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 지침 지키라" 말하던 영 보건장관, 불륜 상대와 포옹 들통나 사임

윤기은 기자 2021. 6. 27.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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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맷 행콕 영국 보건부 장관이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다우닝가에 도착해 차에서 내리고 있다. 런던|EPA연합뉴스


맷 행콕 영국 보건부 장관이 동료와 밀접 접촉을 하고 있던 불륜 사진이 공개된 이후 코로나19 방역 지침 위반 논란에 사임했다. 행콕 장관은 그간 시민들에게는 방역 지침을 지킬 것을 강조해왔지만, 지금까지 수차례 자신이 방역 지침을 어겨 비판을 받아오기도 했다.

가디언은 26일(현지시간) 행콕 장관이 사임했다고 밝혔다. 행콕 장관도 자신의 트위터에 영국 정부에 제출한 사표를 공개했다. 그는 사직서에 “방역 지침을 어긴 것에 대해 거듭 사과드리고, 가족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이런 일을 겪게 해 미안하다”며 “제 사생활로 인해 이 위기를 이겨내기 위한 우리의 집중이 방해받지 않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그가 사임 의사를 밝힌 지 약 2시간 만에 사지드 자비드 전 재무장관을 후임 보건장관에 임명했다.

행콕 장관의 사임은 영국 타블로이드 더선이 지난 24일 그의 불륜 행각이 포착된 사진을 공개한 지 약 이틀 만에 이뤄졌다. 더선은 지난 5월6일 행콕 장관과 지나 콜러댄젤로 영국 보건사회복지부 고문이 서로 껴안고 키스하는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CC)TV 화면을 갈무리해 보도했다. 두 사람은 옥스퍼드 대학 재학 당시 만난 친구 사이이며, 두 사람 모두 배우자와 자녀가 있는 상태였다. 문제는 당시 영국의 코로나19 방역 지침이 실내 포옹 금지였다는 사실이다. 이 지침은 지난달 17일 풀렸다.

코로나19 방역 지침을 준수할 것을 시민들에게 권고했던 그가 오히려 이를 어겼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영국 시민들은 그에게 비난을 쏟아냈다. 코로나19 유가족 협회는 “행콕 장관이 전염병과 관련한 도덕적 지휘권을 계속 지녀야 하는지 의문이다”며 존슨 총리에게 행콕 장관을 해임하라는 서한을 보냈다. 여당인 보수당의 두칸 베이커 노스포크 의원은 “고위 공직자는 올바른 도덕과 윤리의식을 갖고 행동해야 한다”며 그에게 사임을 요구했다.

영국에서는 코로나19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급속히 확산하고 있다. 26일 코로나19 일일 확진자 수가 1만8000명대로 치솟으며 지난 2월 이후 최다를 기록했다.

행콕 장관이 방역 수칙을 어겼다는 의혹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영국 언론 데일리메일은 지난해 10월 “그가 오후 9시40분쯤 런던에 있는 술집에서 와인을 주문했고, 이후 40여분간 머물렀다”고 전했다. 영국 코로나19 방역수칙에 따르면 당시 술집은 오후 10시까지 출입이 가능했다. 당시 보건부는 “행콕 장관은 투표를 하기 위해 오후 9시42분쯤 자리를 떠났다”며 의혹을 부인했다. 같은달 본인이 당부한 것과 달리 마스크 착용을 하지 않고 운전기사가 있는 차에 탑승했던 점도 논란이 됐다.

가디언은 이번 사건으로 행콕 장관의 다른 비리 의혹도 거론되며 존슨 내각에도 타격이 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콜러댄젤로가 정부 고문으로 채용된 과정이 불투명하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 콜러댄젤로가 지난 4일부터 이틀간 영국 옥스퍼드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보건부 장관회의에 행콕과 함께 갔으며, 콜러댄젤로의 참석 비용을 세금으로 지불했다는 의혹도 일고 있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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