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發 소득 공방] "기본소득, 양극화 격차 해소 힘들어".. "안심·공정소득, 기존 복지 통합 숙제"

임재섭 2021. 6. 27.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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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의견
김낙회 전 관세청장.
박기성 성신여자대학교 교수.
박영범 한성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경제 전문가들은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기본소득'에 대해 '현실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소득 양극화 격차를 줄여주지 못하는데다, 재원 소모가 지나치게 크다는 것이다. 다만 기본소득의 대안으로 야권에서 제안한 안심소득·공정소득도 추상적이라는 비판이 있어, 더 구체화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 "재원, 효용에 주목해야"= "기본소득, 안심소득, 공정소득 등 소득 공방의 핵심은 결국 재원을 효과적으로 사용해 최선의 복지체계를 만들자는 것입니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정치권 소득 공방에서 '재원의 효용성'에 주목했다. 한정된 재원을 효과적으로 사용해 소득 양극화, 부의 불평등을 해소하는 방향으로 복지체계를 설계해야 한다고 성 교수는 주장했다.

성 교수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뜨거운 현안으로 자리 잡고 있는 소득 공방에 대해 "어떤 방식으로 복지 체계를 가져갈지에 대한 논의가 시작된 것"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성 교수는 전국민 일괄 지원 방식의 기본소득보다 소득이 낮은 계층에 더 많은 지원이 돌아가는 안심소득이나 공정소득에 더 높은 점수를 줬다. 그는 "전체 국민에 같은 금액을 지급하는 방식은 재정 소요 규모가 크다"며 "기존 복지체계를 정비해 기본소득 체계를 구축하는 게 아니라, 기존 복지체계를 유지한 채 기본소득이라는 이름으로 추가 현금복지를 지급하는 것으로, 추가 재정부담을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안정적이고 지속적 재원조달 방안이 필요한데, 결국 증세 없는 복지는 쉽지 않다"면서 "간단히 1인당 연간 100만원(월 8만3000원)을 기본소득으로 책정해도 전 국민에게 지급하려면 50조원(5000만명 기준)이 필요하고, 한 번의 지출이 아니라 매년 그 만큼의 예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성 교수는 '실업'을 예로 들었다. 성 교수는 "4차 산업혁명으로 노동수요가 감소해 실업이 발생하니 전 국민에게 일정 소득을 지급하자는 논점이 있다. 이 문제는 기본소득으로 해결하기보다 규제를 개편해 새로운 기업과 일자리를 만드는 게 더 중요하다"며 "실업이 문제라면, 전 국민에게 기본소득을 지급하기보다 일자리가 없는 계층에 실업급여를 직접 지원하는 방식이 효과와 재원 측면에서 타당하다"고 말했다.

증세저항도 고려할 점으로 꼽았다. 성 교수는 "기본소득처럼 보편적 지출을 계획한다면 3대 주요 세원인 소득세·부가가치세·법인세 가운데 하나를 인상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기본소득을 목적으로 세금을 강화하는 것은 전형적인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하석상대(下石上臺)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영범 교수 "소득 파악 어려워 기본소득 정착 어렵다"= 박영범 한성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이 지사의 '기본소득'에 대해 "제가 보기에는 아직까지 장점이 아직 없는 것 같다"며 "다른 나라에서 시도해본 적이 없다. 핀란드에서 2년간 시도했다가 중단된 것이 전부"라고 혹평했다.

박영범 교수는 "기본소득이 나오게 된 배경이 핀란드 이전에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되면서 일자리가 많이 줄어들면서 나오게 된 것"이라며 "이번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이 오면서 기본소득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고 운을 뗐다.

박 교수는 한국에서 특별히 기본소득을 실현하기 어려운 이유에 대해 "전국민 재난지원금과 비슷하다. 재난지원금을 못주는 기본적인 이유는 소득 파악이 어렵기 때문"이라며 "자영업자 등이 그렇다. 소득은 그럭저럭 되지만, 비용 처리를 제대로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정부가 고소득자에 기본소득을 주는 것은 세금을 거둔 뒤 다시 나눠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에 들어왔다가 나가는 과정에서 세금이 30~40%는 손실된다는 것이다.

