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초고령사회, 디지털 격차 어떻게 풀 건가

2021. 6. 27.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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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승배 위드메이트 대표
지승배 위드메이트 대표

대한민국은 초고령화 시대에 준비돼 있나대한민국은 지난 2017년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14%를 넘으며 공식적인 고령사회의 시작을 알렸고, 다가올 2025년에는 그 비율이 20%를 넘겨 초고령사회로 접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국민 5명 중 1명이 65세 이상의 고령자가 되는, 바야흐로 '시니어 전성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과연 대한민국은 초고령화 시대를 제대로 맞이할 준비가 되었을까? 병원 동행 서비스 매칭 플랫폼을 운영하며 수많은 시니어를 만나고, 시니어 시장을 연구한 필자의 생각은 단언컨대 "노(NO)"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필자는 현대 사회의 시대적 흐름을 대한민국에 대입해봤을 때, 고령화가 진행되는 속도보다 기술의 발전으로 인한 디지털화의 속도가 압도적으로 빠르다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판단한다.

이미 젊은 세대는 외부에 나가지 않고도 생활에 필요한 모든 서비스를 영위할 수 있는 경지에 이르렀다. 마켓컬리와 쿠팡을 통해 생활에 필요한 모든 물품을 하루 만에 받아볼 수 있고, 배달의 민족을 통해 1시간 내로 식사를 해결할 수 있으며, 미소와 세탁특공대 같은 생활 서비스 매칭 플랫폼을 통해 집안일까지 처리할 수 있다. 1981년 마이마이 워크맨이 '내 손안의 작은 즐거움'을 표방하며 출시된 지 40년이 지나 그것보다도 작은 스마트폰 하나만으로 외부와의 접촉 없이 살아갈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와 더불어 젊은 세대는 바닷물보다 많은 정보가 넘실대는 온라인 공간 속에서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만을 골라내어 일상을 풍요롭게 만든다. 그들은 온라인을 통해 숨은 맛집을 찾아내고 알려지지 않은 여행지를 탐방하며 유명해질 가능성이 보이는 제품이나 인물을 먼저 만난다. 현실의 공간에서 경험할 수 없는 수많은 것들과 온라인을 통해 연결되고, 여기서 축적되는 가상의 가치를 실제적인 가치로 치환해 결과적으로 현실에 적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시니어들은 이러한 사회적 흐름의 물결에 몸을 맡기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다. 최근 들어 시니어의 평균 디지털 문해력(Digital Literacy)이 높아졌다고 한들 젊은 세대만큼 자유자재로 온라인 서비스를 활용하는 시니어는 드물다. 아직도 대다수의 시니어는 배달의 민족이나 쿠팡을 사용할 줄 모르고 TV에서 방영된 맛집에 대한 정보를 검색하지 못한다. 이 때문에 시니어들은 주변 사람들의 입소문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소위 '정보통'이라고 불리는 소수의 시니어가 만들어낸 세상에 갇히게 되거나 자녀 등 젊은 세대가 선의로 제공하는 정보에 기댈 수밖에 없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신체적인 고령화를 겪는 동시에 사회적 고령화 또한 겪는 셈이다. 이런 사회적 고령화는 기술이 발전할수록 그 깊이가 더욱 깊어진다는 것이 문제다.

그렇다면 신체적인 고령화는 둘째 치고 사회적 고령화를 방지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실제로 대기업을 포함한 많은 기업들이 시니어 시장의 선점을 목표로 다양한 서비스를 출시하고 있다. 그러나 그들 중 시니어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하고 안정적으로 시장에 안착한 뚜렷한 서비스는 없다. 오죽하면 '시니어 시장은 허상이다'라는 말까지 나왔겠는가.

시니어 시장 선점에 지속적으로 실패하는 기업들의 행태에 대한 분석이나 추정은 많다. 그 중에서도 필자의 생각과 가장 일치하는 것은 '젊은 세대와 다르게 수십 년을 살며 축적된 개인적인 경험으로 인해 통일된 시장(니즈)을 형성할 수 없는 것이 시니어 시장의 가장 큰 문제'라는 주장이다. 젊은 세대의 트렌드를 파악하기 위한 각종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스마트폰 데이터에 대한 접근 권한을 받거나 소비 또는 방문 이력 정보를 긁어 모으면 그만이다. 하지만 온라인을 통해 시니어의 행동, 소비, 이동 패턴 등의 정보를 수집하기란 쉽지 않다. 이는 앞서 언급한 사회적 고령화로 인해 디지털 발자국을 남기고 있지 못한 시니어가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오프라인에서 시니어를 일일이 만나 조사하자니 그것 또한 고역이다. 이렇게 시니어에 대한 대규모의 데이터를 토대로 도출되는 통일된 트렌드가 없으니, 시니어 시장이라는 거대한 산을 어떻게 정복해야 할지 계획조차 세우지 못하는 형국인 것이다.

이에 필자는 시니어 계층 대다수가 필요로 하고, 오프라인(면대면)을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서비스를 교두보 삼아 자연스럽게 그들의 패턴을 분석할 수 있는 데이터를 하나하나 수집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믿는다. 아날로그와 면대면이 익숙한 상대방에게 시대적 흐름을 핑계로 디지털과 비대면을 들이대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것과 같다.

근래에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병원 동행 서비스(비응급 환자와 함께 병원에 동행하는 오프라인 서비스) 등의 새로운 서비스가 시니어와의 자연스러운 연결고리를 형성하고, 이를 바탕으로 시니어를 분석할 수 있는 제대로 된 오프라인 데이터가 모이는 순간, 바로 이 순간이 사회적 의미의 시니어라는 단어를 없애고 그들 또한 디지털 세상의 한 주체로 만들어 줄 수 있는 혁신적인 서비스가 탄생할 시발점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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