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세상]여성 정치인에 쏟아지는 '논란 보도'

김수아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여성학협동과정 부교수 2021. 6. 2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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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여성이 정치의 장에 들어설 때, 종종 언론에 의해 전문성을 갖춘 정치인이 아닌 셀러브리티처럼 다루어지곤 한다. 여성 정치인의 능력이나 의제가 외모나 패션에 대한 언급에 밀려 사소하게 다루어지는 경향도 나타난다. 이러한 구태는 여전히 반복되는 중이다. 많은 여성 정치인들이 적극적인 의정 활동 및 정당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최근에는 청와대에도 여성 청년비서관이 발탁되어 활동을 시작했다. 하지만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기도 전에 발탁이 불공정하다면서 비서관의 학력과 외모, 경력을 폄하하는 일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조선일보의 경우 자사 SNS에 여성을 대상화하여 등급을 나누는 표현을 동원하여 비난하기도 했다. 기성 언론의 성차별적 인식이 자극과 주목을 추구하는 SNS의 문법과 만나면서 생기는 문제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례였다.

김수아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여성학협동과정 부교수

우리 언론은 청년 비서관 발탁 이후 ‘논란’ 기사를 앞다투어 쏟아내기만 하고 있다. 논란을 보도한다기보다는 발굴하여 제시하는 모양새이다. 비서관 발탁에 반대하는 개인 SNS 게시글이나 온라인 커뮤니티의 게시물들을 적극적으로 찾아내어 논란을 유지시키고 있다. 하지만 해당 논란에서 ‘캡처 사진’의 형태로 떠도는 온라인 커뮤니티의 주장들이 우리 사회에서 여론으로서 어떤 의미를 가질지에 대해서는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는다. 자격 논란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하지만, 그래서 어떤 자격을 요구하고 있는 것인가? 이제까지 여성 청년들은 남성 중심 정당 구조에서 청년이자 여성으로 이중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알려져 왔다. 청년의 대표성을 갖고 정당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온 비서관의 경력은 어떻게 평가되고 있는가? 그의 경험을 통해 드러날 우리 정치의 남성중심적 한계는 무엇이고 이러한 상황에서 어떤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을 것인가? 청년 비서관이 갖춘 그간의 경력이 갖는 함의를 적극적으로 다루고, 우리의 정당 정치 영역에서 청년의 자리가 어떻게 한정되었으며 그 한계가 무엇인지를 장기적으로 다루는 내용이 필요한 시점이지만, 언론은 온라인 커뮤니티 반응을 제일 중요한 자원으로 삼아 논란을 재생산하는 데 몰두한다.

이러한 자격 논란, 핵심 의제와 상관없는 부차적인 논란을 중심으로 보도하는 것은 통상 여성 정치인을 향해 더 많이 일어나며 이 또한 전 세계적 현상이라고 알려져 있다. 장혜영 의원이 차별금지법과 관련하여 활동하고 있는 와중에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게시된 의원실에 대한 비판을 기사화하거나, 류호정 의원의 타투업 관련 법안을 보라색 드레스와 관련하여서 의미화하고 멜빵바지 패션을 부각시키는 것이 대표적 사례들이다. 류호정 의원의 ‘국회 등원 룩’이 기사 키워드로 작성되는 현실에서, 이러한 기사들이 단지 호기심을 끄는 것을 넘어 해당 의제에 대한 사회적 논의로 연결되는 순기능이 있다면 긍정적이겠으나 아쉽게도 현재 우리의 포털 뉴스 소비 상황은 그렇지 못하다. 많이 본 뉴스를 알려주는 알고리즘에 따라 복장이 논란의 소재가 되고, 자격의 문제로 전환되면서 여성 정치인 평가틀이 정작 중요한 정책 내용에서 멀어진다. 언론의 여성 정치인에 대한 인식은 댓글에도 고스란히 반영되어 비하와 폄하, 조롱이 넘쳐난다.

전통적으로 정치는 남성의 영역이었다. 우리 정치사에서 여성의 의회 진출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며 여전히 그 비중도 낮다. 2021년 기준으로 IPU(국제의원연맹)에 등록된 우리나라의 여성 의원 비율은 19.0%에 불과하다. 여성 정치인이 예외적 존재로 간주되면서 여성의 정치 활동에 대해서는 선입견에 근거한 부정적인 평가가 앞서기도 한다. 하지만 이렇게 열악한 상황에서도 최근 국회에서는 여성과 소수자를 위한 정책 의제들이 활발하게 제기되는 중이다. 언론은 우리 사회에 필요한 정치 의제가 무엇인지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보도할 필요가 있다.

김수아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여성학협동과정 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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