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갑다, 10대 그룹 여성 CEO..포스코·한화서 나왔네 [스페셜 리포트]

정승환 2021. 6. 27.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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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PECIAL REPORT : 재계에 부는 女風…더 세졌다 ◆

재계에 여풍(女風)이 거세다. 올해 신규 선임된 10대 그룹 사외이사 가운데 여성은 41.8%(28명)에 달했다. 자본시장법 개정에 따라 내년 8월부터 여성 등기임원이 의무화되면서 여성 리더들의 몸값이 올라가고 있다. 여성 등기임원 의무화 대상은 자산총액 2조원 이상 주권상장법인이다.

사외이사뿐만이 아니다. 여성들은 주요 기업 최고경영자(CEO) 자리도 차지하고 있다. 창업주 일가뿐 아니라 전문경영인 여성 CEO도 늘어나고 있다.

10대 그룹 여성 CEO는 이부진 호텔신라 대표, 이유경 엔투비 대표, 김은희 한화역사 대표 3명이다. 이부진 대표는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장녀다. 반면 이유경 대표와 김은희 대표는 각각 포스코와 한화 공채 출신이다. 이유경 대표는 1990년 포스코 첫 여성 대졸 공채 입사자이자, 포스코 52년 역사상 최초의 그룹사 여성 CEO다. 그는 포스코 설비자재구매실장으로 근무하다 올 1월 일반자재 공급 계열사인 엔투비 대표에 취임했다. 김은희 대표도 한화그룹 사상 첫 여성 CEO 직함을 갖고 있다. 유리천장을 깨뜨린 40대 여성 경영자다. 그는 2001년 갤러리아백화점에 입사한 지 20년 만인 지난해 말 CEO가 됐다. 이 승진은 발탁으로 해석된다.

현대차그룹, SK, LG, 롯데, GS, 현대중공업, 신세계는 아직 여성 CEO가 없다.

30대 그룹으로 범위를 확대하면 KT, 카카오, 네이버 등 통신·플랫폼 기업이 눈에 띈다. KT가 지난 1월 설립한 콘텐츠 회사 KT스튜디오지니 초대 대표는 김철연 CEO다. 김 대표는 CJ ENM과 네이버를 거친 콘텐츠 전문가로, KT그룹 최초의 여성 최고경영자다. KT는 올해 여성 임원 비율이 10%를 돌파했을 정도로 여성 인재풀이 탄탄하다.

정신아 카카오벤처스 대표는 카카오 계열사 CEO 중 유일한 여성이다. 정 대표는 이베이와 NHN을 거쳐 2013년 말 벤처캐피털(VC)인 케이큐브벤처스(현 카카오벤처스)에 합류했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는 업계 대표 여성 CEO다. 2017년 3월부터 네이버 대표를 맡아 회사를 이끌고 있다.

30대 그룹 밖에선 오너가 여성 CEO들이 눈에 띈다. 범LG가(家) 구지은 전 캘리스코 대표는 최근 아워홈 대표에 취임했다. 아워홈 이사회는 구자학 아워홈 회장의 장남인 구본성 부회장을 대표에서 해임하고, 구지은 대표를 새로운 CEO로 선택했다. 구 신임 대표는 2004년 아워홈에 입사해 10년간 매출을 3배 가까이 끌어올리는 데 핵심 역할을 담당했다. 또 다른 범LG가인 깨끗한나라 최현수 대표도 여성 CEO다.

김선희 매일유업 대표는 김정완 매일유업 회장과 사촌지간이다. 하지만 김 대표는 전문경영인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BNP파리바, 한국씨티은행, UBS 등을 거친 뱅커 출신이다. 2009년 매일유업에 합류해 재경본부장(CFO) 등을 지냈으며, 2014년부터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대표이사는 아니지만 부회장이나 사장 직함을 갖고 있는 여성 오너 경영인으로는 정유경 (주)신세계 총괄사장, 조연주 한솔케미칼 부회장, 임세령 대상 부회장 등이 있다. 조연주 부회장과 임세령 부회장은 등기임원을 맡고 있다. 조현민 (주)한진 부사장은 미등기임원이며, 미래성장전략과 마케팅을 총괄하고 있다.

금융권에선 유명순 한국씨티은행 행장, 박정림 KB증권 대표, 조순옥 KB신용정보 대표, 최현숙 IBK캐피탈 대표 등이 현직 여성 CEO들이다. 5대 금융지주 계열 중 여성 CEO는 KB가 유일하다.

이준희 법무법인 지평 ESG그룹장은 "ESG(환경·책임·투명경영) 관점에서 리더 그룹의 일정 정도의 여성 비율은 비즈니스 경쟁력 관리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며 "ESG 경영 시대에는 재무적인 숫자를 만들어 내는 비즈니스 성장 전략(market growth)과 비재무요소에 대한 가치 의사결정 전략(value management)을 통합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러한 통합 추진을 위해서는 성별이나 국적 등 다양성에 대한 경영 전략화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인적자본 관점에서 여성 인재를 확보하고, 성별 다양성을 관리하는 것이 기업의 경쟁력 중 하나라는 게 이 그룹장 주장이다.

여성 CEO는 증가 추세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상장기업 CEO 중 여성 비중은 3.6%에 달했다. 2015년 2.8%에 비해 0.8%포인트 증가한 규모다. 상장사 여성 CEO는 2018년 100명을 돌파했으며 2019명 115명으로 집계됐다. 올해는 지난해에 비해 여성 CEO가 소폭 증가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미국 등에 비해선 아직도 그 수치가 미미하다. 미국 NGO 캐털리스트(Catalyst)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S&P500 기업의 여성 CEO 비중은 6.0%로 나타났다.

