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속하는 순간 당신도 '스티브 잡스'가 된다"..게임 체인저 '양자컴' 시대 온다

신현규 2021. 6. 27.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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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버금가는 파급력 대비
포천500대기업 벌써 전략수립
양자컴에 접속하는 순간..누구나 '스티브 잡스' 되는 시대 온다
양자컴 상용화 눈앞에
탄소절감 방안·코로나 치료제
슈퍼컴이 못푸는 인류난제 해결
2030년 1조달러 시장 열릴듯
美·中선 국가전략 목표
기술개발 학계서 산업계 이동
양자 기술특허도 폭발적 증가
美는 대통령자문위서 진두지휘

◆ 매경 명예기자 리포트 ◆

김정상 美 듀크대 교수
여러분께 말씀드리고 싶은 예언아닌 예언이 하나 있습니다. 앞으로 5~10년 안에 기존의 컴퓨터 산업은 큰 전환점을 맞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겁니다. 2030년이 되면 지금 여러분이 상상하는 컴퓨터 세상의 질서가 뒤집어 질 수 있다는 이야기인데요. 지금부터 들려드릴 이야기는 오늘날 여러분의 삶을 모두 지배하고 있는 컴퓨터가 어떻게 바뀔 지, 그리고 우리는 그 변화에 맞추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 지에 대한 저의 생각입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미국 듀크대학교 전자컴퓨터공학과 교수이자 양자컴퓨터 회사 아이온큐의 최고기술책임자(CTO)로 일하고 있는 김정상이라고 합니다. 먼저 컴퓨터 산업이 어떻게 바뀔지 제 예측을 말씀드리기 전에 시계를 지금으로부터 10년전으로 돌려볼까 합니다. 2011년 듀크대학교에서 안식년을 맞은 저는 한국으로 잠시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6주간 카이스트에서 '양자컴퓨터'라는 새로운 영역에 대한 강의를 진행하면서 동시에 저는 그에 대한 기초적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국내 기관들을 찾았죠. 그 당시에는 여러분이 주로 사용하는 PC에 비유하자면 아직 양자컴퓨터의 '본체'가 개발이 되어 있지 않았었기 때문에 기초연구가 절실했고, 저는 한국이 그 방면에서 잘 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을 갖고 있었습니다. 국내 대학들과 연구기관에서 일하고 계시는 많은 분들을 만나서 양자정보에 관한 연구와 교육을 수행할 수 있는 인력을 확보할 것을 권장했지만 관심있는 곳들을 찾기란 쉽지 않았답니다. 그 당시로는 양자컴퓨터가 불확실한 영역이었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망설였던 기억이 납니다. 저는 그렇게 아쉬움을 남기고 다시 미국으로 돌아와야만 했습니다.

미국, 10년 전 양자컴퓨터 기초연구를 시작하다

그런데 그 사이 많은 나라들이 양자컴퓨터의 기회를 보고 투자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2010년부터 미국은 정보부 산하 기관인 고등연구기획국(IARPA)의 주도 하에 양자정보의 원리를 진전시켜 실용적인 양자 컴퓨터의 프로토타입을 시연하고자 하는 사업에 연구자금을 투입하기 시작했습니다. 미국 뿐만 아니라 유럽 호주 및 다른 몇몇 나라들의 연구원들도 참여해서 양자역학을 응용한 컴퓨터의 원형을 만들어 내는 5년간의 장기 과제들을 수행하면서 기초연구의 단계에서는 인식하기 어려웠던 많은 노하우를 터득하게 됩니다. 저도 이 사업에 연구단장으로 참여해서, 단일 원자를 이온 덫으로 가두어서 양자 컴퓨팅을 실현하는 100여명의 연구단을 이끌게 됩니다. 이 5년간의 진전을 통해서 많은 사람들의 생각이 서서히 바뀌기 시작합니다. "양자컴퓨터 되겠어?"에서 "어? 양자컴퓨터 상용화, 가능하겠는걸?" 라고 말이죠. 세상에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이 연구 사업이 10년 뒤인 지금 미치는 영향력은 어마어마 합니다. 이 사업 덕분에 수백명의 젊은 양자컴퓨터 인재들이 새롭게 태어났기 때문입니다.

