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최고의 희소자원" '주의력 경제'에 정보생태계 황폐화

구본권 2021. 6. 27.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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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의 다양한 현상을 설명해주는 열쇳말은 '주의력 빼앗기'다.

방대한 정보가 점점 더 빨리 증가하는 정보사회는 본질적으로 '주의력 경제'다.

1978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경제학자 허버트 사이먼은 1971년 "정보가 늘어날수록 관심 부족 현상이 생겨난다"며 '주의력 경제'라고 이름붙였다.

정보사회에서 이용자의 관심과 주의력이 가장 가치 높은 '희소자원'인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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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자 주의력 사로잡기 경쟁
인터넷엔 교묘한 '설득적 기술'
자동재생·무한스크롤 '기본설정'
사회적 감시 함께 개인노력 필요
초기설정 '비활성화'하고 바꿔야

무한정보 환경과 주의력

2020년 넷플릭스에서 개봉한 다큐멘터리 드라마 <소셜 딜레마>는 소셜미디어 등 웹서비스 설계자들이 다양한 심리적·기술적 장치를 통해 이용자들의 주의력을 빼앗고 반응을 조종하는 실태를 다뤘다. 넷플릭스 제공.

# ‘대체불가토큰(NFT)’이 널리 알려진 계기는 미술작품을 사들여 엔에프티로 발행한 뒤 진품을 불태워버린 사건이다. 지난 3월11일 트위터의 ‘불탄 뱅크시’ 팀은 유명 그래피티 화가인 뱅크시의 판화(작품명 ‘멍청이들’)를 불태운 영상을 유튜브로 공개했다. 이들은 뱅크시 판화를 9만5천달러(약 1억700만원)에 구매해 스캔한 뒤 엔에프티로 전환하고, 원본을 불태웠다. ‘불탄 뱅크시’ 팀은 “실물과 디지털 아트가 병존하면 실물의 가치가 높기 때문에 실물을 없애고 엔에프티로 만들면 그게 유일한 진품이 될 것”이라고 동기를 밝혔다. 하지만 뱅크시의 ‘멍청이들’ 판화는 500개가 제작돼 유통중이기 때문에 ‘진품 소각’이라고 주장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언론과 대중의 관심은 집중됐고, 엔에프티로 변환된 ‘멍청이들’은 경매에서 애초 구매가보다 4배 높은 값에 거래가 이뤄졌다.

# <기자협회보>는 지난 22일 일부 언론이 최근들어 선정적이고 엽기적인 내용의 해외 토픽 보도 경쟁을 벌이며 잇단 오보를 내고 있는 현실을 보도했다. 배경으로는 지난 2월 네이버가 ‘실시간 인기검색어’를 폐지함에 따라 언론사들이 ‘실검 장사’ 대신 외국의 황색저널리즘 기사를 베껴 트래픽을 만들어내는 저질 경쟁이 지목됐다. ‘인육 케밥 판매’ 등 사실이 확인되지 않는 국외 황색언론의 보도와 국내 인터넷 커뮤니티의 혐오·차별적 게시글을 중계하는 선정적 기사가 쏟아졌고 포털에서 ‘많이 본 기사’ 목록을 차지했다. 1인미디어 시대에 유튜브와 인터넷방송에는 수많은 콘텐츠가 쏟아지고 있지만, 인기 높은 콘텐츠의 일부는 노출과 먹방 등 의도적인 노이즈마케팅을 통해 관심을 끄는 게 목적인 경우도 많다. 소셜미디어는 갖은 방법으로 관심을 끌려는 ‘관종(관심종자)’들의 무대다.

2020년 넷플릭스에서 개봉한 다큐멘터리 드라마 <소셜 딜레마>

인터넷의 다양한 현상을 설명해주는 열쇳말은 ‘주의력 빼앗기’다. 방대한 정보가 점점 더 빨리 증가하는 정보사회는 본질적으로 ‘주의력 경제’다. 1978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경제학자 허버트 사이먼은 1971년 “정보가 늘어날수록 관심 부족 현상이 생겨난다”며 ‘주의력 경제’라고 이름붙였다.

