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핏줄 잇자” 시진핑, 마오쩌둥 앞에서 황제 집권 내비쳤다

베이징/박수찬 특파원 2021. 6. 27.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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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당 100주년 5일 앞두고 마오 옛 집무실 찾은 시진핑 “새 업적 만들기 위해 힘써야”

중국공산당 창립 100주년 기념일(7월 1일)을 5일 앞둔 지난 26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중국 지도부가 베이징 중난하이(中南海) 안에 있는 펑쩌위안(豐澤園)을 찾았다. 마오쩌둥 전 중국 국가주석이 1949년부터 17년간 일하고 생활했던 곳이다. 중국군의 6·25 출병 결정도 여기서 내려졌다.

시 주석은 마오쩌둥에 대한 영상을 본 후 마오가 생전에 입었던 외투, 읽었던 책, 서명한 중요 문건을 둘러봤다. 중국 관영 CCTV는 “(펑쩌위안은) 마오쩌둥 동지가 신(新)중국 수립과 건설에 대한 일련의 대(大)전략을 수립한 곳”이라며 “(시 주석과 지도부들이) 마오쩌둥의 탁월한 공훈과 숭고한 풍모를 추억했다”고 했다. 이날 행사는 중국공산당 지부인 중앙정치국이 한두 달에 한 번꼴로 여는 집단학습 행사의 일환이다.

시 주석은 참관을 마치고 연 회의에서 “역사와 인민에 부끄럽지 않은 새로운 업적을 만들기 위해 힘써야 한다”고 했다. 그는 “우리와 같은 장기 집권당에는 초심(初心)과 사명을 잊고, 대중과 괴리되는 것만큼 큰 위험은 없다”며 “지난 역정을 돌아보고 앞길을 바라보며 우리는 반드시 붉은 핏줄(공산주의)을 이어 나가야 한다”고 했다.

중국 당국은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앞두고 마오쩌둥의 업적과 정신을 연일 강조하고 있다. 마오는 국민당과의 내전에서 승리해 1949년 중국을 건국하고 1976년 83세로 사망할 때까지 27년간 통치했다. 시 주석이 마오쩌둥의 옛 집무실을 둘러본 것은 ‘위대한 영수(領袖·지도자)’로 불렸던 마오쩌둥과 같이 강력한 지도자가 되고자 하는 의지가 반영됐다는 해석이다. 2018년 국가주석 임기 제한을 철폐하면 시 주석은 2028년까지 집권할 가능성이 크다.

세계 2위 경제 대국이 되고 국제사회의 발언권이 커졌지만 기술, 이념 등 각 방면에서 미국과 경쟁이 본격화하면서 마오 시대의 분투를 강조하며 당내 분위기를 다잡는다는 뜻도 있다. 시 주석은 지난 18일 ‘중국공산당 역사 기념관'을 찾은 자리에서 최고지도부와 함께 “영원히 당을 배신하지 않겠다(永不反黨)”로 끝나는 입당선서를 선창했고 이후 법원, 군대 등에서 이를 따라하고 있다.

3연임 노리는 시진핑, 마오쩌둥만 썼던 ‘당의 조타수’ 표현 사용

2007년 가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차기 중국 지도자로 낙점됐다. 적지 않은 서방 분석가는 새 지도자의 성향을 예측하며 그가 따르지 않을 지도자로 마오쩌둥(毛澤東) 전 주석을 꼽았다. 마오의 지지 속에 확산된 문화대혁명(문혁·1966~1976년)으로 시 주석 집안은 풍비박산 났기 때문이다. 문혁 전부터 박해를 받던 아버지 시중쉰(習仲勳) 전 부총리는 투옥됐고, 이복누이는 목숨을 잃었으며 시 주석 본인도 산시(陝西)성의 빈곤한 농촌으로 내려가 일해야 했다.