IARPA의 연구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성장한 그 인재들은 그후 양자 컴퓨터 산업을 창출하게 됩니다. 저와 제 동료 크리스토퍼 먼로 교수는 이 5년간의 과제를 마친 직후 그 과정에서 습득한 경험을 바탕으로 '아이온큐'를 창업합니다. 이 사업에 참여했던 다른 연구자들도 '콜드퀀타', '알파인퀀텀' 등과 같이 핵심 양자컴퓨터 기술들을 갖고 있는 스타트업을 만들었고, 또 구글, IBM, 마이크로소프트 등과 같은 대기업에서 핵심적인 연구개발을 수행하게 됩니다. 지금은 양자컴퓨터에 미래가 있다고 생각하는 국가와 투자자들이 전 세계적으로 200억 달러(약 22조원)가 넘는 자금을 이 영역에 쏟아붓고 있습니다. IT 거대기업들 뿐만 아니라 골드만삭스, JP모건과 같은 금융 기관들, 폭스바겐, 보쉬, 에어버스 같은 자동차와 항공업계, 다우, BP등와 같은 석유화학 업체 등 유수의 기업들이 양자컴퓨터 기술을 직접 개발하고 있습니다. 양자컴퓨터에 집중하는 스타트업만 해도 200곳이 넘습니다.

상상할 수 없었을 정도로 빨라진 양자컴퓨터 연구

그 결과 이제 양자컴퓨터의 개발의 중심은 학계에서 산업계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습니다. 업계를 이끄는 선두주자들은 양자컴퓨터가 오늘날 기존 산업들의 뿌리를 뒤흔들어 놓으면서 커다란 기회를 창출해 낼 수 있는 가능성을 잘 알고 있습니다. 산업계에서의 투자와 개발이 활발하게 이어지면서 양자컴퓨터의 개발속도는 10년 전에는 상상할 수 없는 속도로 빨라지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양자컴퓨터 영역에서 상업적인 의미가 있는 초기 연구결과들이 많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양자컴퓨터 개발 전선에서 이루어지는 핵심적인 기술적 진전들은 더 이상 학술 대회 같은 곳에서 발표되는 것이 아니라 지적재산권이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그런 것들은 공개를 하더라도 발표하는 회사 측에 이익이 되는 경우에만 한정적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최근에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양자컴퓨터 관련 특허들만 봐도 양자컴퓨터의 상용화 과정이 빠르게 이루어 지고 있음을 충분히 알 수 있습니다.

이런 추세에 발맞추어 각국의 정부에서도 국가적인 차원의 양자 전략을 수립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자국이 보유한 선진적인 연구 성과에 기반해서 2018년 말에 의회가 국가 양자 촉진법을 통과시키고, 작년에는 저와 먼로 교수님 등 각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22인의 대통령 자문위원회를 출범 시켜서 양자 기술의 연구개발과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이 밖에도 아시아에서는 중국, 싱가포르, 인도 등이, 유럽에서는 유럽 연합 이외에도 영국,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등이 자국의 연구 성과와 확보한 전문 인력을 바탕으로 산학연이 참여하는 양자 전략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럼 양자컴퓨터의 상용화가 진전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인터넷이 탄생했던 때를 생각해 보면, 그 미래를 유추해 볼 수 있습니다. 처음 인터넷이 만들어질 때에는 사람들이 선을 어떻게 깔고, 네트워크 설정을 어떻게 하며, 연결 프로그램을 어떻게 만드는지 골똘히 연구했습니다. 하지만 인터넷의 인프라가 충분히 구축되고 나자 사람들은 인터넷을 활용한 응용프로그램을 만들기 시작했죠. 기존 산업들의 진정한 파괴적 혁신은 그때부터 이뤄졌습니다. 미디어, 전자상거래, 의료, 숙박, 교통 등의 기존 산업들이 디지털로 전환되는 역사가 그때부터 시작됐습니다. 양자컴퓨터는 지금 인터넷이 처음 깔리던 때와 같은 시기에 놓여 있습니다. 하지만 언젠가 폭발적으로 응용프로그램들이 쏟아져 나오는 시점이 열릴 겁니다. 저는 양자컴퓨터가 지금의 슈퍼컴퓨터를 월등히 능가하는 성능을 발휘하게 되고, 누구나 그런 양자컴퓨터를 활용할 수 있는 접근성이 확보되는는 시점에 그러한 폭발이 일어날 거라고 예상합니다.

