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반부패비서관 투기' 못 거른 청, 엄중히 문책하고 사과해야
[경향신문]
부동산 투기 의혹이 제기된 김기표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이 27일 사퇴했다. 김 비서관이 소유한 91억원대 부동산엔 56억원대 ‘빚투’가 끼어 있고, 도로도 연결되지 않은 수도권 개발지구 옆 ‘맹지’ 임야도 있었다. 그동안 제기된 공직자의 ‘악성 투기’와 전혀 다를 바 없는 사안이다. 국민적 공분과 위화감을 키운 그의 사퇴는 너무나 당연하다. LH 사태가 터진 지 3개월도 안 돼 청와대 안에서, 그것도 반부패 업무를 맡은 참모에게서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
김 비서관은 지난 25일 공개된 고위공직자 수시재산등록사항에서 39억2000만원의 재산을 신고했다. 서울 강서구 마곡동의 65억원대 상가 2채를 54억원의 금융대출을 받아 샀고, 경기 광주 송정동에 8억원대 근린생활시설과 임야 2필지를 매입했다. 그가 “자금 사정이 좋지 않은 지인에게서 샀다”고 한 임야는 송정지구 개발로 신축 중인 아파트·빌라 단지와 인접해 있다. 매입 규모·방식·위치 모두 투기 의혹을 비켜갈 수 없는 부동산이다.
투기 의혹이 불거지자 청와대는 “부동산 투자가 이뤄진 것은 변호사로 일하던 시점”이라고 밝혔다. 청와대 참모의 50억원대 빚투를 ‘투자’로 해석하고, 변호사 시절 일로 치부한 것이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은행에서 10억원을 대출받아 25억원대 흑석동 상가를 산 ‘투기’로 사퇴한 게 2년 전이다. 2주택 이상 직원들의 집을 처분토록 한 것도 ‘투자·위법’ 여부가 아닌 청와대의 솔선수범을 강조했던 것 아닌가. 국민감정만 불 지른 안 하니만 못한 해명이었다. 내부 검증도 문제투성이다. 청와대는 LH 사태가 터진 후 지난 3월11일 비서관들의 부동산 투기 전수조사를 했다며 “의심 거래가 없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그 20일 후 투기 의혹을 제대로 거르지 못한 채 김 비서관을 임명했다. 청와대가 소나기만 피하려 했거나 민정수석실 검증 칼날이 내부 인사에겐 굽었다고 해도 할 말이 없게 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석 달 전 “부동산 부패 척결과 무관용”을 지시하며 지위고하, 소속, 정치적 유불리를 따지지 말라고 했다. 그 지시가 다시 등잔 밑에서부터 흔들렸다. 청와대는 무딘 인사 검증 책임을 묻고, 재발방지책을 세워야 한다. 그래야 흐트러질 수 있는 임기말 공직기강을 바로 세울 수 있다. 여당도 부동산 전수조사에서 투기 의혹이 제기된 후 3주째 출당 권유를 거부 중인 의원 5명을 결자해지할 때가 됐다. 당초 약속한 국민 눈높이에 맞춰 모든 의혹은 여당 울타리 밖에서 매듭짓게 해야 한다. 당·정·청은 ‘신뢰’로 서고, ‘내로남불’로 무너지는 게 부동산 정책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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