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무지개 행렬.. 코로나 속 서울 도심 퀴어축제

오지혜 2021. 6. 2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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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성소수자 문화행사인 서울퀴어문화축제가 26일 막을 올렸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온라인으로만 진행됐던 '자긍심행진(퍼레이드)'이 서울시내에서 다시 열린 가운데, 예년처럼 대규모 인파가 참여하진 못했지만, 퍼레이드에 참여한 50여 명은 무더위 속에서 무지개 깃발을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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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6일~7월 18일 서울퀴어문화축제
'축제의 꽃' 퍼레이드 온·오프 동시 진행
예년과 달리 맞불집회 없이 평화롭게
"관례 부정" "아름다워" 시선은 엇갈려
퀴어축제 조직위 주최로 27일 오후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 부근에서 '퀴어 퍼레이드' 참가자들이 도심 행진을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 최대 성소수자 문화행사인 서울퀴어문화축제가 26일 막을 올렸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온라인으로만 진행됐던 '자긍심행진(퍼레이드)'이 서울시내에서 다시 열린 가운데, 예년처럼 대규모 인파가 참여하진 못했지만, 퍼레이드에 참여한 50여 명은 무더위 속에서 무지개 깃발을 흔들었다.

서울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등 시민사회단체 대표 50여 명은 27일 오후 5시 30분 서울 숭례문 인근에 모여 퍼레이드를 시작했다. 홀릭 조직위원장은 "코로나19로 인해 고립된 성소수자들이 더 많아졌는데, 퍼레이드를 통해 지지와 연대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면서 "행진하는 모습을 중계하는 것으로나마, 차별받고 있는 성소수자들에게 힘이 됐으면 한다"고 의의를 밝혔다.

서울퀴어퍼레이드 조직위원회 제공

2000년 시작된 서울퀴어문화축제는 2015년 서울시가 서울광장을 축제장소로 허가하면서 규모가 커졌다. 퍼레이드는 성소수자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자신 있게 드러내는 축제의 하이라이트로, 매년 대규모 인파가 참여했다. 그러나 지난해 코로나19 확산으로 축제는 비대면으로 전환됐고, 퍼레이드 역시 실시간 방송으로 퀴어축제 참여자들의 모습을 송출하는 방식으로 대체됐다.

'차별의 시대 불태워라'라는 공식 슬로건을 내걸고 준비된 올해 퀴어문화축제 역시 비대면이 원칙이었지만, 지난해와 달리 집회·시위가 비교적 자유로워지면서 퍼레이드만큼은 대면으로 진행됐다. 대신 방역수칙을 준수하기 위해 성소수자 및 인권단체 대표들만 오프라인 퍼레이드에 참가했고, 일반 참가자들은 실시간 중계로 이들의 행진을 지켜봤다.

이날 행진은 6개 조로 나뉘어 진행됐다. 서울시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10인 이상 옥외집회를 금지했기 때문이다. 조별로 5분 간격으로 숭례문을 출발해, 한국은행과 을지로입구역을 거쳐 청계천 한빛광장까지 2.2㎞를 걸어갔다.

제22회 서울 퀴어문화축제 퀴어퍼레이드에 참가한 허리케인 김치(오른쪽)씨가 27일 서울 숭례문 광장 앞에서 동료와 함께 피켓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오지혜 기자

낮 최고기온이 30도에 달하는 더운 날씨에도 참가자들은 준비해온 깃발과 피켓을 들고 음악에 맞춰 흥겹게 걸었다. 퍼레이드 막바지에 장대비가 쏟아졌지만 준비된 행사는 모두 소화했다. 이날 퍼레이드에 참석한 '허리케인 김치'씨는 "거리 두기 완화로 안전하게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고 함께할 수 있게 돼 설렌다"고 밝혔다.

시민들도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행진을 지켜봤다. 김나래(30)씨는 "화려했던 축제가 방역 수칙 때문에 축소된 게 아쉬웠다"고 말했고, 멕시코 출신의 토리 비(21)씨는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낼 수 있는 퍼레이드를 보니 무척 아름다웠다"고 전했다. 반면 남대문시장 인근에서 만난 이모(75)씨는 "동성애를 한답시고 어떻게 얼굴을 들고 돌아다니느냐"며 "사회적 관례마저 부정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비판했다.

퀴어축제가 열리는 날이면 종교단체 중심으로 맞불집회가 열리기도 했지만, 이날은 반대집회도 없었고, 특별한 충돌도 없었다.

오지혜 기자 5g@hankookilbo.com
이정원 기자 hanak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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