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포는 계획이 다 있구나'..자가포식으로 치매 유발 타우 단백질 분해

KIST-KRIBB 연구팀 첫 확인

초파리 눈에서 UBE4B에 의한 타우 단백질의 독성 완화를 관찰한 사진. UBE4B 유전자가 타우 단백질에 의한 초파리 눈의 손상을 회복시켰다(맨 오른쪽).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제공

국내 연구진이 알츠하이머성 치매를 일으키는 유력 인자로 꼽히는 타우 단백질을 분해하는 새로운 메커니즘을 발견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뇌과학연구소 류훈 책임연구원이 한국생명과학연구원 질환표적연구센터 유권 책임연구원, 송은주 이화여대 교수 등과 공동으로 타우 단백질이 자가포식으로 분해되는 원리를 발견했다고 27일 밝혔다. 

뇌 신경세포에서 타우 단백질이 비정상적으로 뭉치면 알츠하이머성 치매가 일어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타우 단백질이 잘못 엉키면 신경세포를 파괴해 인지 기능과 기억력 상실이 나타난다. 하지만 타우 단백질이 신경세포에서 응집하거나 분해되는 과정에 대해서는 아직 밝혀진 내용이 없다.  

그간 과학자들은 단백질 분해효소인 프로테아좀을 이용해 타우 단백질을 제거하는 연구를 주로 진행했지만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번에 연구진은 타우 단백질이 프로테아좀보다는 리소좀이나 오토파고좀 같은 자가포식 작용에 의해 주로 분해된다는 사실을 처음 확인했다. 

자가포식은 세포가 악조건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신의 일부를 스스로 잡아먹는 반응으로 죽음으로 가는 세포자살과는 다르다. 세포는 자가포식 작용을 통해 위험한 단백질을 분해하는 등 자신을 보호한다. 신경세포에서 유해한 단백질이 자가포식 작용으로 분해되지 못하면 파킨슨병을 유발한다는 연구도 나왔다. 밝혀낸 오스미 요시노리 일본 도쿄공업대 명예교수는 자가포식 작용을 처음 밝혀낸 공로로 2013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치매를 일으키는 타우 단백질이 UBE4B와 STUB1 분자의 작용에 의해 자가포식체를 경유해 분해되는 과정.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제공

연구진은 타우 단백질로 치매를 유발한 초파리와 쥐 모델에서 mRNA 유전자를 조작해 ‘UBE4B’라는 단백질의 발현을 증가시키면 타우 단백질의 비정상적인 응집이 감소하고 치매에 의한 행동도 개선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는 곧 UBE4B 단백질 증가가 타우 단백질의 분해를 촉진한다는 의미였다. UBE4B는 세포의 자가포식을 유도하는 단백질이다. 

류 책임연구원은 “타우 단백질 분자가 자가포식 작용에 의해 분해되는 과정을 규명한 만큼 치매 병리현상 예방과 개선의 새로운 길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유 책임연구원은 “이번 연구로 새로운 치매 대응 전략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2일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이현경 기자 uneasy7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