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와 세상]사계절의 가수, 이문세
[경향신문]
계절이 바뀔 때, 해가 뜨고 질 때 생각나는 노래들이 있다. 세대 차이는 있겠지만 이문세의 노래는 봄부터 겨울까지, 새벽부터 밤까지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가히 ‘사계절의 가수’라 할 만하다.
“눈 덮힌 조그만 교회당/ 향긋한 오월의 꽃향기가/ 가슴 깊이 그리워지면/ 눈 내린 광화문 네 거리….’
노래 한 곡으로 봄과 겨울을 불러낸다. 하여, 서울 정동길에 가면 어김없이 떠오른다. 작곡가인 이영훈의 노래비가 그곳에 있는 까닭이다. “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 떠가는 듯 그대 모습/ 어느 찬비 흩날린 가을 오면/ 아침 찬바람에 지우지”는 또 어떤가. 이 노래 역시 봄과 가을을 지날 때마다 즐겨 부르는 노래다.
이문세의 거의 모든 노래들은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이영훈의 작품이다. 그는 피아노 한 대가 달랑 놓인 작업실에서 하루 커피 40잔, 담배 4갑을 피우면서 피를 토하듯 썼다. 생전에 만났던 이영훈은 과묵하고 진중한 사람이었다. 하루 24시간 오로지 노래만 생각했던 그는 작곡보다 작사가 훨씬 힘들다고 했다. 쉬우면서도 결코 가볍지 않은 그의 노랫말들은 그냥 쓰여진 것이 아니다.
“그 사람 나를 보아도/ 나는 그 사람을 몰라요”가 주는 쓸쓸함이나 “세월이 흘러가면/ 어디로 가는지/ 나는 아직 모르잖아요”에서 읽을 수 있는 철학적 깊이는 이영훈의 미덕이다. 어쩌면 그의 목숨과 바꾼 노래들로 살아남은 우리가 위로를 받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노을을 바라보며 ‘저 대답없는 노을만/ 붉게 타는데’를 만나고, ‘가을이 오면/ 눈부신 아침 햇살에 비친/ 그대의 미소가 아름다워요’를 떠올리면서 가을을 기다린다. 삐리삐리 우는 파랑새였다가 휘이히 휘파람을 부는 나그네였다가 어느새 조그만 교회당에 소리없이 내려 앉은 휜눈도 되는 이문세. 그는 분명 사계절의 가수다.
오광수 시인·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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