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전이냐 봉합이냐..넷플 '망 사용료' 갈등

이동인 2021. 6. 27.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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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법원 판결에 고민
항소땐 SKB 맞대응 불보듯
협상땐 국내외 줄소송 우려
수익 나눌 다른 방법 찾을수도
SK브로드밴드가 넷플릭스를 상대로 '망 이용 대가를 받을 수 있다'고 법원이 판결했지만, 입장 차이가 여전히 커 양사 간 갈등이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방송통신위원회 중재'라는 행정 절차를 무시했던 넷플릭스가 항소할 경우 SK브로드밴드는 부당이득 청구로 맞대응할 전망이다.

지난 25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0부는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낸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을 기각했다.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에 유상의 역무(서비스)를 제공받았다고 판결하면서 "망 접속은 없고 전송은 무료"라고 주장해온 넷플릭스의 입장은 배척된 셈이 됐다.

지난 4월 3차 변론 당시 넷플릭스는 SK브로드밴드를 통해 이용자들과 '연결'했을 뿐 인터넷 '접속'은 하지 않았다는 논리를 폈다. 넷플릭스는 SK브로드밴드를 이용하지 않고 SK브로드밴드 이용자들이 넷플릭스를 이용하고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넷플릭스가 접속과 전송을 구분하거나, SK브로드밴드로부터 어떠한 서비스도 제공받고 있지 않았다고 주장한 점은 재판부에서 대부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익명을 요구한 K대학 교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고시에도 접속이란 전기통신설비를 물리적, 전기적, 기능적으로 연결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으며 기술적으로 전송과 접속은 구분될 수 없다"며 "인터넷에서 트래픽을 송수신할 때 전송과 접속은 동시에 일어나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이번 결정으로 망 이용 대가를 내야 하는 대상이 일반 사용자뿐 아니라 콘텐츠를 제작해 전송하는 회사도 포함된다는 것이 명확해졌다. 유튜브를 서비스하는 구글이나 한국 진출이 예정된 디즈니플러스 등도 통신사와 비슷한 분쟁을 겪을 가능성이 커졌다. 국회와 정부도 넷플릭스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무임승차'를 규제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하는 데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넷플릭스가 항소할 경우 당장 사용자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예를 들어 인기 있는 신작이 공개되면 SK브로드밴드 이용자들이 속도 저하 등의 불편을 겪을 가능성도 있다.

다행히 양사는 협상의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 넷플릭스는 판결문을 면밀히 검토하겠다면서도 공동의 고객을 위해 SK브로드밴드와의 협력을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SK브로드밴드 관계자는 "국내외 콘텐츠 제공 업체들을 위해 노력하고 트래픽 급증에 따른 증설 등 투자도 이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망 이용 대가'라고 명시하는 대신 양사가 트래픽의 부담을 줄이는 캐시 서버 추가 투자 등에 합의할 가능성도 있다. 판결문에도 구글을 예로 들며 '국내 인터넷서비스제공업체(ISP)들과 별도의 계약을 체결해 국내 ISP들에게 다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망 사용료 지급을 대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는 내용이 있다.

넷플릭스가 항소를 포기하면 망 이용 대가 논의는 원만하게 이뤄질 전망이다.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의 망 이용대가가 2017년에는 15억원, 2020년에는 272억원가량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한다. 지난해 과기정통부의 트래픽 점유율 중 넷플릭스가 4.8%를 차지했고 네이버(1.8%)가 통신 3사에 700억원을 낸 것으로 비춰봤을 때 국내 통신사들이 이번 판결로 향후 연간 1000억원이 넘는 상당한 금액을 요구할 수 있을것으로 보인다.

이번 판결이 국내 이용자들의 구독료 상승 부담으로 돌아올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지만 넷플릭스 관계자는 "이번 소송과 구독료 인상은 큰 상관 관계는 없다. 구독료는 국가별 소득 수준이나 사용자 추이 등 다양한 사안을 고려해 결정된다"고 밝혔다.

[이동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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