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소재 '탈일본' 순항..'중간재 의존' 체질 개선까진 먼 길

정환보 기자 2021. 6. 27. 16:1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대한 수출 규제 2년

[경향신문]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들
수입처 다변화…국산화도 ‘진전’
소부장 수입 증가·불매운동 주춤
올해 대일 무역 100억달러 적자
“제2의 규제 대응할 기술력 필요 ”

2019년 7월 일본의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에 대한 수출 규제 조치 이후 2년이 지났지만 산업 현장은 큰 차질 없이 순항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반도체 수요 급증으로 전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수입이 늘었지만, 수입처 다변화와 국산화 진척으로 일본 의존도는 갈수록 낮아지고 있는 추세다. 다만 핵심 소재 등에서 일본이 차지하는 비중이 여전히 높은 데다 수출이 호조세를 보일수록 대일 적자가 커지는 구조는 수출 규제 이전이나 이후나 크게 다를 바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본이 수출 규제를 한 3대 소재 가운데 극자외선(EUV)용 포토레지스트와 고순도 불화수소(에칭가스)의 경우, 해당 제품의 전체 수입 가운데 일본이 차지하는 비중이 2년 전에 비해 낮아지는 추세가 확연하다. 특히 2년 전 수출 규제 당시 큰 타격이 우려됐던 불화수소는 ‘탈일본’에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반도체 웨이퍼의 식각·불순물 제거 공정에 주로 쓰이는 불화수소의 올해 1~5월 수입액에서 일본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13.0%에 그쳤다. 2019년 같은 기간 43.9%에 비해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차세대 반도체 공정 등에 사용되는 감광재인 EUV용 포토레지스트도 2년 전 1~5월 일본 수입 비중이 91.9%에 달했다. 하지만 올해는 이보다 6.7%포인트 줄어든 85.2%로 비중이 감소했다.

이는 정부와 기업의 공급망 다변화 노력과 국산화·자급 정책이 진전을 본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포토레지스트는 일본의 규제 이후 벨기에를 통해 우회 수입하는 등 유럽 등으로 수입망을 다양화했고, 미국 듀폰 등으로부터 투자 유치도 이끌어냈다. 불화수소는 국내 기업 솔브레인과 SK머티리얼즈 등이 고순도 제품 양산에 성공해 생산량을 끌어올리고 있다.

다만 휘어지는 디스플레이 제작 등에 쓰이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는 일본 제품 점유율이 1~5월 기준 2019년 93.7%에서 올해 93.6%로 큰 변화가 없었다. 하지만 양산설비를 구축해 중국에 수출 중인 코오롱인더스트리, 자체 기술을 확보해 양산을 준비하는 SKC 등 국내 기업의 노력이 곧 결실을 맺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일본에 소부장 등 중간재를 의존하는 산업 구조까지 탈바꿈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코로나19 기저효과 등으로 올해 한국의 수출은 ‘역대급’ 증가세를 보이고 있지만, 그만큼 대일 무역수지 적자 규모는 커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1~5월 한국의 대일본 수출은 117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6.6%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일본으로부터의 수입은 217억달러로 17.8% 증가하면서 5개월 동안 100억달러의 적자가 발생했다. 고도성장기 때부터 이어져온 제조업의 대일 의존도가 여전하다는 의미다. 2년 전부터 강하게 불었던 일본 제품 불매운동도 최근에는 주춤해지면서 자동차·맥주·화장품·의류 등 소비재 수입액이 전년 대비 28.7% 증가하기도 했다.

결국 단시일 내에 따라잡기 힘든 소부장 핵심 기술력을 국내 기업들이 얼마나 갖추느냐가 제2, 제3의 수출 규제에 대한 대응책일 수밖에 없다는 진단이 나온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일본이 갑자기 수출 규제 카드를 꺼낸 것은 결국 한국의 반도체 수출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였을 텐데 큰 피해가 없었다는 점에서 대응을 잘했다고 볼 수 있다”며 “실리적 측면에서는 100%까지 자급률을 높일 필요는 없지만, 일본의 수출 규제와 같은 쇼크가 닥쳤을 때 대응할 수 있는 힘을 가지기 위해서는 핵심 기술의 연구·개발이 계속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환보 기자 botox@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