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점 오르고 내려갈 때 한결같이 풍성한 선율의 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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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서부터 '내가 협주곡 음반을 녹음한다면 라흐마니노프일 것'이라고 생각해왔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 9월에 녹음됐고, 코로나19 발생 후 처음 발매된 국내 연주가의 협주곡 음반이 됐다.
라흐마니노프의 협주곡들에서는 여러 연주자가 숨 가쁜 클라이맥스로 달려가면서 '올라갈 때 못 본 꽃'을 아쉬워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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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흐마니노프 협주곡 2, 3번 녹음
솔로 파트 모든 소리 정밀하게 들려
무신경하거나 감흥 덜한 부분 없어
피아니스트 조재혁(51)의 말이다. 그는 열세 살 때 라흐마니노프 협주곡 2번으로 첫 협주곡 무대를 가졌고, 3년 후엔 협주곡 3번으로 처음 출전한 콩쿠르에서 우승했다. “공연 하루 전에 연락을 받아도 연주할 수 있습니다.” 그에게는 뼈와 살에 새겨진 레퍼토리다.
그가 두 곡을 음반으로 내놓았다. 한스 그라프 지휘로 러시안 내셔널 오케스트라(RNO)가 협연했고 프랑스 에비당스 레이블로 발매됐다. 전 세계 발매에 석 달 남짓 앞서 이달 국내에 먼저 나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 9월에 녹음됐고, 코로나19 발생 후 처음 발매된 국내 연주가의 협주곡 음반이 됐다.
연주는 우선 정밀함으로 귀를 붙든다. 솔리스트의 주도에 악단이 깊은 공감을 보이며 호흡이 더없이 완벽하다. 솔로 파트의 모든 소리가 들리고 터치가 알알이 고르다.
이에 더해 풍요롭다. 라흐마니노프의 협주곡들에서는 여러 연주자가 숨 가쁜 클라이맥스로 달려가면서 ‘올라갈 때 못 본 꽃’을 아쉬워하게 만든다. 이 음반에서는 라흐마니노프 특유의 직선성과 풍성함이 서로를 희생하지 않고 만난다. 정점을 향해 올라갈 때도, 내려갈 때도 한결같이 풍성한 꽃들을 본다. 화음 연결의 묘미와 러시아 어딘가의 민요 향기가 섞여 있을 것 같은 선율미, 매끄러운 터치가 주는, 귀를 당기는 쾌감이 모두 살아있다. 무신경하게 지나치거나 감흥이 덜한 부분이 없다.
솔리스트와 악단, 녹음의 개성이 단단하게 서로 손잡은 점도 음반의 완성도에 큰 몫을 한다. 명지휘자 겸 피아니스트 미하일 플레트네프가 창단한 RNO는 러시아 전통보다는 현대적 정밀함이 두드러지는 합주로 어필해왔다. ‘러시아 악단’에서 연상되는 화난 듯한 고음 현이나 전체 합주를 뚫고 포효하는 금관은 상상할 필요 없다. 그 대신 잘 블렌딩된 음료 같은 달콤함이 있다.
조재혁은 11월 안토넬로 마나코르다가 지휘하는 영국 로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런던 카도간홀에서 이 두 협주곡을 협연할 예정이다.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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