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2개 홀에서 승부 뒤집은 이준석, 3억 2500만원 그 이상의 가치

김현지 2021. 6. 27.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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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충남)=뉴스엔 김현지 기자]

이준석(호주)가 마지막 2개 홀에서 2명의 선수를 차례로 꺾고 우승컵의 주인공이 됐다. 와이어 투 와이어.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데뷔 13년 만에 내셔널 타이틀 대회인 '코오롱 제63회 한국오픈 골프선수권대회'(총상금 13억원, 우승상금 4억원) 에서 무관의 설움을 털어냈다.

이준석이 6월 27일 충남 천안 우정힐스CC(파71, 7326야드)에서 열린 내셔널 타이틀 대회 '코오롱 제63회 한국오픈 골프선수권대회' 최종라운드에서 버디 4개와 보기 4개를 묶어 이븐파를 쳤다. 최종합계 8언더파를 작성한 이준석은 2위 박은신을 1타 차로 따돌리고 우승했다.

1라운드에서 2018년 이 대회 우승자 최민철, 국가대표 김백준과 공동 선두로 출발한 이준석. 2라운드에서는 변진재와 공동 선두였다. 3라운드에서는 10대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김주형에 1타 차 단독 선두로 경기를 마쳤다.

3라운드까지 경기 중 선두를 내어줄지 언정, 마지막 홀 퍼트 후 리더보드 최상단에는 꼭 이준석의 이름이 있었다. 최종라운드 역시 마찬가지다. 김주형에 1타 차 단독 선두, 박은신에 2타 차 공동 3위로 출발한 이준석. 1번 홀(파4)부터 보기를 범하며 공동 선두가 됐고, 2번 홀(파4)에서 버디를 낚은 김주형에 선두를 내어주기도 했다.

두 선수가 엎치락뒤치락하던 중 8번 홀(파5)에서는 박은신까지 공동 선두로 올라섰다. 삼파전 양상이 된 것. 세 선수는 끝까지 무너질 듯 무너지지 않으며 우승의 불씨를 되살렸다. 어느덧 경기는 후반부로 향했고, 16번 홀(파3)에서 이준석이 보기를 범했다. 남은 홀은 2홀. 공동 선두인 박은신, 김주형과는 2타 차로 벌어졌다.

그때, 믿을 수 없을 만큼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대역전 드라마가 쓰인 것. 이준석의 반전플레이에 선수들이 동요했다. 17번 홀(파4)에서는 박은신이 먼저 위기를 맞았다. 박은신은 티샷 미스를 해 티샷이 옆 홀로 넘어갔다. 세컨드 샷은 그린 왼쪽 경사진 언덕의 깊은 러프에 빠졌고, 결국 파세이브에 실패했다. 김주형도 버디를 낚지 못했다. 그러나 이준석은 무려 9m에 달하는 장거리 퍼트를 성공시키며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18번 홀(파5)에서는 지난 3라운드부터 이준석을 압박하던 김주형이 갑작스레 무너졌다. 대회 4일 내내 한 번도 하지 않았던 실수를 한 것. 티샷이 아웃오브바운스(OB)가 됐고, 결국 보기를 범했다. 장타자 김주형에게는 버디 이상의 스코어도 기대해 볼 만한 홀에서 보기가 기록된 것이다. 또한 박은신과 비슷한 거리의 버디 퍼트를 남겨뒀는데, 박은신은 파를 기록했고 이준석은 버디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이번 대회 우승 상금은 4억원이다. 준우승 상금은 1억 2천만원, 단독 3위 상금은 7500만원이다. 우승을 한 지금이야 4억을 벌었지만, 만약 준우승을 했더라면 2억 8천만원을 덜 받게 된다. 만약 2개 홀에서 버디를 낚지 못했더라면 3위 상금인 7500만원만 받게 됐을 수도 있다. 그랬다면 3억 2500만원을 덜 받게 되는 셈이다.

하지만 단순히 상금으로만 계산될 문제는 아니다. 이준석에게는 그 이상의 가치다. KPGA 투어 데뷔 13년 만에 생애 품에 안은 생애 첫 승이다. 4일 내내 선두를 달리는 동안 경쟁자는 계속해서 바뀌었다. 치열한 승부를 한 만큼 정신적 체력적 소모도 컸을 테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을 이겨내고 결국 '내셔널 타이틀 대회 한국오픈 우승컵'이라는 값진 전리품을 얻어냈다.

이준석은 코리안투어 데뷔 직후 드라이버 샷 입스로 시드를 잃으면서 마음 고생도 심했다. 코리안투어보다는 비교적 페어웨이 폭이 넓은 호주투어와 아시안투어, 원아시아투어 등 여러 투어를 전전하며 자신감을 얻고자하기도 했다. 기나긴 방황은 2017년에야 막을 내렸다. 이준석은 마음을 다잡고 2017년 코리안투어에 정착했다.

그 후 여러 차례 우승 경쟁을 했지만 번번이 우승의 문턱에서 좌절했다. 준우승은 2차례했다. 긴 암흑기를 걸어온 그에게 이번 대회는 가장 치열했던 72홀이다. 그 중 매번 리더보드 상단에서 엎치락뒤치락했던 70홀, 그리고 승부의 쐐기를 박게 한 마지막 2개 홀은 그의 골프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될 것이다.

이준석은 마지막 3개 홀에 대해 이렇게 회상했다. 이준석은 "16번 홀에서 보기로 선두 그룹과 멀어진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연속 보기를 하면 승산이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고 했다. 그리고 2개 홀을 이렇게 복기했다. 그는 "17번 홀 버디 퍼트는 캐디와 상의를 하니 내가 생각한 라 인과 일치했다. 그래서 확신이 있었고, 퍼트가 들어가면 분위기가 넘어올 것이라 생각해 자신을 가지고 퍼트했다"고 했다.

이어 18번 홀에 대해서는 "사실 투온을 시도하려고 했는데, 갑자기 종아리에 쥐가 났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파 온을 했다. 오히려 핀에 잘 붙어 오히려 이득이었다"고 하며 "마지막 퍼트는 무조건 들어갈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내가 본 대로 치면 들어갈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이야기했다.

13년 만에 우승한 이준석은 이번 우승으로 자신감을 얻었다. 드라이버 샷 입스로 샷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기 위해 여러 투어를 전전했던 것 처럼, 우승 경쟁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기 위해 꼭 13년이 걸렸다. 그 13년은 이번 대회에서 눈 녹듯 사라졌다.

우승에 대한 두려움을 떨친 그의 다음 목표는 다승이다. 그는 "이번 우승이 우연이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더 많은 승수를 쌓겠다. 최대한 많은 승수를 쌓아 한국에서 톱 플레이어로 자리매김하겠다"고 다짐하며 "남은 시즌 다승을 해 상금왕과 대상 무엇이든 하고 싶다"는 목표를 밝혔다.(사진=이준석/코오롱 한국오픈 조직위원회)

뉴스엔 김현지 9288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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