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주춤한 사이..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 공장 29개 더 짓는다

최인준 기자 2021. 6. 27.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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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4위 반도체 파운드리(위탁 생산) 업체인 미국 글로벌파운드리는 지난 22일 온라인 화상 기공식을 열고 총 40억달러(약 4조5000억원) 규모의 싱가포르 신공장 건설을 시작했다. 퀄컴·브로드컴 등 통신용 반도체 기업의 주문을 받아 칩을 생산하는 이 업체는 지난해 말부터 미국·독일에 운영 중인 기존 공장에도 14억달러를 투자해 파운드리 생산 라인을 증설하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공격적인 생산 설비 확대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말 차량용 반도체에서 시작된 반도체 공급 대란이 올 들어 전 산업으로 번지자, 반도체 기업들이 시장 주도권 경쟁에 뛰어든 것이다. 세계 최대 반도체 업체인 미국 인텔의 팻 겔싱어 최고경영자(CEO)는 25일(현지 시각) 블룸버그통신 인터뷰에서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가 더 악화되고 있고 2023년까지는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까지 반도체 장비 투자만 160조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가 22일 발표한 ‘팹(생산설비)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부터 내년까지 새롭게 지어지는 반도체 라인은 역대 최대인 29개(2021년 19개, 2022년 10개)에 이를 전망이다. 특히 이 중 절반이 넘는 15개가 반도체 파운드리 라인이 될 전망이다. 자동차·가전·스마트폰 등 대부분 산업 분야에 반도체가 필수로 들어가면서 기업들의 주문에 맞춰 첨단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는 파운드리 설비가 유독 많이 생기고 있는 것이다.

2021~2022년 예정된 반도체 신공장 규모

주요 반도체 기업들은 잇따라 설비 확충 계획을 쏟아내고 있다. 인텔은 지난 3월 미 애리조나에 2개 라인을 짓겠다고 발표한 데 이어 독일 등 유럽에서도 생산 설비 구축을 추진 중이다. 파운드리 1위 업체 대만 TSMC도 1000억달러(약 110조원)을 투자해 미국·일본 등에 생산 라인을 새로 짓거나 증설할 예정이다. 아날로그 칩(통신 주파수 등 아날로그 신호를 디지털로 바꾸는 반도체) 세계 1위 업체인 미국 텍사스 인스트루먼트도 최근 창사 이래 최대인 8억5000만달러를 투자해 텍사스주에 라인을 신설하기로 했다.

반도체 장비 업계도 전례없는 호황을 맞고 있다. 아짓 마노차 SEMI CEO는 “세계적인 칩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신설될 29개 팹의 장비 투자액은 향후 수 년간 1400억달러(약 160조원)를 넘어설 것”이라고 했다. 미세 공정에 쓰이는 EUV(극자외선) 장비를 독점 공급하는 ASML(네덜란드)과 어플라이드머티리얼스·램리서치(이상 미국) 등 주요 업체들은 라인 증설을 추진하고 있다. 한미반도체·주성엔지니어링·로체시스템즈 등 국내 반도체 장비 업체들도 최근 국내외 수주가 몰리면서 라인 증설에 수백억원씩을 쏟아붓고 있다.

◇지금 투자하지 않으면 뒤처질 수도

미국·유럽 등 각국 정부의 활발한 유치 경쟁도 기업들의 반도체 투자를 부추기고 있다. 각 나라는 미래 산업의 핵심 부품인 반도체 확보를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문제로 인식하면서 기업에 파격적인 세제 혜택과 보조금을 주고 있다. 미국 상원은 최근 반도체 생산·연구 기업에 60조원을 지원하는 법안을 통과시킨 데 이어 반도체 공장 투자에 대해 25% 세액 공제를 하는 후속 법안도 발의했다.

반면 삼성전자 등 국내 기업들은 올 들어 뚜렷한 반도체 공장 투자 계획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실기(失期)하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첨단 반도체 라인의 경우 건설 준비부터 양산까지 2년 이상의 긴 시간이 걸린다. 2~3년 뒤에는 지금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경쟁사들과의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에서 미국 내 파운드리 공장 건설에 170억달러(약 19조원)를 투자한다고 발표했지만, 한 달이 지나도록 투자안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최근 반도체뿐 아니라 반도체 장비 공급까지 부족해질 조짐을 보일 정도로 기업들의 공장 건설 경쟁이 치열하다”며 “국내 기업들에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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