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타 변이 코로나' 과도한 공포 조장할 필요 없다

2021. 6. 27.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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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주의 안전사회] 코로나 전쟁 새 국면에 당도했나?

[안종주 사회안전소통센터장]
코로나19 바이러스 변이형 가운데 가장 위험한 델타 변이형이 진원지인 인도뿐만 아니라 영국, 러시아에 이어 세계 각국에서 본격 확산하면서 백신이란 효과적 무기를 전장에 투입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코로나 전쟁이 새 국면을 맞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 변이형이 서서히 그 세력을 불려가고 있어 방역 당국은 긴장 모드를 취하고 있다. 일부 언론 등은 델타 변이형 유행에 대해 과도한 공포를 자극하는 보도를 하고 있다. 또 델타 변이형의 확산을 계기로 그 대응 전략을 두고 정부 내에서 서로 반대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며 갈등을 부추기고 국민의 불신과 불안을 유도하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국내 한 뉴스통신사는 “코로나19 델타형(인도형) 변이에 더해 델타 플러스형 변이가 발생해 단시간에 감염 전파가 가능하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전 세계적으로 유행 확산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전하며 ‘단 14초 만에 감염’ ‘옆을 스치기만 해도 감염’ 등 감염병을 소재로 한 재난 공포 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하는 보도를 했다. 이 언론사뿐만 아니라 다수 언론사들도 유사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변이에 변이를 거듭하는 코로나, 변이의 끝은 없어

코로나19 바이러스 변이형은 코로나19 유행 시작 몇 달 뒤부터 나타났다. 영국에서 처음 나타난 알파형 변이를 시작으로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진원지인 베타형, 브라질에서 유행하기 시작한 감마형 등 4가지 변이형이 대표적이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리보핵산(RNA) 유전자를 지니고 있어 변이가 잘 이루어지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이 때문에 변이는 코로나 유행 초기부터 예측된 바 있다. 다만 그 정확한 변이 정도나 변이 시기를 예측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

이들 변이형들은 코로나19 원형 바이러스보다 전파력, 즉 감염력이 더 강한 것이 특징이다. 특히 델타형 변이는 알파형 변이보다도 전파력이 1.6배 더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감염 뒤 위중증으로까지 발전해 이로 인한 입원율도 델타형이 알파형보다 2.3배 더 높은 것으로 보고됐다.

우리 언론은 인도 언론 보도를 인용해 인도 전문가가 “새로운 델타 플러스 변이는 전염력이 매우 강하다. 마스크를 쓰지 않고 감염자 옆을 걸어가기만 해도 감염될 수 있다.”고 경고한 이야기를 전했다. 중국에서는 같은 화장실에서 단 14초만 함께 머물렀음에도 델타형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됐다는 이야기도 전했다.

우리 언론, 변이형 관련 과도한 공포 유발하기 보도 자제해야

하지만 이들 국가나 언론, 그리고 우리 언론 등 그 어디에서도 이와 관련한 구체적인 상황이나 데이터를 제시하지 않았다. 하지만 코로나나 바이러스, 감염병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은 이린 보도만 접할 경우 델타 변이형에 대해 매우 괴기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

변이형 바이러스든, 일반형 바이러스든 14초가 아니라 1~2초 만에도 감염될 수 있다. 만약 그 누군가가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이 됐고 그가 감염되지 않은 사람 코앞에서 서로 마스크도 쓰지 않은 채 재채기를 하거나 크게 말하면 수백만 내지 수천만 바이러스 입자가 튀어나와 무방비 상태인 상대방에게 전달될 수 있다. 감염은 많은 부분 이처럼 순간적으로 일어난다.

중국과 인도의 델타형 감염 사례가 구체적으로 설명되지 않고 대중이 오해를 하거나 잘못 이해할 수 있는 식으로 해당 국가에서 다루어졌으며 이것이 우리나라 언론을 통해 다시 걸러지지 않고 그대로 전파됨으로써 우리나라 사람들이 델타형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에 감염되도록 만들었다.

