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팽이 연상녀에게 차였다고요?..천만에요" 전기펴낸 피아니스트

오수현 2021. 6. 27. 17:0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쇼팽 전기 펴낸 피아니스트 김주영 인터뷰
쇼팽은 피해자, 상드는 가해자?
그저 치열하게 사랑했을 뿐
작가·라디오DJ·해설 등 활동
"연주와 글쓰기 모두
균형감 유지하는게 중요"
'피아노의 시인' 프레데리크 쇼팽(1810~1849)은 6살 연상의 소설가 조르주 상드와 9년간 열애를 끝낸 뒤 2년여 만에 39세 일기로 삶을 마쳤다. 상드는 파리 마들렌성당에서 엄수된 쇼팽의 장례식에도 오지 않았다. 사람들은 "병약한 쇼팽이 상드와 이별의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세상을 떴다"며 상드를 비난했다. 지금도 클래식 애호가들 사이에선 욕망의 화신 상드가 연약하고 여성적인 쇼팽을 쥐고 흔들다 차버렸다는 인식이 상당하다.

피아니스트 김주영(51)은 이에 대해 "둘은 그저 사랑 앞에서 최선을 다했던 예술가 커플이었다"며 "둘은 치열하게 살았고, 또 치열하게 사랑했다가 헤어진 것일 뿐 가해자와 피해자 구도로 이들을 바라봐선 안 된다"고 말했다.

연주 외에도 방송인·음악칼럼니스트·작가로 활발한 활동을 펼쳐온 김주영이 지난 15일 신간 '쇼팽, 폴란드에서 온 건반 위의 시인'을 냈다. 그를 지난 22일 경기도 일산 고양아람누리극장에서 만났다.

"쇼팽의 삶을 다룬 책이 이미 시중에 많이 나와 있어요. 내가 여기에 굳이 책 하나를 더 얹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어 책을 쓰는 게 망설여졌어요. 하지만 아직 쇼팽 전기를 읽어보지 못한 분들이 제 책을 통해 쇼팽의 삶과 음악에 대해 분명한 시각을 가질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에 책을 쓰게 됐죠. 누군가 이 책을 읽고 쇼팽의 음악을 듣고 싶다고 생각한다면 책을 쓴 목적은 달성하게 되는 것 같아요."

김주영은 쇼팽에 관한 자료를 수집하기 위해 유럽으로 떠나 프랑스 파리와 노앙, 스페인 마요르카, 폴란드 바르샤바 등 쇼팽의 체취가 남아 있는 지역을 찾아 구석구석을 누볐다. 직접 촬영한 사진과 함께 소개되는 쇼팽의 일화에선 생생한 현장감이 넘친다. 그는 이번 책을 쓰면서 연주자로서도 상당한 영감을 받았다.

"이 책이 앞으로 피아노 연주자로서 쇼팽의 작품을 해석하는 데도 전환점이 될 것 같아요. 이제까지는 쇼팽의 고국인 폴란드의 전통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연주하는 데 주력해 왔어요. 쇼팽은 마주르카, 폴로네즈 등 폴란드 전통춤에서 얻은 영감으로 많은 작품을 남겼잖아요. 그런데 책을 집필하며 쇼팽 삶의 궤적을 쭉 따라가다 보니 작품마다 배어 있는 작곡가 고뇌를 깊이 들여다보게 됐어요. 쇼팽은 작곡하면서 하루하루, 때로는 시간마다 생각이 바뀌었던 사람이에요. 고치고 또 고치며 쓰다보니 곡을 쓰는 데 무척 시간이 오래 걸렸죠. 앞으로 쇼팽 곡을 연주하면 곡을 쓸 당시 상황과 고뇌가 입체적으로 펼쳐질 것 같아요."

서울대 음대를 나와 모스크바음악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김주영은 국내 음악계에서 러시아 유학 1세대로 꼽힌다. 지금은 임동혁·임동민을 비롯한 많은 연주자가 러시아에서 공부를 했지만 이전 만해도 미국이나 서유럽 유학이 대세였다. 당시로서는 드물었던 러시아 유학이 그를 작가의 길로 이끌었다.

"러시아 유학 시절 우연한 계기에 클래식 음악 관련 글쓰기를 시작했어요. 유학 첫해인 1992년 당시 '피아노음악'이라는 음악잡지에서 모스크바에서 열린 주니어쇼팽콩쿠르 관련 취재를 부탁한 거예요. 잡지에 실린다니 긴장이 돼서 며칠 밤을 새며 글을 써서 팩스로 보냈어요."

'피아노음악'은 이후에도 그에게 러시아 음악가 인터뷰 등 기획취재를 계속 부탁했고, 이를 계기로 그는 연주와 글쓰기라는 두 마리 토끼를 평생 쫓으며 살았다. 그는 현재 클래식 라디오 방송 진행, 신문사 클래식 칼럼 기고, 대학 강의, 해설 음악회 진행, 클래식 도서 집필 등 남들 같으면 하나도 제대로 해내기 힘든 일들을 연주 생활과 병행하고 있다.

"글쓰기와 연주 사이에는 공통점이 많아요. 우선 진실돼야 할 수 있어요. 제가 마음에도 없는 글을 쓰거나 연주를 하면 금방 들키게 되죠. 또 좋은 글, 좋은 연주가 되려면 균형을 잘 잡아야 돼요. 어느 한쪽으로 치우쳐선 안 되고, 따라서 미리 결론을 내놓고 시작해서도 안 돼요."

[오수현 기자 / 사진 = 이충우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