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터리]지친 심신 달래줄 '농촌 치유여행'

허태웅 농촌진흥청장

[서울경제]

누구나 맘만 먹으면 어디론가 훌쩍 떠날 수 있는 평범한 일상을 꿈꾼다. 코로나19 장기화는 일상을 송두리째 흔들었고, 달라진 일상에 적응하며 몸과 마음은 지쳤다. 이럴 때 숨통을 트이게 하는 곳이 농촌이다. 국민 10명 중 4명은 관광지로 농촌을 선택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응답자 상당수(47%)가 쉼과 일상 탈출을 꿈꾸며 농촌으로 발길을 돌리는 것이다.

한 여행 전문 사이트가 소개한 올해의 여행 트렌드 역시 ‘자연에서 한적하게 즐기는 비대면 여행’ ‘지역 경제 회복에 힘을 보태는 여행’ ‘도심에서 잠시 벗어나 근교로 떠나는 여행’ 등이다. 코로나19 상황에 대응하며 여행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최적의 여행지가 농촌인 것이다.

농촌의 생태와 공간·문화 등을 활용한 농촌 치유 관광은 농업·농촌 자원을 활용해 스트레스 해소와 심신의 회복, 건강 증진 등을 추구하는 형태의 관광이다. 농촌진흥청에서 개발한 치유 관광 프로그램을 적용해보니 근로자들의 몸과 마음에 활력을 주는 긍정적 효과가 뚜렷이 나타났다. 감정 노동에 시달리는 민원 담당 공무원들의 삶의 만족도는 치유 관광 후 2.95점에서 4.00점으로 높아졌고 주의력 회복 등에도 눈에 띄는 기여도가 나타났다. 치유 관광 참여자들은 모처럼의 여유 속에서 힐링을 체험하고 행복 지수가 높아졌다는 반응을 보였다.

농촌은 계절마다 보여주는 다채로운 풍경과 꾸미지 않은 멋스러움을 간직하고 있어 싫증 나지 않는 편안함을 준다. 농촌 특유의 따뜻함과 사람들과의 교류는 닫힌 마음을 어루만지고 삶을 긍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한다. 농촌에서의 소박한 휴식 시간은 몸과 마음의 회복을 돕고 재충전의 기회를 선사하는 ‘일상 새로고침’이다.

올해도 진정한 쉼을 찾아 농촌으로 떠나는 사람들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주민들과 삶을 공유하는 치유 관광은 관광객에게는 색다른 쉼과 행복을 제공한다. 또 농촌 마을의 공동체 활성화와 경제 회복에도 기여한다. 농촌 치유 관광이 지속적으로 성장하려면 서비스의 질적 개선을 토대로 한 시장 확대가 중요하다. 농촌진흥청에서는 농촌 관광객의 눈높이에 맞는 서비스 제공을 지원하기 위해 농촌 치유 관광 맞춤형 서비스 개발과 효과 분석, 운영 모델 개발에 관심을 쏟고 있다.

지난 3월부터 ‘치유 농업 연구개발 및 육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치유 농업의 사회적 역할은 더욱 기대를 모으고 있다. 치유 농업은 농촌의 다원적 가치 확산을 통해 사회·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지역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

디지털 시대의 편리함 속에서도 마음을 안정시켜 주는 농촌다움과 아날로그적 정서를 대신할 만한 것은 많지 않다. 비대면 사회, 디지털 전환 등 사회 환경 변화에 맞춰 치유 환경으로서 농촌의 다양한 가치를 기술과 접목해 널리 알리는 일도 필요하다. 머지않아 농촌으로 떠나는 치유 관광과 원격 근무의 결합, 혼합 현실로 즐기는 치유 관광 등 색다른 모습의 농촌 치유 관광을 만나게 될 날이 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