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미의 어떤 시] [26] 시드는 풀(何草不黃)

최영미 시인·이미출판 대표 2021. 6. 28.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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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들지 않는 풀이 어디 있으며

흐르지 않는 세월 있으랴마는

어느 누구 할 것 없이 끌려 나와서

사방으로 부역하며 돌아다니네

마르지 않는 풀이 어디 있으며

불쌍하지 않은 사람 있으랴마는

참으로 불쌍하다 우리 군사들

사람으로 사람 대접 받지 못하네

코뿔소 아닌가 범이 아닌가

광야를 서성이며 다니는 것들

불쌍도 하여라 우리 군사들

아침저녁 잠시라도 쉬지 못하네 (후략)

- 작자 미상, 출전 ‘시경(詩經)’

(이기동 옮김)

중국 운문은 기원전 12세기경부터 춘추시대까지 노래 가사를 모은 ‘시경(詩經)’에서 시작되었다. 옛날에 시를 채집하는 관리가 있었고, 백성들의 시를 보며 왕이 풍속을 알고 스스로 잘못을 바로잡았다는 기록이 있다. 참으로 지혜롭지 않은가.

채시관(采詩官)들이 모은 시가 3000여편 되는데 공자가 300여편으로 줄여 중국 최초의 시집 ‘시경’을 편찬했다. 시경은 각국 민요를 모은 국풍(國風), 사대부 음악인 아(雅), 종묘 제사 때 연주하던 송(頌)으로 구성되었다. “여우가 서성이네(有狐)”처럼 원초적인 국풍을 좋아하나, 너무 적나라해 소개하지 못하겠다. 아는 소아(小雅)와 대아(大雅)로 나뉘는데 ‘시드는 풀’은 소아에 수록되었다.

시들지 않는 풀이 어디 있으며 불쌍하지 않은 사람 어디 있으랴. 5행 ‘何草不玄’과 6행 ‘何人不矜’의 대구가 멋지다. 광야를 서성이는 코뿔소와 범은 적보다 무서운 감독관 아닌가. 나라를 지키는 젊은이들과 6·25 참전 용사를 생각하는 6월의 저녁.

***

시드는 풀 (何草不黃) (시 전문)

시들지 않는 풀이 어디 있으며

흐르지 않는 세월 있으랴마는

어느 누구 할 것 없이 끌려 나와서

사방으로 부역하며 돌아다니네

마르지 않는 풀이 어디 있으며

불쌍하지 않은 사람 있으랴마는

참으로 불쌍하다 우리 군사들

사람으로 사람 대접 받지 못하네

코뿔소 아닌가 범이 아닌가

광야를 서성이며 다니는 것들

불쌍도 하여라 우리 군사들

아침저녁 잠시라도 쉬지 못하네

꾀 많고 텁수룩한 여우 한 마리

무성한 저 풀밭을 오고 가는데

판자로 만들어진 짐수레 끌고

덜컹덜컹 한길을 끌고 다니네

- 작자미상, 출전 ‘시경(詩經)’

(이기동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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