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자회사 회장님, 14년째 러브모텔을 조각가 작업실로 지원
14년째 조각가 물심양면 지원
내년 프리즈 개최 앞두고
한강공원에 조각축제 열것
양주 군부대 조각전 개최
1세대 조각가 책 출간도
"미술·국악·詩 등 문화경영
예술 같은 과자 비결이죠"
지난 25일 서울 남산 인근 식당에서 만난 그는 이글거리는 눈빛과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환갑이 됐는데도 투잡을 뛰는 조각가들이 많을 정도로 국내 미술 시장이 열악하다"며 "나도 나이가 먹어가니까 이번에 '확' 밀어줘야 한다. 열정 있는 조각가들과 함께 K조각 한류 꿈을 이루고 싶다"고 강조했다.
한강 공원 조각 전시는 올초부터 중견 조각가 50명을 만나 구상한 '글로벌 K조각 프로젝트' 일환이다. 세계 미술 시장 연구는 오랫동안 꾸준히 해왔다. 2007년 경기도 양주시 장흥면 크라운해태 송추 아트밸리 인근 러브모텔 10여개를 인수·개조해 작업실을 제공한 후 조각가들과 함께 스위스 바젤과 중국 상하이, 홍콩 아트페어 등을 다니면서 세계 미술 시장 흐름을 공부해왔다.
"스위스 바젤 아트페어 기간에 집을 빌려놓고 조각가들을 먹이고 재우면서 갤러리 대표들과 만나게 해줬어요. 송추 아트밸리 입주 작가가 20명이고 그 곳을 거친 졸업 작가가 20명인데 이제 꽃을 피울 때가 됐어요. K팝과 K스포츠가 한류를 일으켰듯이 조각도 떠야죠. 금년 들어 저녁마다 조각가들을 만나 '조각계 박세리, 싸이가 되라'고 이야기중이에요."
윤 회장은 "원로 작가들의 작품은 유물이 아니라 한국 조각의 새로운 미래를 창조하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며 "지난 역사에서 새로움을 창조하는 법고창신(法古創新) 정신으로 한국 조각의 아름다움을 전세계에 알리는 K조각의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책 출간을 계기로 지난 25일 서울 성신여대에서 한국 조각의 세계적 위상을 높일 방안을 찾는 '제1차 K-조각 학술 세미나'를 열었다. 지난 21일 장흥면 옛 군부대 주둔지에서는 중견 조각가들 대형 작품 70여점으로 야외조각 전시회 '2021 양주조각가협회 창립전'을 개막했다. 오는 8월 20일까지 민성호, 전강옥, 최은정, 이민수, 신동희 등이 작품을 펼친다.
윤 회장은 이번 조각전을 빛내기 위해 지난달 조형아트페어에서 높이 3m 김성복 조각 '바람이 불어도 가야한다'와 높이 5m 권치규 조각 '이수목(Circlation)'을 구입했다. 이번 전시작 중에 조각가들의 인기 투표 1위에 오른 최승애 작품 '별'도 사들였다. 그동안 특정 조각가를 밀어준다는 구설에 휘말릴까봐 작품 구입을 꺼렸지만 작가들의 추천작을 구입하면서 지원하고 있다.
"지자체에서 대여료를 받아 작가들에게 주고, 작품 운송 설치는 우리 회사가 합니다. 공원 전시가 끝나면 주민들이 '작품이 왜 없어졌느냐'고 민원을 제기할 정도로 반응이 좋아요. 세브란스병원 조각 전시를 본 관객들이 생기가 돈다고 해서 견생이란 제목을 붙였는데 '견물생심(見物生心)' 즉 작품을 보면 사고 싶다는 뜻도 되더군요."
그는 2017년 서울 광화문 광장에 눈조각 축제를 열고, 2012~2013년 서울국제조각페스타조직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윤 회장은 "14년간 얽히고 얽혀 나도 모르게 조각인이 됐다"며 "조각가는 아니고 조각가 편을 드는 사람이다"고 말했다.
그는 2007년 락음국악단을 창단하고 직원들 시집을 내는 등 문화예술경영 선두주자로 꼽힌다. "크라운과 해태 합병 후 동문수학을 하면 임직원 화합이 빨리 될 것 같아서 화가와 시인을 불러 아카데미를 열었어요. 직원들이 판소리와 눈조각, 시를 배우면서 창조성을 체득합니다. 예술 같은 과자를 만드는 비결이죠."
[전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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