변이의 제왕 델타형, 인도, 영국, 러시아 넘어 세계로

세계 각 나라가 변이형 바이러스에 주목하는 것은 기존 백신·치료제가 비변이형 바이러스 감염에 견줘 잘 듣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백신 접종률이 높은 영국에서도 델타 변이형이 유행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 영국과 러시아의 신규 확진자 가운데 90% 안팎이 델타형으로 분석됐다. 최근 미국의 코로나19 전체 감염 사례 가운데서도 델타형이 20%를 차지하고 있다. 유럽질병관리예방센터도 최근 델타 변이 위험 평가 보고서를 내 8월 말이면 유럽 지역 코로나19 신규 확진자의 90%가 델타 변이 감염자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세계보건기구(WHO)도 최근 속도로 델타형이 확산하면 머지않아 코로나 유행 균주의 자리바꿈이 전 세계적으로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직 백신 접종이 미미한 나라가 많은 가운데 그런 일이 벌어지면 코로나 전쟁은 우리가 지금까지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 수도 있다.

델타형 변이 확산에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각 나라, 나아가 세계 코로나 유행을 잠재울 수 있느냐 여부를 가름할 핵심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서는 백신 접종에 더욱 속도를 내고 백신을 맞은 지 6개월이 지난 접종자들에게는 추가로 접종(부스팅 샷)함으로써 항체 형성률과 유지율을 높이는 것이 우선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는 내년에도 전 국민을 접종할 수 있는 백신 확보에 지금부터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접종 후에도 환경에 따라 마스크 쓰기와 거리두기 철저해야

이와 함께 백신을 맞았더라도 때와 장소에 따라 마스크 쓰기, 사회적 거리두기 등을 철저히 해야 한다. 세계에서 가장 일찍 가장 높은 접종률을 기록한 이스라엘에서도 실외는 물론이고 실내에서도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해제했다가 델타형이 유행하자 실내에서는 다시 마스크를 쓰도록 권장하고 있다. 백신을 두 차례 접종 받았더라도 실내에서 많은 사람이 모여 마스크를 벗고 대화하는 것은 삼가는 것이 좋다. 또한 밀집, 밀폐, 밀접 등 3밀 환경에서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에서 델타 변이형 확산은 아직까지 크게 문제가 될 정도는 아니다. 국내 유행 변이형의 주류는 알파형이며 델타 변이형은 전체 변이형 가운데 10%정도에 그치고 있다. 숫자로 보면 190명가량의 확진자가 나왔다.

하지만 일부 언론은 “국내도 변이 펜데믹 공포” “델타 변이, 국내 유입 초기라는데...7월 완화되는 방역체계 '우려 확산’” 등으로 불안을 자극하는가 하면 델타 변이형 관련 정부 대책을 놓고 “'델타 변이' 확산에...정은경, 정부 '방역 완화'에 반기 들까?” “ ‘델타변이 통제 가능’ vs ‘확산 우려’ 중대본·정은경 갈렸다.” 등의 보도를 해 마치 정부 내에서 정반대의 예측과 대책을 주장하는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 국민 불안을 조장하는 보도다.

델타 변이 대처, 미리 공포에 떨 필요 없고 지나친 자신감도 금물

중대본과 질병관리청의 주장을 자세히 톺아보면 서로 상반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다만 한쪽에서는 국민을 안심시키는 쪽에 무게를 둔 발언을 했고 정은경 청장은 최악의 사태에 대비하는 자세를 강조했을 뿐이다. 재난 또는 위기 상황에서는 이 두 가지 전략과 태도 모두 필요하다. 미리 공포에 떨 필요도 없으며 지나친 자신감도 금물이다. 이는 지난 1년 반 동안 우리가 코로나 전쟁을 치르면서 이미 터득한 바 있지 않은가.

우리는 7월부터 5단계에서 4단계로 다소 완화한 새로운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하기로 했다. 지금보다는 모임 인원이 늘어나고 영업시간이나 공연·스포츠 관람객들도 대폭 늘어난다. 이와 맞물려 백신 1차 접종자와 2차 접종자도 3분기에 급속하게 늘어날 것으로 본다. 전반적으로 방역에 느슨하기 쉬운 환경에 놓인다. 이 때문에 코로나가 확산할 가능성이 상당하고 델타 변이형도 마찬가지다.

이 때문에 정은경 청장은 적어도 수도권만이라도 방역을 다잡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결코 틀린 생각이 아니다. 정부는 우리나라에서 델타형 변이가 얼마나 빨리 확산되는지 예의주시하면서 유행의 변곡점을 넘지 않도록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그 실패는 곧 국가의 위기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델타 변이형과의 전면전이 일어나지 않도록 사회 구성원 모두의 경각심이 필요하다.

[안종주 사회안전소통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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