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의 반란'..임진희가 웃었다
BC카드-한경 레이디스컵 정상에
박현경은 3개 대회 연속 준우승
[경향신문]
박현경도, 장하나도, 이정민도 아니었다. 시즌 5승의 대세 박민지가 결장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BC카드-한경 레이디스컵 2021(총상금 7억원)에서 행운의 언덕 가장 높은 곳에 오른 주인공은 무명의 임진희(23)였다.
4년차 임진희는 27일 포천힐스 컨트리클럽(파72·6610야드)에서 열린 대회 최종 라운드에서 버디 7개를 잡고 보기는 1개로 막아 6타를 줄였다. 합계 10언더파 278타를 기록한 임진희는 장하나와 박현경 등 7명의 공동 2위를 1타 차로 따돌리고 데뷔 첫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2018년 데뷔한 임진희는 이 대회 전까지 무명 선수였다. 2019년 상금 84위에 그치며 드림투어로 강등됐고 지난해 말 시드 순위 19위로 정규투어에 복귀했다.
올 시즌도 이전 9개 대회에서 5번 컷 탈락했고, 상금 순위도 85위에 처져 있었다. 대리운전 업체인 코리아드라이브 소속으로 ‘1577-1577’ 번호가 적힌 모자를 쓰고 있다.
파4 17번홀에서 11.7m의 긴 버디 퍼트를 집어넣어 공동 선두에 오른 게 무명 반란의 서막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파5 18번홀에선 세 번째 샷을 1.1m에 붙여 버디를 추가했다. 5명까지 포진했던 공동 선두 체제를 깨뜨리고 10언더파 단독 선두로 경기를 마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임진희의 우승은 너무 먼 얘기였다. 1타 차 2위로 추격 중인 선수들이 한두 명이 아니었다. 베테랑 이정민이 먼저 탈락했다. 17번홀에서 3.8m 버디 기회를 살리지 못하더니 18번홀에선 2.9m 버디 퍼트마저 홀을 외면했다. 박현경도 이정민과 비슷한 길을 걸었다. 17번홀에서 3.5m 버디 퍼트를 놓치더니 18번홀에선 두 번째 샷이 하필 그린 옆 벙커 위 러프에 걸리는 불운까지 겹쳤다. 박민지에 막혀 2개 대회 연속 준우승에 그쳤던 박현경은 이번에도 준우승 딱지를 떼지 못했다.
이정민과 박현경이라는 큰 산을 넘었지만 임진희에겐 아직도 두 명의 위협이 남아 있었다. 정윤지와 김새로미였다. 정윤지와 김새로미도 반드시 버디를 잡아야 한다는 중압감을 이겨내지 못했다. 정윤지와 김새로미는 17번홀에서 나란히 2.2m 버디 퍼트를 놓쳤고, 18번홀에서도 버디 퍼트가 짧으면서 연장 기회도 사라졌다. 챔피언 퍼트도 없이 첫 우승이 그린 옆에서 그렇게 찾아왔다.
임진희는 “아직도 얼떨떨한 느낌”이라면서 “머리가 아파 한 샷 한 샷 최선을 다하자고만 생각했다”고 말했다. 임진희는 “행운으로 우승했지만 앞으로 자신감 있고 당당하고 프로답게 계속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류형열 선임기자 rh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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