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인미답 '코스피 3300' 연 가치주..소임은 어디까지?

고준혁 2021. 6. 27.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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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코스피 3302.84 마감..3200 넘긴 뒤 5개월 만
거래대금 규모 작지만, 대표 대형주 상승엔 '의의'
6월 FOMC 후 급락한 장기물 금리 오르며 가치주 재상승
"향후 코스피 반등 주역, 인터넷 아닌 소비재 주도할 것"
"경기민감, 기회 있겠지만 지금 투자 주도는 여전히 기술성장"
[이데일리 고준혁 기자] 코스피가 전인미답의 3300선을 돌파했다. 업종 측면에서 보면 6월 미국 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직후 위축된 경기민감주가 다시 살아나면서 지수를 밀어올렸다. 상반기 기저효과는 끝나겠지만, 시장이 경기 회복과 성장이란 테마를 놓지 않은 걸로 풀이된다.
거래량 적었지만, 대형 주도주 움직였다

27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지난 25일 코스피는 장중, 종가 기준 모두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장중으로는 전 거래일 대비 0.91% 올라 3316.08를, 종가로는 0.51% 오른 3302.84로 마감했다. 특히 이날은 3300선을 돌파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코스피는 지난 1월 25일 3208.99로 마감한 뒤 수차례 최고가를 경신했지만, 약 5개월간 3200대에 머물렀다.

거래량이 적었고 외국인 투자자의 참여가 미미했다는 점에선 3300으로 천장을 높였다는 데 큰 의미부여를 할 수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25일 코스피 거래대금은 18조원대로 되레 전 거래일 21조원대보다 작다. 외국인 투자자는 이날 2484억원 순매수했지만, 월 단위로는 6월(1~25일) 7021억원 순매도 상태다. 반면 큰 덩치로 지수 상승을 견인하는 대형주가 움직였다는 점에선 추세적 상승을 기대해볼 만하다는 의견도 있다. 지난주(6월 21~25일) 코스피 대형주는 1.2% 상승해 중형주가 0.5% 오르고, 소형주가 0.2% 내린 것에 비해 우수한 성적을 냈다. 이는 올 초부터 지난달까지 대형주가 10.2%, 중형주가 19.9%, 소형주가 23.6% 각각 수익률을 낸 것과 대조되는 것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금의 상승이 시원하진 않지만, 그래도 지수가 상승할 때 시장의 대형 주도주가 같이 갔다는 점에서 의미를 둬도 된다고 생각한다”며 “시총 상위권 업종인 인터넷과 반도체, 자동차, 2차전지들이 골고루 반등하면서 고점을 벗기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FOMC 후 美 장기물 흐름따라, 가치주 내렸다 상승

지난 16일 매파적인(hawkish) 기조가 감지된 6월 FOMC 회의 직후, 며칠간 미국 장기물 금리가 내리면서 성장주가 급등했다. 그러나 금리는 이내 하락폭을 만회했고 경기민감주가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최근 글로벌 증시는 가치주와 성장주가 서로 반대로 가는 흐름이 더 강화되고 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 내 가치와 성장의 상관관계는 0.2까지 내려와 2000년도 이후 최저 수준까지 하락했다. 두 영역이 같이 오르거나 내리는 일이 거의 없다는 얘기다.

16일(현지시간) 1.581%였던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20일 1.441%까지 하락했다가 25일 1.524까지 상승했다. 이같은 금리 흐름은 성장주와 가치주 움직임에 비교적 뚜렷하게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이는 아이셰어즈 S&P500 가치(Value)와 성장(Growth) 상장지수펀드(ETF)의 주간 단위 수익률로도 확인된다. 6월 셋째 주(14~18일)엔 가치가 4.13% 하락한 반면 성장은 0.24% 상승했지만, 넷째 주(21~25일)엔 가치가 3.22% 상승하고 성장이 2.41% 올라 상황이 역전됐다.

코스피 역시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셋째 주 수익률 1위 업종은 서비스업(5.51%)인 반면 넷째 주는 철강·금속(4.69%)이 1위를 차지했다. 3300에 도달한 25일 올초 코스피 경기민감주를 대표한 HMM(011200)도 6거래일 연속 하락을 끝내며 3.49% 상승했다.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10개 기업의 업종엔 반도체와 자동차, 인터넷, 2차전지 등 성장과 가치 업종이 고루 분포돼 있다. FOMC 이후 최근 2주간 성장과 가치의 순환매가 극명하게 이뤄졌음에도 코스피가 우상향한 이유인 셈이다.

“경기민감 ‘슈퍼 사이클’ 베팅은 어려워 보여”

미국채 장기물 금리의 바닥이 확인되며 경기민감 업종이 다시 잡은 주도권을 유지하리란 기대가 나온다. 향후 미국 외 유럽 등 지역으로 경기 회복이 확산되고 긴축 과정이 예견된 등 금리는 추세적으로 상승하리란 데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FOMC 회의 직후 급락했던 CRB 원자재 지수도 다시 연중 최고점을 향해 상승하고 있다. 26일 기준 컨테이너선 운임지수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3785.4를 기록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며, 7주 연속 상승세를 잇고 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지수 반등의 주역은 인터넷 종목이 아닌 다른 섹터가 될 가능성이 크고 가치주로 분류되는 소비재가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며 “FOMC 이후 장기물 중심으로 하락한 미국 금리가 하락분을 되돌리고 있고, 이에 한국 금리 장단기물 격차도 다시 벌어지며 소비재에 우호적 환경이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경기민감 업종을 길게 투자하는 건 삼가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주가가 추세적 상승을 한다는 건 대규모 투자도 뒷받침돼야 가능한데, 옛 산업에 해당하는 경기민감 업종의 투자는 비교적 작기 때문이다. 현 4차산업 혁명 시대를 대변하지 않는단 것이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긴축 우려와 부양책 등으로 금리도 하락하기 어렵고 2분기 실적이 양호할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에서 경기민감주에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경기민감 슈퍼 사이클’에 베팅하긴 어려워 보이는데, 투자가 있는 산업이 바로 구조적 성장산업이기 때문으로, 경기민감 산업은 친환경 선박 등을 제외하면 대규모 투자 움직임은 없고, 지금 투자를 주도하고 있는 산업은 여전히 기술 성장산업”이라고 강조했다.

고준혁 (kotae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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