양자컴퓨터에서만 실행할 수 있는 앱들이 나온다

예를 들어 기존의 슈퍼컴퓨터로는 백자리가 넘어가는 숫자를 수학적으로 인수분해 하는 것이 매우 어렵고 수십억년 가량의 시간이 걸리지만, 이론상으로 양자컴퓨터를 사용하면 아주 짧은 시간 안에 계산이 가능합니다. 양자컴퓨터가 대학교나 연구기관에 있는 수십억원 짜리 슈퍼컴퓨터를 가볍게 능가하는 성능을 발휘하는 시점이 오면, 그때부터는 이 양자컴퓨터를 활용해 상업적 가치를 만들어 내는 싸움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겁니다. 그 시작 시점이 저는 짧게는 3년, 길게는 10년 뒤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금 업계를 선도하는 기업들은 슈퍼컴퓨터를 넘어서는 양자컴퓨터를 이용해서, 기존의 컴퓨터로 풀 수 없는 중요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론을 이해하고 개발하기 위한 매우 진지한 투자를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그때가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기존의 컴퓨터로는 도저히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어플리케이션 들이 가능해 지기 시작할 겁니다. 마치 전화기로 사진을 찍고 그걸 메일로 전송하는 것이 과거의 컴퓨터로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것처럼 말입니다. 코로나 바이러스처럼 불현듯 출현한 질병에 대항할 수 있는 치료제를 아주 짧은 시간에 찾아 낸다거나, 효율적으로 대기중 탄소를 제거해서 기후 변화의 궤적을 바꿀 수 있는 기술을 상상해 볼 수 있습니다 . 저는 많은 기술적 도전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대전환의 시작점이 5~10년 뒤면 시작될 거라고 말씀드리고 있는 것입니다. 저만 그렇게 말씀드리는 것이 아니라 구글 IBM 등과 같은 대기업들도 같은 로드맵을 가지고 있습니다. 맥킨지와 보스턴컨설팅 같은 시장 조사기관들은 2030년까지 양자컴퓨터 시장이 1조 달러 (약 1130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예상을 내어놓기도 했습니다.

물론 양자컴퓨터에 대한 기대가 너무 과한 것 아니냐고 의심하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양자컴퓨터가 가져올 수 있는 다양한 기술혁신의 엄청난 파급효과를 생각하면 현 시점에서 손을 놓고 있을 수만은 없습니다. 양자컴퓨터가 만드는 새로운 미래에서 성공하려면, 이 기술을 이용해서 새로운 지평을 여는 적극적인 전략을 짜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마치 인터넷과 그에 항시적으로 접속된 모바일 기기들이 가져올 수 있는 새로운 미래를 적극적으로 개척한 구글이나 아마존, 페이스북 등이 창업 후 불과 20년 안에 세계적인 영향력을 가진 기업으로 성장 했듯이 말입니다. 그런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과하다고 뒷짐지고 있던 90년대의 많은 컴퓨터 기업들이 지금 존재감을 상실한 것을 보면, 불확실하지만 새로운 미래를 가져올 선도적인 혁신의 중요성을 가늠할 수 있습니다.

