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이트] 당시 경찰 윗선, 소녀 시신 암매장 개입했나?

이지수M 2021. 6. 27.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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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장경 ▶

경찰이 피해자의 시신을 발견해놓고 몰래 어딘가에 암매장했다…이거 믿기 어려운데요?

◀ 허일후 ▶

그래놓고 30년 넘게 시신 묻은 곳도 알려주지 않았다니요, 그 경찰들한테는 책임을 물을 수도 없는 겁니까?

◀ 이지수 ▶

네, 이미 공소시효가 지나서 이 경찰들을 처벌할 방법이 없습니다.

특히 형사계장 이씨는 윤성여씨 재심 법정에 출석해서도 자신은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 성장경 ▶

그렇다면 김현정 양 시신을 은폐한 의혹을 받고 있는 저 형사계장, 저 사람이 윤성여씨에게 가혹행위를 하고 허위자백을 받아내는 데도 관여했던 겁니까?

◀ 이지수 ▶

네 두 사건 모두 수사 실무책임자였습니다.

결국 경기남부경찰청은 지난해 이 형사계장과 다른 전직 경찰 한 명을 입건하는 것으로 김 양 사건 수사를 마무리했습니다.

하지만 저희가 취재를 해보니 이렇게 끝날 일이 아니었습니다.

◀ 허일후 ▶

아 뭐가 더 있는 건가요.

◀ 이지수 ▶

이미 공소시효가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당시 경찰들이 끝까지 진실을 말하지 않는 이유, 그리고 당시 아홉살 김양의 시신을 아직까지도 유족들에게 돌려주지 않는 이유를 추적했습니다.

[배용주 경기남부경찰청장 (지난 2020년 7월 2일)] "이춘재 범행의 피해자와 유가족, 윤 모 씨 등 경찰 수사로 피해를 입은 모든 분들께 머리 숙여 사죄드립니다."

진범 이춘재가 자백한 지 열달만에 나온 10쪽짜리 최종 수사 보고서.

여기엔 초등생 김현정 양과 관련한 수사결과가 단 8줄, 짤막하게 적혀 있었습니다.

'피해자의 유골 일부를 발견하고도 은닉한 혐의가 상당해 당시 형사계장 등 2명을 입건하였으나, 공소시효가 완성되어 ‘공소권 없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다'

당시 형사들이 왜 김 양 시신을 숨겼는지 어디에 숨겼는지, 누가 관여했는지 등은 전혀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박준영 변호사] "사건을 확대시키지 않은 것 같아요. 제 생각은 그렇습니다. 왜냐면은 최종 수사, 언론에 배포한 이제 그 보도 자료도 이 사건의 많은 의혹과 문제점에 대해서 제대로 정리 안 했잖아요."

공식 발표엔 없었지만, <스트레이트>가 입수한 경찰 내부 보고서에 따르면 김현정 양 사건과 관련해 무려 52명의 전현직 경찰이 조사를 받았습니다.

[당시 수사진 <경기남부청 재수사기록>] "사체가 발견되어 덮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형사계장 이00 주도하에 사체를 묻었다는 것을 전해들었습니다." "00형사가 산 밑쪽을 가르키며 '저곳에 현정이도 잠들어 있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김 양 시신이 발견됐지만 은폐됐다고 진술한 경찰이 무려 7명.

상당수 수사진이 시신 은폐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겁니다.

하지만 경찰은 최종 발표에서는 형사계장 이 씨 등 2명의 개인적 일탈로 피해자 암매장 사건을 마무리했습니다.

[배상훈 서울디지털대 경찰학과 교수] "당연히 이건 한두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조직적인 은폐가 되는 거죠. 이건 조직적인 은폐일 가능성이 높은 거예요. 그래서 하나하나씩 다 따져봐야 되는 거예요. 수사를."

재수사에 나선 경찰들도 처음엔 조직적 은폐에 무게를 뒀습니다.

경기남부경찰청의 내부 보고서입니다.

당시 형사계장 이씨의 상급자였던 화성경찰서장 남모씨와 수사과장 김모씨.

그리고 형사계장 이씨가 지휘했던 형사 8명 등을 사체은닉과 증거인멸 등의 혐의로 내사한 결과입니다.

이들은 당시 지휘선 상에 있거나 수사 보고 등 사건 기록에 이름이 올라가있습니다.

[박준영 변호사] "입건을 하려고 했던 이유는 어쨌든 이 사건 기록에 이름이 등장한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또 은폐 과정에 작성된 서류의 명의자로 등장한다는 거잖아요."

그러나, 내사 결과는 불입건.

우선 남 서장과 김 과장 등 형사계장의 상급자들에 대해선, '당시 관할 서장이거나 수사책임자이긴 하지만 이미 사망해 조사가 불가능하고, 사체 발견 사실에 대해 지휘하거나 보고받은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기록이나 진술이 없다고 돼있습니다.