정보는 이용자의 주의력을 소비하는데, 정보가 늘어날수록 할당가능한 이용자 주의력은 줄어드는 구조다. 정보는 무어의 법칙을 따라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지만 주의력과 할당 시간은 거의 변화하지 않는다. 정보사회에서 이용자의 관심과 주의력이 가장 가치 높은 ‘희소자원’인 배경이다. 넷플릭스의 최고경영자 리드 헤이스팅스는 “넷플릭스는 이용자의 시간을 놓고 경쟁하기 때문에 스냅챗, 유튜브, 수면 등이 경쟁자”라고 말했다.

이러한 기업의 욕망은 이용자 주의력을 붙잡기 위한 설계로 구현됐다. 특히 인터넷 서비스 상당수는 공짜로 콘텐츠를 제공해 이용자의 주의력을 끌고 이를 광고주에 판매하는 사업구조를 지닌다. 이용자의 관심을 끄는 맞춤형 콘텐츠, 자극적 내용과 더불어 이용시간 연장을 유도하는 ‘설득적 기술’을 설계한다. 대표적인 게 유튜브·넷플릭스·페이스북 등 동영상·소셜미디어 플랫폼에서 유사 콘텐츠의 자동추천과 자동재생 설정이다.

넷플릭스, 유튜브, 페이스북 등에서 ‘다음 동영상’이 자동재생되도록 ‘초기설정(디폴트세팅)’되어 있다. ‘설정’ 메뉴에서 ‘나만의 설정’으로 바꾸는 게 필요하다.

행동경제학·심리학을 연구하고 구글에서 디자인 윤리학자로 일해온 트리스탄 해리스는 이용자 주의력을 붙잡기 위한 인터넷 서비스의 비윤리적 디자인을 지적해왔다. 그는 구글을 떠나 2018년 비영리단체 ‘인도적 기술 센터(Center for Humane Technology)’를 설립해 활동하고 있다. 해리스는 뉴스피드·이메일 등의 서비스 설계가 카지노 슬롯머신 사용자환경(UI)처럼 디자인됐다고 주장한다. 새로운 메일이나 콘텐츠를 확인하기 위해 조작버튼없이 화면을 아래로 밀어서 갱신하는 기능과 무한 스크롤 기능은 슬롯머신의 레버 당김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미국 작가 행크 그린은 “현재 존재하는 가장 정교한 소프트웨어는 이용자가 사이트를 떠나지 못하게 하는 방법을 알아내는 임무를 맡고 있다”고 주장한다.

대안들

사회적 차원에서 ‘다크 패턴’과 같은 설득적 기술 사용을 감시하는 노력과 함께 이용자들의 적극적인 시도도 필수적이다. 미국 바이든 정부에서 대통령 직속 국가경제위원회(NEC) 특별보좌관에 임명된 팀 우 컬럼비아대 교수(법학)는 <주목하지 않을 권리>에서 “원래 내 것인 주의력을 되찾기 위한 실질적 동기는 그렇게 하지 않을 때 발생하는 손해를 생각해보는 것”이라며 “개인이 이루고자 하는 목표는 대개 주의력 사업가의 목표와 상충한다”고 지적한다.

독일 출신의 미국 작가 베레니크 슈라이버는 최근 <미디엄> 기고에서 이용자가 주의력를 되찾는 방법을 5단계로 제시했다. 첫째는 자신이 주의력을 쏟아붓는 대상들의 목록을 작성하는 일이다. 두 번째는 스마트폰의 설정 메뉴에서 주의력을 노리는 앱을 삭제하거나 밝기 등을 조정하는 일이다. 세 번째는 앱 장터에서 뉴스피드 제거기(Newsfeed Eradicator)나 앱 차단기를 설치해 소셜미디어의 자동노출 정보와 거리를 두고 사용습관을 수시점검하는 일이다. 네 번째는 디지털 기기의 속보 등 각종 알림을 비활성화하고 ‘방해금지 모드’를 사용하는 일이다. 다섯 번째는 넷플릭스·유튜브 등의 자동재생 기능을 비활성화하는 선택이다.

구본권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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