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투기' 의혹 김기표 비서관 경질..'부동산 내로남불' 다시 뭇매

이완 2021. 6. 27.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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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자 땅 투기]송영길 "청와대가 너무안이하게 인사 검증" 지적
박수현 국민소통수석이 27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김기표 반부패비서관 경질과 관련한 브리핑을 하기에 앞서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부동산 투기 의혹’이 불거진 김기표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이 27일 물러났다. ‘부동산 민심’에 예민해진 청와대로선 개발 이익을 노린 토지 구입·재산신고 누락 의혹에 영끌 빚투 논란에 휩싸인 김 비서관을 더이상 안고 갈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청와대의 허술한 인사 검증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김 비서관이 대통령께 사의를 표명했고 문 대통령은 사의를 수용했다”고 밝혔다. 박 수석은 “김기표 반부패비서관이 투기 목적으로 부동산 취득을 한 것은 아니더라도 국민이 바라는 공직자의 도리와 사회적 책임감을 감안할 때 국정 운영에 부담을 주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김 비서관이 부동산 거래 관련 의혹은 지난 25일 공개된 공직자 재산 등록 현황이 계기가 됐다. 김 비서관은 경기도 분당 아파트(14억5천만원)·서울 마곡동 상가(65억4800만원)·경기도 광주 송정동 임야(4970만원) 등 총 91억2623만원을 신고해 이번에 재산이 공개된 고위 공무원 73명 중 자산이 가장 많았다. 금융채무도 54억여원으로 가장 많았다. 김 비서관은 마곡동 상가 구입 등을 위해 수십억원대의 빚을 지는 ‘영끌 빚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에 들어오기 전 변호사 시절 구입했다고 하지만, 일반인들에겐 상상하기 힘든 규모의 대출을 받아 재테크를 한 것이다.

김 비서관이 보유한 부동산 가운데 경기도 광주 송정동 임야(1578㎡)는 도로가 연결되어 있지 않은 이른바 ‘맹지’이지만 지난 2016년 광주시가 행정타운과 연계한 주거·업무·상업지역으로 개발하겠다고 고시한 송정도시개발구역과 약 1㎞ 떨어져 있는 땅이었다. 개발 이익을 노려 임야를 구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밖에 김 비서관은 재산신고 누락 의혹도 받고 있다. 김 비서관은 광주시 송정동에 임야 외에 근린생활시설 건물(84㎡)을 신고했는데, 그는 이 건물이 위치한 토지(1361㎡)는 신고하지 않았다. 이 땅은 2019년 임야에서 대지로 지목변경이 이뤄진 곳이다.

김 비서관의 재산 문제가 논란이 되자, 여당 지도부는 발 빠르게 움직였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전날 김 비서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청와대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민주당 관계자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김영호 당 대표 비서실장을 통해 김 비서관이 국민에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는 취지의 의견을 청와대 정무수석에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투기 의혹이 제기된 의원들에게 탈당 권고라는 ‘극약 처방’을 내리면서까지 탈피하려고 했던 ‘내로남불’ 이미지가 또다시 덧씌워질 것을 우려한 까닭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당이 집이 두 채만 있어도 팔라고 하는 상황인데 자꾸 이런 일이 일어나서 답답하고 안타깝다”며 “일반 국민들이 보기에 좋지 않은 일인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비록 청와대가 김 비서관을 사실상 경질하면서 서둘러 수습에 나섰지만, 청와대의 인사 검증 문제는 또다시 논란이 됐다. 청와대는 김 비서관을 임명하기 20일 전인 지난 3월 11일 비서관급 이상을 대상으로 부동산투기 전수조사를 벌여 투기의심 거래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김 비서관은 당시 임명 전이어서 조사 대상은 아니었지만 이후 인사 검증 때 이를 철저히 확인했는지 비판이 잇따른다. 송영길 대표는 이날 연합뉴스TV 인터뷰에서 “청와대가 신속하게 처리를 잘했다”고 평가하면서도 “청와대가 너무 안이하게 인사 검증을 한 것 아닌가 하는 지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이 우리 청년들에게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40∼50%로 제한하면서 50억 원을 빌려서 부동산 투자를 한 것은 법률적 하자가 없다 할지라도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인사 검증 때 부동산 내역을 확인했고, 취득 경위와 자금조달 방식 등을 구체적으로 점검했지만, 투기 목적의 부동산 취득은 아닌 것으로 판단했다”면서도 “인사 검증 부실에 대해서는 많은 비판을 받고 있고, 부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완 심우삼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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