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피해 여중사 다음날 '극단적 선택' 암시 메모..군사경찰 대대장 '직무유기' 혐의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2021. 6. 27.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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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군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지난 11일 출범식을 갖고 1차 회의를 열었다.


성추행을 당한 공군 이모 중사가 사건 발생 이튿날 직속 상관과 면담한 직후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메모를 남긴 것으로 확인됐다.

국방부 관계자는 27일 “국방부 검찰단이 지난 25일 열린 군검찰 수사심의위원회 4차 회의에서 이 중사가 지난 3월 3일 제20전투비행단 직속상관인 노모 상사와 면담 직후 자신의 심경을 남긴 휴대전화 메모를 공개했다”고 밝혔다. 이 메모에는 ‘조직이 날 버렸다. 내가 왜 가해자가 되는지 모르겠다. 더는 살 이유가 없다. 먼저 떠나게 돼 죄송하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 중사는 같은 날 또 다른 직속상관인 노 준위와 면담 이후에는 ‘노 준위도 노 상사와 똑같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당시 남자친구였던 남편 A씨와 주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사는 지난 3월 2일 선임 부사관인 장모 중사로부터 성추행을 당하고 이튿날 바로 보고했으나 회유와 압박 등 2차 피해 뒤 지난달 22일 숨진 채 발견됐다.

위원회는 이 중사가 신고하지 않도록 회유하고 위력을 행사한 혐의를 받는 노 상사에 대해 특가법상 면담강요죄로 구속기소 의견을 의결했다. 일부 혐의에 대해서는 특가법상 보복협박죄를 적용할 것을 권고했다. 이 중사를 1년 전 강제추행하고 지난 3월 사건 발생 직후 신고를 하지 못하게 협박한 혐의를 받는 노 준위에 대해 군인등강제추행죄와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상 보복협박죄 등으로 구속기소하는 의견을 의결했다고 국방부는 밝혔다.

위원회는 또 국방부 조사본부로부터 공군 20비행단에서 초동수사가 미흡했던 부분에 대한 수사결과를 보고받았다. 이와 관련해 조사본부는 20비행단 군사경찰대대 수사계장을 직무유기 혐의로 형사입건하고 군사경찰대대장과 공군본부에서 파견된 여성 수사관 등 2명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하겠다고 위원회에 보고했다. 형사입건된 수사계장은 3월 5일 피해자 조사만 진행한 채 같은 달 8일 가해자 장 중사에 대한 ‘불구속 의견’이 담긴 인지 보고서를 작성한 인물이다. 장 중사에 대한 첫 조사가 같은 달 17일에 이뤄졌음을 감안할 때 가해자 조사를 하기도 전에 사실상 불구속 결정을 한 것이다.

위원회는 수사계장의 형사입건에 동의하면서, 징계위는 20비행단 군사경찰대대장에 대해서도 사실상 수사를 방해한 것이라며 직무유기로 형사입건할 것을 권고하고 나머지 1명은 징계가 필요하지 않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군사경찰 대대장은 가해자 진술도 받지 않은 상태에서 ‘변호인과 일정 조율’ 등을 이유로 ‘가해자 불구속 처리’ ‘압수 수색을 최소화’ 지침을 내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 관계자는 “군사경찰대의 불구속 송치 의견서엔 성추행 행위 중 ‘강제’라는 말이 빠지고, 장 중사가 용서를 구하고 있다는 점과 함께 불구속 이유로 변호사 선임 사실이 이례적으로 기재됐다”고 말했다.

이밖에 이 중사가 제출한 휴대전화 문자에 1년 전 성범죄 피해를 암시하는 표현이 있었는데 이 역시 진술 조서에선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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