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로, **월드!

한겨레 2021. 6. 27.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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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갑자기 '메타버스(metaverse)'라는 단어가 여기저기에서 많이 회자된다.

메타버스는 디지털 기술로 현실 세계(universe)를 초월(meta)해서 만든 다층위의 가상 세계를 의미한다.

이를테면 예전에 싸이월드에서 일상의 경험을 기록하고 공유했던 행위나 온라인게임에서 아바타를 통해 가상의 삶을 영위하는 것 등이 메타버스의 시작점이라고 볼 수 있다.

'세상아, 안녕'이라는 이 짧은 인사는 가상 세계가 내게 건네는 첫 인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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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기술, 익숙한 일상]

네이버제트가 운영하고 있는 메타버스 서비스 제페토.

최근 들어 갑자기 ‘메타버스(metaverse)’라는 단어가 여기저기에서 많이 회자된다. 메타버스는 디지털 기술로 현실 세계(universe)를 초월(meta)해서 만든 다층위의 가상 세계를 의미한다. 아직은 뚜렷하게 정의할 수 없는 현상으로, 지금도 계속 확장되고 있는 개념이다.

이를테면 예전에 싸이월드에서 일상의 경험을 기록하고 공유했던 행위나 온라인게임에서 아바타를 통해 가상의 삶을 영위하는 것 등이 메타버스의 시작점이라고 볼 수 있다. 과거에는 이처럼 주로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제한적으로 사용되었으나 비대면 시대를 맞아 이제는 일상의 거의 모든 영역에서 일반화되기 시작하고 있다. 대통령 선거 운동, 팝가수의 신곡 발표, 명품 쇼핑까지 현실에서는 직접 경험하기 어려운 부분을 포함해 실제적인 경제 활동과 사회적 관계 형성이 가능하다. 이러한 변화가 신기하면서도 한편으로 낯섦에 대해 불안감이 느껴진다.

이미 38년 전, <타임>이 ‘올해의 인물’에 처음으로 사람이 아니라 컴퓨터를 선정하며 “컴퓨터가 다가온다”고 선언했다. 그로부터 24년이 지난 2007년 1월에는 모니터 속에 들어 있는 ‘당신(You)’을 올해의 인물로 선정하며, “당신은 정보화 시대를 제어한다. 당신의 세계에 온 것을 환영한다.(You control the Information Age. Welcome to your world.)”고 축하를 전했다. 이는 내가 정보화 시대의 주역으로 스스로 디지털 민주화라는 새로운 가치와 현상을 만들어 가고 있고,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컴퓨터가 미디어의 영역을 주도하고 있다는 것을 설명한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지금 이야기하고 있는 메타버스의 도래를 의미하기도 한다.

보통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프로그래밍 언어를 배울 때, 가장 먼저 화면에 출력해보는 문장이 ‘Hello, World!’이다. ‘세상아, 안녕’이라는 이 짧은 인사는 가상 세계가 내게 건네는 첫 인사다. 이것을 ‘헬로 월드 만들기’라고 하는데, 컴퓨터가 세상과 소통을 시작하기 위한 준비 운동과도 같은 프로그램이자 70년대 말부터 유지되어 온 개발자들의 전통이다. 그러니 비록 우리는 인식하지 못했지만 컴퓨터는 그동안 언제나 새로운 모습으로 등장할 때마다 우리에게 ‘안녕’이라고 조심스레 말을 걸어왔었다.

컴퓨터가 우리의 삶에 들어오기 시작한 순간부터 메타버스는 예견되어 있었다. 기술 발전에 따라 다양한 기능들이 융합되어 작용하며 상상 속의 상호작용이 이제는 현실에서 작동하기 시작했다. 빠르게 가상과 현실의 경계가 흐려지고 있다. 엠제트(MZ)세대에 이어 지난해 초등학교에 입학해 교실에서보다 가상 세계에서 먼저 친구를 만나고 수업을 시작한 코로나 세대의 세상은 어떤 모습으로, 어떻게 인사를 나누게 될까? 나는 그 인사에 어떻게 대답을 해야 할까? 일단은 막연한 기대와 두려움을 감추고 슬쩍 “Hello, ** World!”라고 말을 걸어보려 한다.

최윤아ㅣ넥슨컴퓨터박물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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