우한대학교‘붉은 졸업식’ - 지난 23일 중국 허베이성 우한시 우한대 캠퍼스에서 열린 졸업식에 참석한 졸업생과 교수들이 단체 사진 촬영 포즈를 잡고 있다. 사진 앞쪽에 보이는 대형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 마크와 졸업 가운 및 학사모, 그리고 뒤쪽의 연단까지 식장이 온통 붉은색 일색이다. /AFP 연합뉴스

하지만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5일 앞둔 26일, 시 주석이 당 지도부를 대동하고 찾은 곳은 마오쩌둥의 옛 집무실인 베이징 중난하이(中南海) 펑쩌위안(豐澤園)이었다. 시 주석은 마오쩌둥이 입던 옷, 그가 소장한 책, 생전에 쓴 원고를 둘러봤다. 중국 공산당의 다음 100년을 앞두고 자신을 마오쩌둥과 같은 반열로 격상시키는 순간이었다. 그는 “역사와 인민에 부끄럽지 않은 새로운 업적을 만들기 위해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공산당은 시진핑 집권 2기가 시작된 2017년부터 시 주석을 마오쩌둥에 비견되는 지도자로 내세우는 노력을 해왔다. 마오쩌둥에게만 쓰던 ‘당과 국가의 조타수’라는 표현도 시 주석에게 쓰고 있다. 2018년에는 국가주석 임기 제한(2회)을 철폐하며 장기 집권의 길도 열었다. 2022년 가을 열리는 당 대회에서 시 주석의 3연임이 확정될 경우 시 주석은 2028년 초까지 15년간 중국을 이끌게 된다. 마오쩌둥(27년) 이후 최장기 집권이다.

미국 카토 연구소의 더그 밴도 연구원은 언론 기고문에서 시 주석이 “새로운 마오쩌둥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마오쩌둥처럼 시 주석이 사회주의 가치를 포함해 공산당을 강화하는 데 최우선을 두고 있고, 국내외 반혁명 세력과의 투쟁을 강조했던 마오처럼 시 주석도 끊임없이 미국을 비롯한 국내외 위협을 강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군·공안·언론·문화 분야에 대한 통제를 통해 국내외 반대 세력이 발붙이지 못하게 하는 것도 유사점이다. 조셉 토리젠 미 아메리칸대 교수는 포린폴리시에 기고한 글에서 “시진핑은 소련의 몰락이 군에 대한 당의 통제를 잃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며 “시위는 위험하고, 혼란스러운 위협은 반드시 선전과 무력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게 시진핑의 관점”이라고 했다.

중국공산당은 올 초부터 9200만 당원을 비롯해 국민에게 중국공산당 역사 교육을 하고 있다. 중앙당사문헌연구원이 출판한 3권의 교재의 핵심은 ‘시진핑 중국공산당 역사를 평하다’. 나머지 두 권은 ‘마오쩌둥·덩샤오핑·장쩌민·후진타오 중국공산당 논술 발췌’ ‘중국공산당 건설’ 이다. 100년 당사(黨史) 해석에서 시 주석의 비중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시 주석이 마오쩌둥에 버금가는 권력을 가졌다고 해도 중국이 세계 경제의 일원이 된 상황에서 마오 시대의 극좌 경제 정책이 재현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하지만 국제 무대에서의 영향력은 마오 이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마오 시절의 가난한 중국은 이미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으로 성장했다. 마오 시절에는 미국과 소련의 압력에 대응하기 바빴지만 시진핑의 중국은 아프리카, 동남아시아는 물론 유럽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 코로나 백신 외교가 대표적이다.

시 주석은 29일 유공자들에게 기념 훈장을 수여하고 연설도 할 예정이다. 이날 베이징 국가체육관에서 ‘위대한 여정’이라는 제목의 공연을 참관할 것으로 보인다. 7월 1일에는 천안문광장에서 기념식이 열린다. 2011년 중국공산당 창당 90주년 행사가 후진타오 당시 국가주석이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행사에서 당내 부패 척결을 강조하는 등 국내 행사였다면, 올해 100주년 기념식은 국내뿐만 아니라 국제 사회에 중국공산당의 우월성을 알리는 데 초점을 둘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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