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끝에서 만난 음악 - 신경아 [김태형의 내 인생의 책 ①]
[경향신문]
세계 여러 곳을 다닐 기회가 많았던 나는 오랜 시간에 걸쳐 사람들이 빚어낸 문화를 만나는 것을 좋아한다. 특히 구전으로 내려온 민속음악은 언제나 큰 관심사이며 들을 때마다 매료되곤 한다. 민속음악을 연주할 때 입는 전통의상, 연주자들의 ‘자부심’을 발견하고 지켜보는 것도 큰 기쁨이다. 게다가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여들어 자연스럽게 리듬을 타면서 춤을 추는, 그 마법 같은 현상을 보는 것도 항상 즐겁다. 사람들이 있는 곳에 언제나 음악이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세상의 끝에서 만난 음악>은 아프리카의 말리, 세네갈, 모로코를 지나 발칸 쪽의 불가리아, 루마니아를 거쳐 그리스와 터키 등을 여행하면서 그들의 민속음악에 대한 역사적 배경과 현실의 상황, 그리고 그들만의 독특함을 설명해주고 있다. 특히 감동적인 것은 이런 민속음악을 발굴하기 위해 오지는 물론, 내전이 진행되는 나라들까지 찾아갔다는 점이니, 작가의 열정이 참으로 대단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또 각각의 음악을 직접 녹음·녹화해 유튜브에 올려놨기 때문에 음악을 들으면서 책을 읽는 재미도 있다. 개인적으론 말리와 불가리아의 폴리포니 합창이 흥미로웠다. 글로 풀어내기 힘든 음악의 독특한 매력이 세상에 더 널리 알려지길 바랄 정도였다. 이 글을 읽는 분들 중 관심이 있다면 꼭 들어보시길! 그들의 문화와 언어, 나라에 대한 관심까지 자연스럽게 생기게 된다.
저자는 음악여행이 사람을 찾아가는 여행이라고 얘기한다. 독일의 역사가 빌헬름 몸젠의 말을 빌려 “문명이 문화를 파괴하지 않는지, 기술이 인간을 파괴하지 않는지 지켜보는 건 오늘날 인류의 의무”라고도 말한다. 새로운 것들이 끊임없이 쏟아지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는 되레 멀어지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저자는 ‘사람과 사람의 만남’이라는 음악의 본질을 얘기하고 있다.
김태형 | 경희대 음대 교수(피아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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