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m의 기적'..호주교포 이준석이 이겼다

천안 | 김경호 기자 2021. 6. 27.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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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형·박은신과 팽팽하던 17번홀
그림 같은 버디로 공동선두 오르고
18번홀도 버디 잡아 한국오픈 제패
프로 데뷔 13년 만에 생애 첫 우승

[경향신문]

이준석이 27일 천안 우정힐스CC에서 열린 코오롱 제63회 한국오픈골프선수권대회 최종라운드 6번홀에서 드라이버 티샷을 날리고 있다. 코오롱 한국오픈 조직위원회 제공

17번홀(파4)에서 기적같은 11m 버디로 공동 선두, 그리고 마지막 18번홀(파5)에서 챔피언을 결정지은 2.5m 버디 퍼트.

마지막 두 홀에서 극적으로 연속 버디를 잡은 호주 교포 이준석(33)이 한국 최고 권위의 내셔널 타이틀 대회인 한국오픈에서 프로 데뷔 13년 만에 생애 첫 우승을 따냈다.

이준석은 27일 충남 천안 우정힐스CC(파71·6698m)에서 열린 코오롱 제68회 한국오픈골프선수권대회(총상금 14억원) 최종라운드에서 버디 4개, 보기 4개로 이븐파 71타를 쳐 나흘 합계 8언더파 276타를 기록, 박은신(31)을 1타 차로 제치고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우승상금은 무려 4억원이다.

천안에 거주하며 3년 동안 우정힐스 골프장을 홈코스로 두고 기량을 갈고 닦은 이준석은 3라운드 내내 선두를 달리며 생애 첫 우승의 가능성을 높였다. 그러나 1타 차 선두로 출발한 최종라운드에서는 10대 돌풍의 주역 김주형(19)과 역시 프로 데뷔 11년 만에 생애 첫 우승을 노리는 박은신의 맹추격에 휘말리며 오히려 끌려가는 플레이를 펼쳤다.

긴장한 탓인지 첫 홀(파4)부터 짧은 버디 퍼트를 놓쳐 보기를 범한 뒤 곧바로 다음 홀에서 버디를 낚은 김주형에게 역전당한 이준석은 5번홀(파5) 버디로 다시 선두로 복귀했으나 7번홀(파3)에서 김주형과 보기, 버디가 엇갈리며 선두에서 내려왔다.

중반은 2타 차 선두로 내달렸던 김주형, 후반은 착실한 추격으로 15번홀(파4)에서 버디를 낚으며 단독선두로 올라선 박은신의 페이스였다.

하지만 이준석은 2타 차 3위로 맞은 17번홀에서 기적을 만들어냈다. 그는 박은신이 티샷을 옆 홀로 쳐 보기를 범하는 사이, 11m짜리 긴 버디 퍼트를 기적처럼 넣어 김주형과 3명이 공동선두를 이뤘다. 마지막 18번홀에선 김주형이 티샷을 OB 구역으로 쳐 경쟁에서 탈락한 뒤 박은신과의 버디 퍼트 싸움에서 승리하며 감격의 눈물을 쏟았다. 박은신이 먼저 버디 퍼트를 놓친 뒤 이준석은 2.5m 챔피언 퍼트를 넣고 주먹을 불끈 쥐고 흔들며 포효했다.

호주에서 골프를 배워 아마추어로 명성을 날린 이준석은 2009년 코리안 투어에 데뷔했으나 지금껏 우승을 따내지 못했다. 두 아이의 아빠인 이준석은 우승 직후 인터뷰에서 눈물을 쏟으며 “안 될 때마다 많이 절망했지만 좌절하지 않고 노력하다 보니 오늘의 영광이 왔다”며 “17번홀 긴 버디 퍼트를 넣고 분위기가 나한테 왔다고 생각했고, 마지막 퍼트는 본 대로 치면 들어갈 거라고 확신했다”고 말했다. 이어 두 팔을 번쩍 치켜들며 “얘들아 아빠가 해냈다”며 승리의 기쁨을 만끽했다.

천안 | 김경호 기자 jerom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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