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 12%, 음성 15%가 외국인… ‘지방의 세계화’ 대도시 중산층만 모른다

최준영·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2021. 6. 27.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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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대한민국]
키르기스 산골 아이도, 아프간 난민 소녀도 “한국서 꿈과 희망 봤다”
우즈벡 직원, 베트남인 쌀국수집… 서울서 멀수록 세계화는 이미 일상
안산 12.4%, 음성 15% 외국인… 괴산·고성 등 1년 새 20% 넘게 늘기도
피부색 다른 국가대표 곧 보게 될 것… 차별 없는 기회 줄 준비됐나
외국인근로자 체육대회에 참가한 외국인 근로자들

2021년 대한민국은 선진국이고 세계적으로 잘사는 나라다. 2021년 OECD 자료에 따르면 2020년 전망치 기준으로 우리의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1조6240억달러로 세계 9위였다. 우리 위에는 이탈리아, 프랑스, 영국이, 아래에는 캐나다와 호주, 스페인이 자리하고 있다. 낯설고 놀라운 현실이다.

매력과 동경의 대상이 된 대한민국

한국은 매력적인 국가가 되었다. ‘K팝’으로 대표되는 소프트파워는 대한민국을 단순히 잘사는 나라가 아닌 동경의 대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코로나19가 세계를 강타하기 직전까지 삼성동 코엑스에 위치한 별마당 도서관에는 ‘드디어 이곳에 왔다’는 감격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보는 해외 청년 관광객들이 끝없이 이어졌다. BBC 다큐에서는 키르기스스탄 산골마을 아이들이 한국 아이돌 그룹의 춤을 추는 모습을 접할 수 있고,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여성 난민 르포기사에서는 한국 문화를 접하며 꿈과 희망을 가지게 되었다는 아프가니스탄 출신 여학생의 인터뷰를 접하는 세상이 되었다. 한국어는 매력적인 언어가 됐고, 한국어를 배우고 한국에서 일해 보는 것이 많은 국가의 청년에게 인생의 목표가 되고 있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대한민국은 훌쩍 커버린 것이다.

1994년 김영삼 대통령이 ‘세계화’를 국정 방향으로 제시한 것을 기억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냉전 이후 변화하는 세계에 적응하기 위해 기존의 관행과 관습을 버리고, 국제적인 흐름에 적극 대처하기 위해 추진한 세계화는 시대의 흐름에 맞는 방향 제시였지만 당시에는 단순한 정치적 구호로 간주되었다. “당신의 경쟁 상대는 누구입니까?”라는 도발적인 공익 광고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시작되었던 세계화는 IMF 외환 위기를 겪으면서 선택이 아닌 무조건 달성해야 할 목표로 간주되었다. 서구의 세계 질서에 적극적으로 편입되어야 한다는 강박이 우리 사회를 짓눌렀다. 조기 유학 열풍과 스포츠 선수들의 해외 진출은 이러한 경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였다. 변화하는 세계의 흐름에 올라타지 못한다면 뒤처지고 쓰러질 것이라는 두려움은 우리를 다시 한번 세계로 나아가게 하였다.

단순히 해외에 물건을 많이 파는 것이 아니라 선진국을 모델로 우리를 변화시키고, 국제사회에서 인정받는 국가를 만들겠다는 1993년 세계화의 목표는 국민과 기업의 헌신과 노력으로 꿈이 아닌 현실이 되었다. 매판자본세력으로 비판받던 재벌들은 전 세계에 사업장을 운영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변화하였고, 개인들은 글로벌 투자자로 변신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서울을 비롯한 우리의 대도시들은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뒤떨어지지 않는 매력적인 곳이 되었다. 30년 만에 대한민국은 다시 한번 기적을 이루어낸 것이다.

세계화 30년 만에 또 이뤄낸 기적

대기업, 중산층으로 대표되는 계층이 주도하는 세계화가 선진국을 대상으로 한 위로부터의 세계화라면 우리의 중소기업과 서민들은 우리 내부에서의 세계화를 조용히 겪고 있다. 작년 세종시로 이사한 이후 주변 지역을 다니면서 가장 놀라운 것은 다양한 동남아 및 중앙아시아 식당의 존재였다. 경기 남부와 충남 북부의 작은 공장들을 돌아보면서 베트남, 우즈베키스탄, 미얀마 출신의 노동자들이 서로 한국어로 소통하며 일하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고, 고즈넉해 보이는 농촌에서도 외국인 노동자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전국 소도시의 전통시장 한 귀퉁이에서 베트남 이주민이 운영하는 쌀국수집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는 사실을 대도시의 중산층만 모르고 있다. 생산 현장과 일상의 생활공간에서 우리의 평범한 이웃들은 조용하지만 격렬한 세계화의 흐름을 일상에서 경험하고 빠르게 적응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서울과 수도권에서는 잘 눈에 띄지 않는다. 서울에서 멀어질수록 다양한 피부색과 언어들은 쉽게 눈에 띈다. 다문화 지자체로 유명한 안산시의 외국민 비율이 12.4%인데 비해 충북 음성군은 15%에 이르고 있다. 외국인 주민 증가 비율이 1년 사이에 20% 이상을 기록하고 있는 곳은 충북의 괴산군과 영동군, 강원도 고성군, 충남 계룡시 및 전남 영암군 등이다.<그래픽> 고즈넉해 보이고 전통적인 곳으로 간주되는 곳이 더 급속한 변화를 겪고 있는 것이다. 일상의 세계화를 통해 이 지역의 주민들은 일머리가 있고 눈치 빠르게 자기 할 몫만 제대로 해낸다면 국적과 피부색과 관계없이 외국인들과 일상을 공유하는 세계화에 적응하고 있다. 거창할 것으로 느껴지던 세계화는 조용히, 그러나 끊임없이 우리의 주변에서 진행되고 있다.

피부색과 외모를 기준으로 한 대한민국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학교 체육현장을 살펴보면 2022년 아시안게임부터 다양한 외모와 피부색을 지닌 태극마크를 가슴에 단 국가대표들이 애국가를 부르는 모습을 맞이하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화면을 통해 접하게 된 낯선 모습에 대도시의 사람들은 새삼 호들갑스럽게 반응할지 모르지만 이는 분명한 현실이고 우리의 미래라는 점은 명확하다. 잠시 스쳐갈 존재로 간주되었던 이들은 어느 순간 우리의 이웃이 되었으며, 이들의 자녀는 우리의 미래를 책임질 존재가 되고 있다. 과연 우리는 이들에게 차별 없는 동등한 기회를 제공해 줄 준비가 되어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져볼 때가 되었다.

우리 앞에 놓인 과제, ‘2단계 세계화’

하나의 세계화만 바라보고 달려왔는데 다른 세계화가 우리 옆에 와 있다. 세계는 우리에게 세계화를 선도하는 국가로서의 모습을 기대하고 있다. 대외적으로 보다 많은 기여와 지원을, 내부적으로는 외국인들과의 조화와 융합을 도모해야 하는 상황이 도래하였다. 식민지에서 벗어나 식민지배를 하던 국가와 대등한 수준에 올라선 국가는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안으로 움츠러들지 않고 밖으로 뛰어나가 과감하게 부딪치고 경쟁한 세계화의 결과라 할 수 있다. 이제 우리 앞에는 1단계의 세계화의 성과를 토대로 우리 안의 다른 존재들과 공존하는, 또 다른 2단계 세계화의 과제가 우리 앞에 놓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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