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패소, '망 중립성 원칙' 재정립 길 텄다

서영준 2021. 6. 27.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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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가를 무료로 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데이터에 차별 금지하는 것"
법원 "CP, 망사용료 지급의무 있다"
'공짜망 무임승차' 갈등 일단락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와의 망 이용대가 소송에서 패소하면서 그동안 논란이 됐던 공짜망을 통한 무임승차가 더 이상 어렵게 됐다.

인터넷사업자(ISP)와 콘텐츠제공자(CP) 사이에는 정당한 대가가 오가야 하고, 대가의 수준은 양측 협상을 통해 결정된다는 것이 명확해 졌기 때문이다.

특히 ISP와의 망 이용 대가 논쟁에서 CP들이 무임승차 논리로 주장해온 '망 중립성 원칙'도 이번 판결로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됐다.

'망 중립성 원칙'은 여러 데이터에 차별을 금지하는 것이지 대가를 무료로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게 확인된 만큼 ISP와 CP간 망 이용대가 갈등이 일단락 될 전망이다.

■ "망 이용대가, 지급 의무"

27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0부(부장판사 김형석)는 지난 25일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낸 채무부존재 확인소송에서 "협상의무부존재 확인부분은 각하하고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사실상 원고 패소 판결이다.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의 소송 판결에서 주목할 점은 ISP와 CP가 연결된 상태에서는 어떤 형태로든 CP가 ISP에 망 이용대가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본 것이다.

판결문에는 "원고(넷플릭스)가 피고(SK브로드밴드)를 통해 인터넷 망에 접속하고 있거나 적어도 피고로부터 피고의 인터넷 망에 대한 연결 및 그 연결 상태의 유지라는 유상의 역무를 제공받고 있다"면서 "원고는 피고에게 적어도 피고로부터 피고의 인터넷 망에 대한 연결 및 그 연결 상태의 유지라는 유상의 역무를 제공받는 것에 대한 대가를 지급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CP가 ISP에 대가를 지급할 의무가 있지만 현재 국내에서는 ISP가 모든 CP로부터 망 이용대가를 받지는 않는다. 국내법상 ISP는 CP를 기본적으로 인터넷에 연결시켜줘야 하는 의무가 존재하고, 트래픽 발생이 미미하다면 무상으로 연결을 유지 시켜주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국내 CP 가운데 트래픽 발생이 큰 네이버나 카카오 등은 ISP에 망 이용대가를 내지만 중소 CP들은 간접적으로 다른 형태의 대가를 내고 있다. 글로벌 CP 중에서는 페이스북 정도만 망 이용대가를 내고 있다.

넷플릭스와 같이 트래픽이 급증한 사례라면 ISP가 언제든 망 이용대가를 정당하게 요구할 명분이 있다는 것이 이번 판결로 드러난 셈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대가에 대한 결정은 당사자끼리 협상을 기초로 한다는 데 있다. 글로벌 CP와 해외 ISP가 대가를 두고 갈등을 겪었을 때도 양측은 협상을 통해 결론을 도출해 냈다. 국내에서는 망 이용대가로 부르지만 해외에서는 대가를 전용회선이나 전용서버 사용료 등의 의미로 사용한다. 만약 양측의 협상에 진전이 없다면 심한 경우 ISP가 CP의 인터넷 연결을 끊어버리는 사례도 있다.

■망 중립과 대가는 별개

넷플릭스의 패소로 망 중립성 원칙도 대가 협상과는 무관하다는 논리가 만들어지게 됐다. 그동안 글로벌 CP들은 ISP가 자사망에 흐르는 합법적 트래픽을 차별하는 것을 금지하는 망 중립성 원칙을 내세워 망 이용대가 지불을 거부해왔다. 하지만 이번 판결에서는 연결에 대한 지급 의무는 망 중립성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SK브로드밴드의 변론을 맡은 강신섭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망 중립성이라는 것은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SK브로드밴드 입장에서 여러 데이터에 차별을 금지하는 것이지 대가를 무료로 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망 중립성 원칙은) CP의 콘텐츠를 합리적인 이유 없이 차별하지 않고 차단하지 말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SK브로드밴드는 앞으로 넷플릭스가 전용회선을 통해 취득한 부당이득 반환을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일본과 홍콩에서 들어오는 900Gbps급의 전용회선 망을 놓고 넷플릭스의 무임승차에 대한 대가를 환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강 변호사는 "넷플릭스가 (1심 판결을) 불복한다면 그 때는 반소를 진지하게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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