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괴된 美플로리다 아파트, 3년전 이상징후 싹 무시했다

임규민 기자 2021. 6. 27. 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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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 타임 72시간 지나면서 생존자 가능성 사라지고 있어
"부적합한 토지에 건립돼 관리도 부실" 정황 드러나
미 플로리다주 마이애미데이드 카운티 서프사이드의 12층 아파트 붕괴 사고 발생 다음 날인 25일(현지 시각), 한 남성이 사고로 실종된 이들을 기리는 사진과 꽃다발 앞에서 무릎을 꿇고 추모하고 있다. 27일 현재 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9명, 실종자는 156명으로 집계됐다. 수색 작업이 한창이지만 골든 타임(생존 가능 추정 시간)인 72시간이 지나면서 추가 생존자가 나올 가능성이 희박해지고 있다. /AP 연합뉴스

24일(현지 시각) 발생한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데이드 카운티 서프사이드 타운의 12층 아파트 붕괴 사고를 통해 허술한 건축물 관리 실태가 드러나면서 자칫 유사 사고가 벌어질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붕괴된 ‘챔플레인 타워 사우스’ 아파트를 관할하는 플로리다주 마이애미데이드 카운티는 관할 구역 내 노후 건물의 긴급 안전 진단에 나서기로 했다고 26일 발표했다. 앞으로 30일 동안 관할 구역에 있는 지은 지 40년 넘은 모든 건물의 안전성을 점검하기로 한 것이다. 붕괴된 아파트도 1981년 완공됐다. 카운티 당국은 이번 전수 점검이 플로리다 지역 전체로 확대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카운티 내 서프사이드 타운 당국은 사고 현장 인근 아파트 주민들을 대피시키기로 결정했다. 찰스 버킷 서프사이드 타운 책임자는 “사고 현장 인근 주민들도 안전을 자신할 수 없다”고 밝혔다. 대피 권고 대상지로 선정된 이 아파트는 사고 지점으로부터 약 90m 떨어졌고 비슷한 시기 지어졌다.

붕괴한 아파트가 일찌감치 이상 징후를 보였다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서프사이드 타운 당국이 25일 공개한 2018년 10월 챔플레인 타워 사우스 아파트 안전 진단 보고서에 따르면, 이 아파트는 1층 수영장 바닥을 떠받치고 있는 콘크리트 판이 훼손됐고 지하 주차장 기둥과 벽에 균열이 있는 등 ‘심각한 구조적 결함’을 안고 있었다. 당시 보고서를 작성한 건축기사는 “콘크리트 부식 부위를 신속히 보수해야 한다”며 “특히 수영장을 둘러싼 상판 아래 방수재 하자 때문에 더 밑의 콘크리트 판에 중대한 구조적 손상이 생겼다”고 진단했다. 보고서에는 콘크리트 부식으로 내부 철근이 노출된 기둥 사진 등이 함께 게재됐다.

애당초 이 아파트가 해당 위치에 지어지지 말았어야 한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NBC방송은 “서프사이드 타운 일대는 파도와 조류 여파로 해안선에 평행하게 형성된 지형인 사주섬”이라며 “지질학자들은 모래와 진흙으로 구성된 사주섬의 지질적 특성 탓에 건물을 올리기엔 불안정하다고 경고해왔다”고 전했다. 현지 매체들은 “문제점이 오래전부터 곳곳에서 발견된 사고”라며 “노후 건물에 대한 안전 대비에 서둘러야 한다”고 했다.

한편 마이애미데이드 카운티는 아파트 사고 현장에서 나흘째 철야 수색 작전을 진행하고 있다. 밤샘 작업을 위해 구조견과 음파 탐지기, 수색 카메라 등이 현장에 총동원됐고, 2001년 9·11 테러나 2010년 아이티 대지진 구조 작업에 참여한 베테랑 대원들이 대거 투입됐다. 조 바이든 대통령도 25일 플로리다주에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국토안보부·연방재난관리청에 재난 극복을 돕기 위한 연방 차원의 모든 지원을 강구·조율할 권한을 부여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곧 사고 현장에 방문해 유족들을 위로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아직 추가 생존자 구조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있다. 27일 현재 사망자가 9명, 실종자가 156명으로 집계된 가운데, 소방 당국은 계속해 철야 수색을 벌이고 있으나 사고 현장의 화재·폭우 등 구조 작업의 어려움으로 추가 생존자는 나오지 않았다.

마이애미데이드 카운티 당국은 “수색 작업이 계속되고 있지만 추가 구조된 생존자는 없다”며 “사고 현장의 산발적 폭우로 구조 작업에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고 밝혔다. 소방 당국이 설정한 골든 타임(생존 가능 추정 시간)인 72시간이 지나면서 생존자가 나올 가능성이 사실상 사라졌다는 비관적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사고 직후 1시간여 만에 극적으로 구조됐던 소년 조나 핸들러(15)의 어머니 스테이시 팽(54)은 끝내 숨진 채 발견됐다.

구조 작업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는 원인 중 하나는 이 아파트가 ‘팬케이크 붕괴’ 형태로 무너졌기 때문이라고 현지 언론들은 전하고 있다. 팬케이크 붕괴는 다층 건물이 마치 팬케이크를 여러 장 겹쳐놓은 듯한 형태로 무너지는 것을 뜻한다. 각 층이 대략적인 모양을 유지한 채 차곡차곡 쌓인 모습이 얇은 빵을 여럿 겹쳐 올린 형태와 유사하다는 데서 유래한 용어다. 2001년 9·11 테러 당시 무너진 세계무역센터 쌍둥이 빌딩도 팬케이크 붕괴에 해당한다. CNN은 “팬케이크 붕괴 시 여러 층이 바닥으로 수평을 이루며 떨어진다”며 “추가 붕괴 가능성·위험도가 커 중장비 사용이 어렵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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