기억하셔야 할 대목은, 이미 한국은 10년 전에 한 차례 기회를 놓쳤다는 사실입니다. 냉정하게 현실을 바라보자면, 가속화하는 양자컴퓨터 하드웨어 개발 경쟁에서 한국은 점점 커져가는 기술 격차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기회가 없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양자 컴퓨터가 열 수 있는 미래의 시장에서 한국이 경쟁력을 갖추려면 지금부터라도 전략을 다듬어서 기술 개발을 더 가속화하고, 시장을 선도할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10년 잃어버린 한국, 양자앱 개발에 선도적 투자하자

보다 구체적으로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저는 정부가 두 가지 투자에 촛점을 맞춰야 한다고 제안해 봅니다. 첫번째는 기초 과학과 기초 기술에 실질적이고 지속적인 투자를 해 나가는 겁니다. 원천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대학과 국립연구소에 정부예산을 확대하는 것 뿐만 아니라 특히 차세대 인력들을 양성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 기초 연구를 선도하고 후진을 양성할 수 있는 리더들을 적극적으로 영입하고, 독창적이고 경쟁력 있는 연구 내용을 개발하는 사업들에 투자를 아끼지 않아야 합니다. 또한 현재 양자 컴퓨터 개발에서의 기술 격차를 극복하려면, 첨단 양자 기술을 연구하는 세계 유수의 연구진들과의 적극적인 교류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두번째는 이렇게 양성된 인력들로 하여금 양자컴퓨터를 보다 쉽게 이용해서 실질적인 상업적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도록 도전하게 하는 창업생태계를 조성하는 겁니다. 예를 들면, 작년에 성균관대를 중심으로 출범한 양자정보연구지원 센터(소장: 정연욱 교수)에서 추진하는 것처럼 한국에 있는 연구자들과 젊은 학생들이 보다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최고의 성능을 가진 양자컴퓨터 인프라와 환경을 제공하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차고에서 애플을 만들어 냈던 스티브 잡스나 구글을 창업했던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 같은 사람들이 양자컴퓨터 시대에 분명 또 다시 나올 겁니다. 비행기를 제조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고 해서 항공산업을 시작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고, 휴대 전화를 설계할 줄 모르는 사람도 성공적인 앱을 개발할 수 있는 것처럼, 양자컴퓨터가 만들어 내는 혁신산업도 경쟁력 있는 인프라와 활력있는 생태계가 조성된다면 국내에서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민간에서 이런 양자컴퓨터 창업기업 개발 환경에 투자하기가 어렵다면, 정부가 민-관-학 컨소시엄을 주도해서 양자 생태계를 만드는 것도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한국 양자 산업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핵심은 기술을 활용해 사업으로 연결시키려는 혁신가들과 창업자들을 양성하고, 이러한 혁신을 가능하게 하는 환경을 조성할 수 있는 체계적이고 전략적인 정부의 리더십입니다.

기업 관계자 분들께도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다. 양자컴퓨터는 심각한 위협입니다. 그리고 동시에 기회이기도 합니다. 20년 전에 우리는 "인터넷이 우리 산업을 어떻게 변화 시킬까?"라는 질문을 던지곤 했었습니다. 인터넷이라는 엄청난 변화를 주도한 기업들은 시작이 미미했더라도 지금 세계시장을 주도하고 있고, 그렇지 못한 대기업들은 현재 존재감을 상실했습니다. 저는 지금 모든 기업들이 최소한 "양자 컴퓨터가 우리 산업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라는 질문을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양자컴퓨터 중심 세계가 얼마나 빨리 도래 할 것인지는 아직 불확실하기 때문에 모든 회사들이 당장 엄청난 투자를 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그러나 적어도 그런 질문을 지금 시작해야만, 기술이 생각보다 빠르게 전개될 때 적극적인 대응을 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미국 포츈500대 기업들 중 상당수가 그런 질문을 시작했습니다.

컴퓨터가 변화하려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인터넷 - 모바일 등을 통해 그 변화가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 지켜 보았습니다. 5~10년 뒤면 또 한번의 파도가 밀려올 겁니다. 우리는 이 변화에 어떻게 대비하고, 또 이 변화를 주도해 나가야 할까요?

[글 = 김정상 듀크대 교수 아이온큐 공동창업자 겸 CTO / 정리 = 신현규 실리콘밸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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