그는 "미국도 실업급여의 경우, 자신이 받던 급여에 준해 2년이나 주고, 연방정부가 추가로 더 지급하니 실제로 나가서 일하는 거 보다 실업급여를 받는 게 더 나은 현상이 벌어졌다"며 "결국 미국은 지금 구인난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다만 안심소득과 관련해 "선별적 복지제도와 같은 것으로, 기본소득에 중위소득 개념을 적용시켜 전국민으로 확대한 정책"이라며 "이걸 도입하자면 이전 복지제도와 조정이 먼저 돼야 하고, 재정에도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오세훈 시장이 이 지사에 대해 정치적 프레임으로 대항하기 나온 것으로 보이지만, 안심소득도 시행하기 위해서는 현재 우리나라의 복지 시스템을 다시 짜야 한다"며 "시장경제 체제의 국가에서는 이런 정책을 하는 나라가 전무후무하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기본소득은 사실상 정치인들이 프레임을 만들어서 꺼낸 것이지, 경제 정책으로 보기는 어렵다. 이 지사는 늘려간다는 계획이라고 했는데, 그렇게 되려면 우리나라 복지 시스템을 전부 바꿔야 한다"며 "있는 것을 그대로 놔두고는 할 수가 없다. 기본적으로 기본소득 자체는 우리나라 조세 시스템 내에서는 불가능한 이야기"라고 말했다.

◇박기성 교수 "양극화 줄이는 효과 없어"= 박기성 성신여자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자신의 저서(자유주의 노동론·2020년 11월·펜앤북스)에서 "안심소득제와 동일한 규모의 예산으로 기본소득제를 실시할 경우, 소득격차와 양극화를 완화시키는 효과는 매우 미미하다"며 "소득규모와 상관없이 모든 국민에 동일한 금액을 분배하기 때문에 소득의 상대적 분포에 영향을 거의 미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주어진 예산으로 저소득 취약 계층을 효율적으로 돕는 방법은 이들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들의 소득 수준을 고려해 지원하는 것"이라며 "이 지사의 공약대로 '지역화폐' 형태로 지급한다면 '소비'는 늘겠지만 '투자'가 불가능해진다. 또 국민이 일을 덜 하거나 안 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노동공급을 크게 감소시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기성 교수는 기본소득 담론을 주도하는 그룹에 대해서는 일원인 LAB2050(이원재 대표)를 거냥해 "LAB2050은 연 187조원(올해 중앙정부 본예산의 37%)의 재원이 조달 가능하므로 당장 국민 1인당 연 360만원(월 30만원)을 지급하는 기본소득제를 시행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이 안에 따르면 기초연금, 아동 수당 등 기존 복지제도들을 폐지하고, 소득세제에서 지금까지 있었던 비과세와 감면제도를 없애면서 기본소득제를 실시하는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저소득층은 복지 혜택이 줄어들어서 반발할 것이고, 월급 생활자로 대표되는 중산층도 소득세제 상의 혜택이 줄어들어서 호응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에서 프리드먼이 제안한 음소득세가 채택되지 않은 이유"라고 짚었다.

다만 박 교수는 기본소득 대안으로 야권에서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음의 소득세'와 관련해서 "기존 복지제도, 비과세 감면제 등의 폐지라는 큰 산을 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에서 프리드먼이 제안한 음의 소득세가 채택되지 않은 이유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라며 "기존 복지제도와 비과세, 세금 감면제 등을 폐지하면서 실시할 것을 제안했으나, 저소득층과 중산층 반발 때문에 채택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낙회 전 관세청장 "영국 유니버셜 크레딧이 좋은 예"= 김 전 청장은 기본소득 대안으로 꼽히는 '부의 소득세'를 언급하면서 "부의 소득세를 직접 하는 나라는 없지만, 미국과 캐나다 등에서 근로장려세제 등의 제도로 간접 시행하고 있다"며 "영국에서는 유니버셜 크레딧이라고 해서, 기존 현금성 복지를 통합해 시행하는 비슷한 내용의 제도를 2013년부터 시행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전 청장은 공정소득·안심소득 등 여러 소득 공방에 대해 "당연히 모든 제도가 완벽할 수는 없다"며 "물론 기존 복지제도를 통합하는 게 굉장히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김 전 청장은 "단일화를 통해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장점이 클 것"이라며 "논의 자체는 바람직하다고 본다. (제대로 논의도 안해본 정책을)불쑥 들어갈 수는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김 전 청장은 "전체를 대상으로 보편적 복지를 할 지, 선별적 복지를 할지 어느 쪽이 더 바람직한지 걸 충분히 논의해보고 현실적합한 제도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미경·임재섭·한기호·권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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