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30조 돌파, 8년만에 3배로.. 이젠 배당의 시대

홍준기 기자 2021. 6. 27.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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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에 사는 직장인 전모(39)씨는 대표적인 배당주로 꼽히는 맥쿼리인프라 주식을 2000만원어치 보유하고 있다. 맥쿼리인프라는 보통 매년 2월과 8월에 배당금을 지급하는데, 배당금을 주가로 나눈 배당수익률이 연 6%쯤 된다. 전씨도 지난 2월에 배당소득세 등을 떼고 60만원 정도의 배당금을 받았다. 전씨는 “배당수익률이 연 6%이면 은행 정기예금 이자의 서너 배에 해당한다”며 “초저금리 시대에 은행에 돈을 썩히는 것보다 배당을 받는 게 훨씬 유리하다”고 했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코스피시장 상장 기업(12월 결산법인 기준)의 배당금은 33조2000억원으로 사상 처음으로 30조원을 넘었다. 8년 전인 2012년(11조1000억원)과 비교하면 3배 수준이 됐다.

배당을 한 기업 수도 같은 기간 452개(2012년)에서 지난해 529개로 불어났다. 매년 거르지 않고 꾸준히 배당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주식 투자자에게는 주가 상승에 따른 평가 차익 외에도 배당금이란 또 다른 수익원이 생긴 셈이다.

기업들의 배당 증가와 대조적으로 은행 예금 금리는 낮아지면서 배당소득세가 이자소득세를 추월하는 현상도 2017년부터 4년 연속으로 이어졌다.

◇30년 이상 연속 배당한 기업도 19개

코스피 상장 기업의 지난해 배당금은 2019년(20조7000억원)보다 12조5000억원 늘었다. 삼성전자의 배당금이 2019년 2조4000억원에서 지난해 13조1000억원으로 급증한 영향이 크지만, 삼성전자를 제외한 기업의 배당도 같은 기간 18조3000억원에서 20조원 넘는 수준까지 늘었다.

상장기업들에 배당은 일회성이 아니라 ‘상설 이벤트'가 되고 있다. 지난해 코스피 상장사 769곳 중 68.8%인 529곳이 배당금을 지급했다. 지난해 기준으로 코스피 시장에서 5년 연속 배당을 한 기업은 415곳으로 전체 배당 기업 수(529곳)의 78.4% 수준이었다. 5년 연속 배당 기업은 2018년 372곳, 2019년 406곳 등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금융 정보업체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배당금 관련 데이터를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는 1990년부터 30년 연속으로 배당을 한 기업이 19곳이나 됐다. 신영증권(6.2%), 유화증권(4%), 삼영무역(3%) 등은 지난해 배당수익률이 높은 편이었다.

대기업도 최근엔 배당금 지급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4대 그룹의 배당성향(당기순이익 중 배당금 비율)도 높아지고 있다. 4대 그룹 계열사의 배당성향은 2018년 19.9%로 이들을 뺀 나머지 상장사의 배당성향(27%)보다 낮았었다. 그런데 2019년엔 42.8%로 나머지 상장사(36.4%)를 추월했고, 지난해엔 58.9%로 더 높아졌다.

◇배당소득세가 이자소득세 앞질러

지난해 코스피 시장 보통주의 배당수익률(시가배당률)은 2.28%로 1년 만기 국고채 수익률(0.84%)의 2배를 넘었다. 배당수익률은 2016년 1.8%에서 2019년 2.3%까지 꾸준히 올랐고, 지난해도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지난해 말 기준 은행의 1년 정기예금 이자율(1.02%)에 비해서도 배당수익률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배당 수익이 커지면서 은행 적금이나 정기예금을 선호하던 투자자들도 자금을 증시로 옮기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4월까지 개인 투자자의 주식 계좌(잔고가 있는 활성 계좌 기준)는 484만개 늘었는데, 은행 적금 계좌는 168만개 줄어들었다. 정기예금 계좌도 같은 기간 45만개가량 줄어들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등에 투자해두면 주가가 크게 떨어지지는 않으면서 꾸준한 배당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보고 주식 투자를 시작하는 투자자도 많다”고 했다.

국세청이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배당소득세는 3조2112억원으로 이자소득세(2조6189억원)보다 5923억원 많이 걷혔다. 배당소득세는 2017년 처음으로 이자소득세를 앞질렀고, 이후 격차를 벌리고 있다. 배당소득세와 이자소득세의 세율이 14%로 같다는 점을 감안하면 전체적인 배당 소득의 규모가 이자 소득을 넘어선 것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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