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 명장 창업에 도전하다] 영상캡쳐→필기노트→저장.. "구매 대학 점점 늘어요"

안경애 2021. 6. 27.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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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현 비브리지 대표

SW명장 창업에 도전하다 / 박정현 비브리지 대표

"생활 속 불편함을 없애줄 방법을 늘상 생각하는데, 아이디어를 결과물로 만들려면 프로그래밍이 필수더군요. 아이디어를 직접 서비스로 만들어보자는 생각에 SW(소프트웨어) 개발에 도전했고, '슬리드'도 그렇게 탄생했습니다."

서울 공덕동 프론트원에서 만난 박정현(사진) 비브리지 대표는 인터뷰 사이사이 걸려오는 고객들의 전화를 응대하며 서비스를 안내했다. 1993년 생인 박 대표는 작년 3월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 비브리지를 창업했다. 같은 해 4월에는 동영상 캡처 필기노트 서비스 '슬리드(Slid)'를 선보였다.

슬리드는 유튜브, 줌 등에서 진행되는 온라인 강의를 실시간 캡처해 노트필기를 하고, 내용을 저장해 주는 서비스다. 별도 프로그램 설치 없이 웹브라우저에서 아이콘 클릭만으로 이용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코로나19 상황에 온라인 학습이 급증하면서 사용자가 빠르게 늘었다. 올해 3월 기준 국내외 1만5000명 이상의 온라인 학습자가 12만개 이상의 온라인 강의를 슬리드를 활용해 듣고 있다. 이달 기준 다운로드 수는 2만5000건을 넘어섰다. 개인뿐 아니라 대학 등 단체고객도 늘고 있다. 연세대, 성균관대 등이 학과나 교수 단위로 단체 구입해 쓰고 있다.

박 대표는 "영상학습 효율성을 높이려면 캡처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사람들이 기록을 남기기 위해 사진을 찍듯이, 디지털 환경에서 캡처는 필요한 시점에 정보를 효과적으로 저장하는 방법"이라고 밝혔다.

동영상을 보다가 클릭을 하면 바로 캡처가 되고, 편집기에 해당 화면이 저장된다. 사용자들은 동영상을 멈춰가면서 캡처하고, 캡처한 화면을 다른 편집기에 붙여넣고 다시 돌아와 동영상을 볼 필요 없이, 슬리드에서 전 과정을 매끄럽게 할 수 있다.

박 대표는 "사용자들은 학습과 필기 시간이 크게 줄어들었다는 피드백을 해 준다. 1시간 짜리 영상수업을 들어가며 필기를 하는 데 2시간 가까이 걸렸다면, 많게는 절반 정도로 줄었다고 평가한다"고 말했다. 특히 공부한 내용을 블로그로 정리하는 이들은 슬리드로 캡처하면서 정리한 내용을 블로그에 바로 올릴 수 있어 강점이 많다는 설명이다. 원격수업을 하는 학생들이 사용자의 절반 정도이고, 일반 직장인과 시니어들도 나머지 절반을 차지한다.

박 대표는 "온라인 교육 콘텐츠가 늘면서 자기계발을 열심히 하는 직장인들이 코딩 공부 등을 하면서 슬리드를 사용한다"면서 "인테리어, 주식 등을 공부하는 시니어들도 주요 사용자층"이라고 설명했다.

회사는 지난 1월부터 유료 서비스를 시작했다. 유료 서비스는 무제한 캡처가 가능하고 영상을 잘라서 저장하는 클립녹화 기능도 제공한다. 음성인식 기술을 활용해 강사의 말을 텍스트로 변환함으로써 필기를 자동화하는 기능도 하반기 중 선보일 예정이다.

서강대 경영학과 12학번인 박 대표는 아직 학교에 적을 둔 학생 겸 CEO다. 회사는 박 대표를 포함한 임직원 3명이 모두 개발자다. 가용한 자원이 풍족하지 않으니 클라우드 환경에서 빠르게 서비스를 개발하고 완성도를 높여가는 전략을 구사한다.

박 대표는 "완벽성보다는 속도를 중시한다. 처음엔 로그인 기능도 없이 시작했다"면서 "데스크톱용 앱과 크롬 확장자 형태로 제공하는데, 크롬 확장자를 채택하면 사용자가 어떤 웹사이트에서든 슬리드를 이용할 수 있는 강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대학에서 창업에대한 관심을 키운 박 대표는 군 제대 이후 대학 IT연합동아리에 가입해 꿈을 구체화해 나가기 시작했다. 동아리 팀원들과 군에 간 훈련병들에게 부모님이나 여자친구가 대신 신청해 사회 소식을 전달할 수 있는 앱을 개발해 좋은 반응을 얻은 것이 개발을 제대로 배우는 계기가 됐다. 이후 동아리 활동에 집중하면서 프로그래밍의 세계에 빠져들었다. 2017년 여름에는 혼자 미국 실리콘밸리로 가서 자신의 개발실력을 테스트해볼 수 있는 해커톤에 참가했다. 2개월간 있으면서 영어도 개발실력도 크게 늘었다. 다음해에는 실리콘밸리의 협업툴 개발 스타트업에서 6개월간 인턴 생활도 했다.

박 대표는 "인턴 기간에 많은 것을 배웠다. 개발뿐 아니라 기업문화와 다양성을 존중하는 사회 분위기에 큰 감화를 받았다"고 말했다.

2019년에는 과기정통부와 IITP(정보통신기획평가원)가 진행하는 최고급 SW 인재양성 및 취업지원 프로그램 'SW마에스트로'에 도전해 최종 우수 수료자 15인에 뽑혔다.

박 대표는 "팀원들과 음성인식 웹 프롬프터 서비스 '스크립트 슬라이드'를 개발하고, 이 서비스로 비브리지를 시작했다"면서 "실력자 멘토들로부터 기술 서비스를 개발하고 상용화하는 데 필요한 실질적이고도 중요한 조언을 받은 게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멘토들은 대규모 트래픽이 일어나고 수천만명이 쓰는 서비스를 어떻게 안정적으로 개발하고 운영하는지에 대한 노하우를 전수해 줬다. 박 대표는 프로그램 종료 후 우수 연수생 대상 미국 연수에 참여해 또 한번의 인턴십 기회를 가졌다. SW마에스트로 연수생들에 제공되는 지속성장 지원사업에 선정돼 작년 고민 없이 창업에 나섰다. 창업지원금과 SW마에스트로 선배들의 조언이 실질적 힘이 돼 줬다. 초기 스타트업 투자사 '매쉬업엔젤스'와 은행권청년창업재단 '디캠프'로부터 공동 시드투자도 받았다.

박 대표는 "평생학습을 하는 모든 이들을 돕겠다. 학습자들이 온라인 어느 사이트에서 공부하든 평생 공부의 역사와 콘텐츠를 모을 수 있는 온라인 학습공간을 만드는 게 목표"라면서 "학습자들이 관심 있어 할 만한 영상을 추천해 주고 공부와 복습까지 할 수 있는 공간을 완성해 가겠다"고 말했다.

안경애기자 naturea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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