하지만 다수의 수사보고서에는 형사계장 이 씨 외에도 윗선인 서장과 수사과장이 보고를 받거나 결재를 한 기록이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앞뒤가 안 맞는 보고서를 작성을 한 것을 윗사람들이 보고 결재까지 다 해줬는데 그러면 그런 이제 괴상한 결재에 대한 책임이 없다. 이런 결론을 내는 게 이게 정상적인지 일단 동의하기가 좀 어려워요."

8명의 실무 형사들을 입건하지 않은 이유도 쉽게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김양의 유류품을 발견한 1989년 12월 21일자 수사보고서.

박 모 경사와 최 모 순경의 도장이 찍혀있습니다.

나흘 뒤인 12월 25일 유류품 탐문 수사보고서엔 변 모 순경과 신 모 순경의 이름이 적혀있습니다.

하지만 이들 모두 경찰조사에서 미리 짜맞춘 듯 기억이 없다고 잡아뗐습니다.

[당시 수사진 A <경기남부청 재수사기록>] "당시 성실하게 근무하지도 않고 놀면서 근무했기 때문에 기억나거나 아는 것이 전혀 없습니다. 당시 타자도 칠 줄 모를 때고, 수사보고서를 작성한 사실이 없습니다."

[당시 수사진 B <경기남부청 재수사기록>] "난 저런 수사보고 작성한 적이 없습니다. 제3자가 형사들 이름 돌려가며 작성한 것입니다."

[당시 수사진 C <경기남부청 재수사기록>] "나는 이 사건 수사에 참여를 하지 않은 것으로 기억하는데요."

<스트레이트>는 당시 형사들에게 김현정양 관련 사실을 다시 물었지만 대부분 대답을 피했습니다.

[변 모 씨 / 당시 화성경찰서 소속 형사] "<선생님이 자필로 남겨 놓은 수사 보고에 아폴로 과자 탐문 하신 게 있더라고요.> 모르겠어요. <유류품 발견 현장에도 가보신 적이 없으신 거예요?> 아 그런 건 모른다니까요. 유류품이 있는지 그 자체를…"

[최 모 씨 / 당시 화성경찰서 소속 형사] "사실은 나한테 들어봐야 별 도움이 되지 않고 입 다물고 있는 놈들이 그놈들이 입을 열어야지."

경찰은 조사결과 이들이 '담당 수사반이거나 근무자로 유류품과 사체 발견 사실을 알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당사자가 혐의를 부인하고, 이를 반박할 수 있는 증거나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없다'며 면죄부를 줬습니다.

스트레이트는 취재도중 김현정양 사건의 실체를 알려주겠다는 당시 경찰관 한명을 어렵게 만날 수 있었습니다.

[당시 김현정 양 사건 수사진] "수사본부에서 보고서는 있잖아. 남이 써주는 게 아냐. 자기들이 쓰는 건데. 남이 이거 해 갖고 도장 찍었다고 하면 말이 돼? 수사하다가 덜된 게 있다 하면 다음에 또 명과 사항에 미진한 부분을 다시 형사들한테 시키는 거야. 그 보고서를 자기들이 이 보고서를 써놓고 남이 도장 찍었다고 하면…"

이 전직 경찰은 또, 당시 형사계장 이 씨가 상급자들을 배제하고 혼자서 사건을 은폐하기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당시 김현정 양 사건 수사진] "형사계장이 이런 결정을 하는 것은 자기가 단독으로 결정할 수 없는 문제고 지방청 지시를 받았을 테고. 그거는 내가 볼 때 (형사계장) 이00이 결정할 문제가 아니야. 윗선에서 결정해."

스트레이트는 당시 화성사건 수사총지휘를 맡았던 정석준 전 경기지방경찰청 강력계장에게 조직적 은폐의혹에 대해 물었습니다.

[정석준 전 경기경찰청 강력계장] "지금 기억이 나지 않고요. 기억이 난다고 치더라도 그건 지금이나 옛날이나 현직에 있었던 일을 뭐…"

재수사를 했던 경기남부경찰청 관계자도 조직적 은폐혐의는 확인되지 않았으며, 입건되지 않은 전현직 경찰은 증거가 없었다고 해명했습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지금 여기에 도장을 찍고, (과거) 보고서가 작성되는 데 일조했던 모든 사람은 사실은 형사적으로 책임을 져야 해요."

[배상훈 서울디지털대 경찰학과 교수] "결국은 지금의 수사팀도 가해자가 되는 거죠. 조직적인 은폐인지 부분의 일탈인지 구분을 해야 하는 게 경찰의 의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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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straight/6281946_2899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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