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헌 살롱] [1303] 스티브 잡스가 읽은 요가난다 자서전

조용헌 건국대 석좌교수·문화콘텐츠학 2021. 6. 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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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방아 찧을 만하니까 보리가 떨어진다’는 속담이 있다. 살 만하니까 배터리 떨어진 경우를 주변에서 한번씩 목격한다. 10년 전 스티브 잡스의 죽음을 보면서 느꼈던 소감이다. 천신만고 끝에 아이폰 개발이라고 하는 세계적인 성공을 이루었으나 그 성공을 제대로 누리지도 못하고 췌장암으로 죽어 버렸다.

그가 행한 어느 대학 졸업식 연설 내용이다. ‘곧 죽는다는 생각은 인생에서 결단을 내릴 때마다 가장 중요한 도구였습니다. 외부의 기대, 자부심, 수치심, 실패의 두려움은 죽음 앞에서 모두 떨어져 나가고 오로지 진실로 중요한 것만 남기 때문입니다. 죽음을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의 덫에서 벗어나는 최고의 방책입니다….’

잡스가 죽음의 공포를 극복하기 위하여 의지했던 책이 하나 있는데, 그게 바로 인도의 크리야 요가 구루였던 ‘요가난다의 자서전’(국내는 김정우 번역)이었다. 잡스는 젊었을 때부터 매년 한 번씩 이 책을 읽었고, 마지막 죽기 전까지도 아이패드에 오직 이 책 한 권만 저장해 놓고 읽었다고 한다. 이 책에는 환생 이야기도 나온다. 요가난다의 어린 제자 카시가 일찍 죽었고, 요가난다는 이 제자가 어디에서 환생했는지를 찾아내는 스토리다. 양쪽 눈썹 사이에 있는 영안(靈眼)을 통하여 죽은 제자의 영혼이 어디에 있는지를 탐색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팔과 손가락을 치켜들고 뱅글뱅글 그 자리에서 돌면서 제자의 영혼이 어느 어머니의 배 속에 탁태(托胎)하였는지를 알려주는 전파를 수신하려고 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마침내 요가난다는 캘커타의 번화가를 걷다가 팔과 손가락을 통하여 전기적인 박동이 전해져 왔다. “카시예요, 카시. 저한테 오세요!” 카시가 보내는 파동을 따라서 어느 골목길의 대문 앞에 서니까 어떤 부인이 임신 6개월째였다. 요가난다는 그 부부에게 이렇게 예언하였다. “앞으로 살결이 하얀 사내아이가 태어날 겁니다. 그 아이는 얼굴이 넓고 아마 위쪽 머리카락이 꼿꼿할 겁니다. 그리고 영적 기질이 뚜렷할 거예요.” 스티브 잡스가 죽음을 앞에 두고 고민할 때 그를 위로해 준 대목은 바로 이러한 카시의 환생(還生) 대목이 아니었을까 싶다.

요가난다는 크리야 요가(Kriya Yoga)의 고단자였다. 신에 대한 헌신과 사랑의 노선이다. 신과의 교감이 일어난다. 넓게 보면 잡스도 크리야 요가의 멤버였고, 아이폰도 신으로부터 영감을 받아서 개발하지 않았나 싶다. 영감은 정신세계로부터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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