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글로벌CP 부당한 초과이윤 회수 근거 확보..사업자간 협상은 과제

박지성 2021. 6. 27.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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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은 판결문을 통해 SK브로드밴드가 넷플릭스에 전기통신사업법 인터넷접속역무를 제공하고 있음이 명확하고, 대가 지급 의무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인정했다.

콘텐츠제공사업자(CP)의 망 이용대가 지급 의무를 확인한 세계 최초 판결로, 인터넷 역사에서 의미가 각별하다.

일각에서는 넷플릭스의 망 이용대가 지급이 콘텐츠 이용료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하지만, 넷플릭스가 시장지배력과 우월한 협상력을 이용해 경쟁CP와 다르게 망 이용대가를 거부하며 누려온 독점적 초과이윤을 바로잡는 게 우선이라는 반론이 제기된다.

법원은 CP에 망 이용대가를 지급할 의무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구체적 규모는 당사자간 협상으로 결정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법적인 근거가 확인된 만큼, 글로벌CP로부터 정당한 망 이용대가를 받기 위한 SK브로드밴드를 비롯한 국내 통신사의 요청과 협상이 지속될 전망이다.

◇세계최초 망 이용대가 법적근거 확인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 20부(김형석 부장판사)는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제기한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에서 넷플릭스 주장을 사실상 하나도 수용하지 않고 일체를 기각했다.

판단 전제와 관련, 넷플릭스는 일부 학자 이론에 근거해 '접속은 유료·전송은 무료'라고 주장한 반면에, SK브로드밴드는 전기통신사업법에서는 접속과 전송을 구분하고 있지 않으며 '이용'의 관점에서 봐야한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SK브로드밴드가 넷플릭스에 전기통신사업법 인터넷 접속역무를 제공하고, 넷플릭스는 이용하고 있다는 사실이 명확하다고 봤다. 시장경제 원칙을 규정한 상법에 근거해 SK브로드밴드가 영업활동으로 넷플릭스에 망 자원을 제공했고, 망 이용대가를 지급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판시했다.

전기통신사업법 등 국내 법을 비롯, 통신망을 구축해 데이터트래픽에 따른 연결성을 제공하고 이용요금을 받는다는 통신업의 본질을 존중한 판단으로 평가된다.

법원은 가입자와 가맹점 양측으로부터 요금을 받는 신용카드 시장을 예로 들며, 인터넷의 양면시장 속성도 인정했다. 미국 워싱턴D.C 연방항소 법원이 인터넷 시장을 '물침대'에 비유하면서 CP가 망 이용대가를 내지 않으면, 이용자 요금이 올라갈 수 밖에 없다며 차터의 망 이용대가 부과 금지 인가조건을 취소한 판결과 맥락이 같다.

SK브로드밴드를 넘어 통신사 전체가 법원 판결에 근거해 글로벌CP에 망 이용대가 협상력을 높일 전기가 마련된 것으로 평가된다.

◇글로벌CP 부당한 초과이윤 환수 계기 마련

다만 일각에서는 판결 결과에 따라 넷플릭스가 망 이용대가를 지불하면 되면, 원가를 이용자에게 부담시키며 콘텐츠 이용료가 높아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통신사는 넷플릭스가 망 이용대가를 지불하더라도 시장지배력과 우월한 협상력을 이용해 누려온 부당이익을 환수하는 것으로 이용자 부담을 증가시키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넷플릭스는 이미 망 이용대가 부담을 줄이면서 원가경쟁력을 확보했고, 이를 바탕으로 경쟁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 비해 요금경쟁력과 콘텐츠 투자 여력을 가질 수 있었다. 주요 경쟁CP는 대부분 망 이용대가를 지불하는 상황에서 넷플릭스, 구글 등 일부 글로벌 초대형CP만 망 이용대가를 거부하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오히려 OTT 시장 독점을 강화할 수 있다.

정보통신기술(ICT) 전문가는 “망 이용대가 부과는 OTT 시장의 경쟁을 활성화할 수 있다”며 “필수재 역할을 하는 통신과 달리 OTT 시장에는 디즈니플러스, 웨이브 등 대체재가 많아 시장점유율 변동을 우려하는 넷플릭스가 쉽게 요금을 인상하기는 어려우며, 인상하더라도 콘텐츠 투자 비용 마련 등 다른 요인과 뚜렷이 구분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통신사, 망 이용대가 협상력 제고 기대

법원의 넷플릭스 패소 판결은 망 이용의 유상성을 인정했다. 하지만 망 이용대가를 지불할 법적 의무가 없다는 넷플릭스의 주장을 기각한 것으로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에 얼마만큼의 망 이용대가를 어떤 형태로 지불해야 하는 지는 소송 내용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다루지 않았다.

법원은 시장경제 원리를 존중해 신중하게 접근했다.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의 분쟁 자체가 협상을 진행 중이라는 방증이며, 구체 금액과 관련해서는 협상이 완전히 결렬된 이후에야 법적인 다툼이 가능하다고 봤다. 망 이용대가가 시장경제 원리상 법적으로 존재하는 정당한 권리이지만, 구체 규모는 우선 당사자가 최대한 협상해 결정하라는 논리다. 통신사가 금전적 망 이용대가를 받지 않더라도 상호 계약과 협상에 근거해 다른 형태로 상응한 대가를 받는 것은 정당하다고 도 봤다.

망 이용대가 정당성이 인정된 만큼, SK브로드밴드 등 통신사의 적극적인 대응이 예상된다. 당장 SK브로드밴드가 부당이득 반환 청구 소송을 통해 넷플릭스가 미지급한 망 이용대가 규모를 법적으로 규명한다면, 망 이용대가 지급 근거와 실태는 보다 명확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SK브로드밴드는 재판 과정에서 2020년 기준 넷플릭스의 망 이용대가를 약 270억원 규모로 추정한 사실이 판결문을 통해 확인됐다.

넷플릭스는 법원 판결을 반박하면서도 SK브로드밴드와 협력을 지속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망 이용대가를 둘러싼 주요 CP와 통신사간 협상은 보다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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