한 황금 마스크를 만나게 된다. 소년왕 투탕카멘의 사인(死因)은 아직도 이견이 분분하다. 이곳이 여전히 비밀의 처소인 이유이며, 그의 죽음에 끊임없이 사람들이 다가서는 이유다. 개막 첫 주 관람객만 1만명에 육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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