ESG위원회 구성도 아직은 남성 위주다. 전경련의 '2021년 30대 그룹 ESG위원회 구성·운영 현황'에 따르면 ESG 위원 207명 중 남성이 181명(87.4%), 여성은 26명(12.6%)에 불과했다. 전경련은 30대 그룹 중 이사회 내 ESG위원회가 설치된 16개 그룹의 51개사 ESG위원회를 분석했다.

김봉만 전경련 국제협력실장은 "한국은 CEO 등 기업 내 여성 고위직이 글로벌 주요 기업 대비 여전히 높지 않다"며 "기업과 정부는 여성 인력 확대를 위해 더욱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여성 CEO뿐 아니라 이사회 내 여성 비율이 더욱 확대돼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윤덕찬 지속가능발전소 대표는 "이사회는 주주 가치 보호뿐 아니라 이해관계자 가치를 보호·대변하는 역할도 담당한다"며 "여성 이사가 포함된 이사회는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다양한 가능성과 위험을 더욱 잘 식별할 수 있으며, 기업의 지속가능한 가치 창출에 있어 중요한 이익을 대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홍지연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사회는 경영자를 관리·감독하는 업무 수행 시 다양한 관점과 지식이 필요하다"며 "여성 이사 선임은 이사회 성별 다양성 확보로 보다 효과적인 감독 기능 수행, 기업 가치 제고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전했다.

홍 위원은 "여성은 위험 회피 성향과 세심함 등을 갖고 있어 다양한 관점의 독립적 의견 개진과 회계 투명성 강화에 긍정적인 효과를 나타낸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며 "ESG 관점에서 이사회에 여성을 참여시킨 기업에 대한 투자를 늘리겠다는 연기금도 있다"고 말했다.

삼성 김수진·SK 남재인 여성 ESG 책임자도 두각

KT·CJ도 여성임원 포진
양성평등·다양성에 기여

LG에너지솔루션·이마트
여성이 ESG위원회 수장
최고경영자(CEO)뿐 아니라 ESG(환경·책임·투명경영) 부문에서도 여성 리더들의 활약이 돋보인다. 특히 ESG에는 양성평등과 다양성이 포함돼 있는 만큼 여성 ESG 임원들의 역할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김수진 삼성전자 전무는 김원경 부사장과 함께 지속가능경영추진센터를 이끌어가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경영지원실 지속가능경영사무국을 CEO 직속 지속가능경영추진센터로 격상했다. 김 전무는 미국 로펌 필스버리 윈스럽 쇼 피트먼과 김앤장을 거친 국제변호사 출신이다. 그는 글로벌협력팀(Global Public Affairs·GPA) 등을 거치며 지속가능경영 분야 전략 수립과 현안 대응에 기여했다.

SK그룹에선 남재인 부사장과 이방실 부사장이 ESG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남재인 부사장은 SK 수펙스추구협의회 SV추진팀 담당 임원이다. SV위원회와 산하 SV추진팀은 SK 관계사 ESG 관련 업무를 지원하는 조직이다. 관계사들이 사회적가치를 수치로 계량화하는 작업도 지원하고 있다.

이방실 SK하이닉스 ESG전략담당 부사장은 올해 1월 SK하이닉스에 입사했다. 그는 공유가치창출(CSV)과 지속가능경영 분야 전문가로, 저서 '빅프라핏(Big Profit)'을 통해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기업의 새로운 성장 모델을 소개했다.

이 부사장은 "ESG를 기업의 지속가능경영 수준을 객관적으로 진단하고 기업의 장기 전략에 반영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성장동력으로 활용하는 게 SK하이닉스가 지향해야 할 ESG 경영의 핵심"이라고 밝혔다.

이선주 KT ESG경영추진실장은 KT 공채 출신 임원으로 그룹 ESG 경영을 총괄한다. KT는 지난해 말 지속가능경영단을 ESG경영추진실로 확대 개편했다. 최근 KT가 광화문에 있는 14개 기업·지방자치단체·비영리기관 등과 함께 만든 '광화문원팀'은 ESG경영추진실에서 나온 아이디어로 시작됐다. 광화문원팀은 광화문 지역 기업체 등이 인근 자영업자들을 지원하는 상생 프로젝트다. 그는 RE100(재생에너지 100%) 등 그룹사 차원에서의 환경 경영도 추진하고 있다.

민희경 CJ 부사장은 사회공헌추진단장이다. 그는 CSV(Creating Shared Value) 경영실장과 인재원장 등을 지냈다. 2011년 CJ 입사 전엔 미국 뉴욕은행, 도쿄미쓰비시UFJ은행, 푸르덴셜투자증권 등 글로벌 금융회사에서 경력을 쌓았다. CJ는 베트남 농촌개발 CSV 사업, 중소기업과의 상생 산업 생태계, 실버택배사업 등을 펼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지속가능경영 디비전(Division)장은 오정화 상무다.

이사회 산하 ESG위원회 위원장이 여성인 곳도 있다. LG에너지솔루션 ESG위원장은 신미남 전 케이옥션 대표다. 신 위원장은 두산 퓨얼셀BU 사장과 맥킨지 컨설턴트를 역임한 신재생에너지 전문가다. ESG위원회는 ESG 경영 관련 최고 심의 기구다. 이마트 ESG위원장은 김연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다. 김 교수는 이마트 첫 여성 사외이사이기도 하다. 금융투자업계에선 미래에셋증권 ESG위원장이 여성이다. 이젬마 ESG위원장은 경희대 국제대 국제학과 교수다.

[정승환 재계·ESG 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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