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호텔 일단 사놓고 보자"..큰손들 몰려드는 이유 봤더니

강인선 2021. 6. 2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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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각 쉽지않던 호텔..올해 들어선 손 바뀜 활발
서울 요지 자리잡은 호텔들
코로나 탓에 실적 급감했지만
땅값 상승으로 자산가치 급등
2년새 매각가 2배된 호텔도
매수자들 "호텔 자체 보다는
부동산 가치 보고 투자한 것"
향후 주거·사무용 용도변경

◆ 위기의 호텔업계 ◆

호텔은 매각이 쉽지 않은 자산이다. 원매자들이라 할 수 있는 자산운용사, 건설회사들이 호텔에서 매력을 찾는 부분은 '토지'지만 호텔 소유자들은 건물에 들인 막대한 자금이 매각가에 반영되기를 원해 가격 차가 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올해 들어 수도권 호텔 손바뀜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주로 자산운용사나 건설 시행사들이 교통 요지에 있는 호텔을 사들이는 경우가 많다. 현대자산운용은 지난달 초 서울 마포구 동교동에 위치한 머큐어 앰배서더 홍대 건물을 매입했다. 현대건설·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알비디케이 컨소시엄은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소재 크라운관광호텔을 인수하기 위해 막바지 협상을 진행 중이다. 서울 강남구 르메르디앙(옛 리츠칼튼) 호텔은 올해 2월 영업을 종료했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 위치한 쉐라톤 서울 팔래스 강남호텔은 지난해 말 부동산 개발업체인 더랜드 컨소시엄에 인수된 것으로 전해졌으며 중구에 위치한 밀레니엄 힐튼 서울호텔도 최근 이지스자산운용을 새 주인으로 맞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스자산운용에 따르면 2018년부터 꾸준히 줄어들어 지난해 8000억여 원을 기록한 호텔 총 거래 금액은 올해 들어 다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까지 수도권을 중심으로 호텔 손바뀜이 나타나고 있는 데는 매각과 매수 측 가격 차에 대한 눈높이가 줄어든 데 있다. 코로나19로 외국인 관광객들 발길이 끊기면서 호텔 소유주들의 경우 꾸준히 발생하던 현금흐름이 끊겼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차입에서 발생하는 이자 비용을 호텔에서 나오는 수익으로 충당하던 오너들이 '깔딱고개'를 넘지 못하고 호텔을 매물로 내놓고 있다"고 설명했다.

원매자 측에서 호텔은 지난해 더욱 매력적인 매물이 됐다. 세계적으로 유동성 공급이 풍부해지면서 자산 가치가 전반적으로 상승한 가운데 수도권 부동산시장은 그중에서도 상승세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달 21일 결정된 서울시 개별공시지가는 전년 대비 11.54% 증가했다. 강남구 상승률이 14.1%로 가장 높았고 영등포구(13.9%), 강서구(12.75%) 등이 뒤를 이었다.

주로 교통이 편리하고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에 있는 호텔들은 공시지가 상승률보다 훨씬 더 높은 가격에 매각됐을 것으로 보인다.

100억원 전후 호텔을 거래하는 플랫폼을 운영하는 구태홍 강남114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지역은 호텔 영업성이 떨어졌다고 해서 절대 가격까지 함께 떨어지지 않았다"며 "송파구 방이동에서 거래된 한 호텔의 경우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만 해도 평(3.3㎡)당 8000만원이었던 가격이 지난해 1억3000만원으로 오르더니 올해 들어서는 1억4000만~1억500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고 말했다. 강남구 호텔 시세는 2019년 평당 1억원에서 현재 최대 2억원가량으로 오른 상황이다.

호텔보다는 부동산 가치에 중점을 두고 거래가 이뤄지다 보니 전통적으로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호텔이 많지 않은 지역 매매가도 크게 올랐다. 구 대표는 "지난해 7월 급매물로 나왔던 노원구 한 호텔은 90억원가량에 매각된 뒤 130억원에 다시 매물로 나왔고, 강북구 수유역 인근 노후 모텔의 3분의 1가량이 최근 주거 목적으로 손이 바뀌면서 매매가가 오른 현상도 눈에 띈다"고 설명했다. 개점휴업 상태인 서울 중구 호텔들도 올해 공시지가 상승률(8.57%) 수준 이상으로 매매가가 오른 상태지만 주거용으로 개발할 수 있는 여지가 많지 않아 매매는 잘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으로 전해졌다.

한 자산운용 업계 고위 관계자는 "호텔을 인수해 그 호텔 가치를 높이려면 지역 상권과 시너지 효과를 감안해야 한다"며 "호텔을 다른 용도로 변경할 경우 지역 수요자를 얼마나 확보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해당 호텔 주변 지역에 아파트를 찾는 수요자가 많다면 주거용 부동산 가격이 뛰고 대출 가능 한도가 제한되면서 기존 예산으로 아파트를 선택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 이때 아파트를 선택하려는 수요자가 빌라나 주거용 오피스텔 등 다른 유형 주거 공간을 찾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흐름을 감안해 주거용 공간을 제공하는 식으로 호텔 용도를 변경해 개발하는 게 적합하다는 얘기다.

최근 2~3년 새 가격이 급등한 주거용 부동산이나 올해 들어 투자 심리가 살아나고 있는 오피스용 부동산으로의 용도 변경이 눈에 띄는 것도 이 같은 현상 일환으로 분석된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밀레니엄 힐튼호텔과 글래드 라이브 강남호텔 일부는 오피스용 부동산으로의 탈바꿈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포 쉐라톤 팔래스, 청담 프리마호텔은 고급 주거용 부동산으로 개발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밀레니엄힐튼 서울호텔 측은 "힐튼은 밀레니엄 힐튼 서울 소유주 CDL 호텔 관계자로부터 호텔을 매각할 계획이 없다고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강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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