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솔잎 - 김은지(19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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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가 가장 늦게 새잎을 틔운다는 것을 초여름 산에 올라가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바위에 앉아 쉬고 있었는데 노란 바늘잎이 하나 떨어지더군요.
그때 올려다본 하늘엔 뭉게구름이 떠 있고요.
산 아래에서 본 운동장의 트랙이 잘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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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바늘잎이
무릎에 떨어졌다
언젠가 당신을 만나게 되면
솔잎이 언제 떨어지는지 아느냐고 물어보리라
다른 사람에게는 물어보지 않고
솔잎에 대해 궁금해하면서 살아가리라
뭉게구름이 조금 움직였고
운동장 트랙과 구름이 조금 선명해졌고
개미가 지나가고 있었다
-시집 《책방에서 빗소리를 들었다》(디자인이음) 中
소나무가 가장 늦게 새잎을 틔운다는 것을 초여름 산에 올라가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바위에 앉아 쉬고 있었는데 노란 바늘잎이 하나 떨어지더군요. 새것에게 자리를 내어줘야 소나무는 또 한 해를 살아갑니다. 그때 올려다본 하늘엔 뭉게구름이 떠 있고요. 산 아래에서 본 운동장의 트랙이 잘 보였습니다. 내가 앉아있던 자리의 그늘이 환했고, 또 소나기 온다고 개미 한 마리는 바삐 온 길을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백신을 맞고 무기력증을 앓던 당신의 하루가 솔잎처럼 맑아지길 바랍니다.
이소연 시인(2014 한경신춘문예 당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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