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왕설래] 대통령의 '짝짝이 정치'

배연국 2021. 6. 27. 2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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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중기의 문신 임제가 말을 타려고 하자 하인이 말했다.

"나리, 취하셨어요. 가죽신과 나막신을 한 짝씩 신으셨습니다." 임제가 크게 소리쳤다.

신발이 짝짝이인지 알려면 길 왼편이든 오른편이든 어느 한쪽에서 봐선 안 된다.

김정은의 한쪽 면만 보는 '짝짝이 인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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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중기의 문신 임제가 말을 타려고 하자 하인이 말했다. “나리, 취하셨어요. 가죽신과 나막신을 한 짝씩 신으셨습니다.” 임제가 크게 소리쳤다. “길 오른편에 있는 자는 날더러 가죽신을 신었다 할 터이고, 길 왼편에 있는 자는 날더러 나막신을 신었다 할 터이니 무슨 상관이란 말이냐!” 박지원의 ‘낭환집서’에 나오는 이야기다.

신발이 짝짝이인지 알려면 길 왼편이든 오른편이든 어느 한쪽에서 봐선 안 된다. 양쪽을 모두 봐야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자기편에서 본 것만 옳다고 우긴다. 요즘 우리 위정자들의 외곬 인식이 그 짝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매우 솔직하고 열정적이며 강한 결단력을 보여줬다”고 칭찬했다. 타임지와 국제인권단체들이 지적했듯이 김정은은 자신의 이복형을 죽이고 고모부의 목을 잘라 전시한 희대의 악인이다. 양식장 현지 지도에선 새끼 자라들이 죽었다고 책임자를 총살해버렸다. 이런 반인륜 범죄자에게 “국무위원장님의 생명 존중에 대한 강력한 의지에 경의를 표한다”는 친서까지 보낸 이가 문 대통령이다. 김정은의 한쪽 면만 보는 ‘짝짝이 인식’이다.

문 대통령이 청와대 청년비서관에 임명한 박성민 논란도 마찬가지다. 취업 경험이 전무한 25세 대학생이 각 부처의 청년 사업과 정책을 점검하고 지휘할 능력이 있는지는 차지하더라도 그의 임명은 공정성을 상실했다. 공정은 청와대가 밝힌 그의 정당 경력이나 당찬 태도에 있지 않다. 스스로 취임사에서 천명한 “과정은 공정할 것”이라는 대원칙에 있다. 1급 공직은 5급 행정고시에 합격해 30년간 노력해도 오르기 힘든 자리다. 박씨는 그런 별의 자리에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 단숨에 올랐다. 과정이 생략된 공정은 ‘짝짝이 공정’일 뿐이다.

사람의 이목은 각각 두 개다. 그런데 귀는 방향이 서로 다르지만 눈은 같은 곳을 본다. 귀로는 서로 다른 소리를 듣고 눈은 양쪽으로 넓게 보라는 뜻이다. 그러나 지금의 위정자들은 같은 소리만 듣고 외눈으로 세상을 보려 한다. 나라를 외곬으로 이끄는 ‘짝짝이 정치’다.

배연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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