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홍수의 삼라만상22] 어제는 청록색을 가진 사람을 만났다

정리=박명기 기자 2021. 6. 27.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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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컬러로 태어났는지 재미있는 상상..스스로 검어진 사람 만나고 싶지 않다

'가지각색'(色色·種種)이란 말을 상기해 보며 그림을 그리는 눈으로 사람을 물감을 통해 사람들에게 대비해 보았다. 

삶의 다양한 교류 속에 자신과 맞는 색을 찾아간다. 어제는 얇은 막의 청록색을 가진 사람을 만났다. 이 사람은 대화 중에 백색을 섞어 좀 더 밝은 녹색으로 왔다가 검은색을 섞인 진록색으로 감추다가 한다. 그러나 아주 어두운 색으로 들어가진 않는다. 

사람들은 이렇게 자신의 캔버스를 가지고 타인들에게 색을 칠하며 보여준다. 각자의 인생을 어떻게 살았는지? 자신은 어떤 컬러로 태어났는지에 대해 재미있는 상상을 해 보았다. 

살다 보면 주변에 귀한 흰 백색의 사람들이 있고, 노랑, 분홍색처럼 예쁜 물이 들어있는 사람들도 있다. 그리고 무지개빛, 영롱한 보기만 해도 행복한 사람들이 있다. 

태어난 색은 모두 흰색이었으나 살아가며 이색 저 색을 묻히고 섞여 다른 색으로 바뀌기도 한다.삶의 농도가 힘들수록 너덜한 알 수 없는 색으로 변한다.

동물 중에 아이들을 강아지에 비교하듯 개나리색이 어울린다. 초봄에 유치원의 병아리들처럼 놀고 있는 유아들이 생각나는 예쁜 노란색 풍경은 생각만 해도 미소가 지어진다.

장미의 빨강은 열정이다. 요염하고 아름다운 여인의 자태가 그려진 붉은 립스틱이 발라진 미소를 짓는 달콤한 입술을 그려 본다. 유곽 홍등가의 유혹처럼 천하며 위험한 색으로도 쓰인다. 

분홍은 그보다 나이가 든 여인네의 치마폭이다. 사는 동안 자신만의 붉었던 입술의 컬러가 아이를 한둘 낳으며 연분홍색으로 색이 빠져나간 것이다. 그나마 세월이 가면 그 색도 탁하여 백색으로 돌아간다.

좀 더 어두운 색을 팔래트에 짜서 칠해본다. 청색 갈색 녹색 그리고 여러 색이 배합이 되도록 상상하며 캔버스에 발라본다.

녹색은 산이 떠오른다. 푸르디푸른 녹색의 산이다. 강하다. 한여름은 봄에 옅은 연녹색에서 강하고 짙은 녹색으로 변해간다.

그 짙음이 강해서 산 아래의 바위며 물 심지어 그 어떤 것도 그 색에 갇히고 만다 그래서 뜨거움을 감춰주고 그늘을 만들어준다.

녹색 물감은 노랑과 파랑을 섞으면 만들 수 있다. 새벽에 산자락을 보면 푸른빛의 어울림과 가을의 노랑이 섞여있는 걸 나만 느끼는 것일까? 

청색은 바다를 연상시킨다. 청량한 사람 강한 사람 흔들리지 않은 남자를 연상한다. 

보라색은 남자도 여자도 아닌 뜨거운지 차가운지 모르는 그런 색으로 느껴진다. 보라색은 빨강과 파랑을 섞은 후 흰색을 넣으면 나온다. 

빨강은 정열적인 여자라면 파랑은 남자의 컬러 중의 하나다. 그 색에 청렴한 백색이 섞여서 탄생한다. 두 가지를 모두 녹인 것이다.

그럼 흰색과 검은색은 어떤가? 사람들 중에도 모든 걸 드러내는 흰색의 사람들이 있고 속마음을 알 수 없는 사람은 속이 '시커멓다'라고 검은색을 표현한다. 음흉하다는 컬러는 그래서 속을 알 수 없는 검은색이다. 

우리가 보는 미디어나 온갖 매체에서도 검은색은 나쁜 상징의 컬러로 전해왔다. 물론 일부 국가나 민족은 검은색을 신봉하기도 한다. 

'암흑의 세계'라는 표현만 보아도 그 컬러가 좋은 세상은 아니다. 물론 검은색은 모든 걸 감추어준다. 

유화를 그릴 때 캔버스의 잘못된 그림을 순식간에 감춰주기도 하고 묵직한 선의 표현으로 뭉크나 칸딘스키 같은 화가들이 많이 사용했던 중요한 컬러다.

어두움은 우울의 상징처럼 어떤 컬러든 그 안에 갇히고 마는 것이다. 빨강에 흰색을 섞으면 진한 컬러의 도도한 여성이 온유한 엄마의 분홍으로 변해간다. 

그래서 흰색은 우유처럼 부드럽다. 그 어떤 컬러도 심지어 검은색도 회색으로 마음을 바꿔준다. 그러나 그 컬러를 바꾸기에는 너무나 어둡다. 

반대로 검은색은 그 어떤 컬러도 어둡게 더 할 수 있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어두운 마음을 가진 사람이 밝은 사람을 무너뜨린다. 밝은 색채의 사람이 어두운 사람을 변화시키기는 쉽지 않다. 군중의 무리 속에 다양한 컬러가 있다. 형형색색의 컬러에서 우리가 보는 다양한 컬러에 내가 섞여 있다. 

내 컬러는 어떤가? 이것저것 묻혀서 놀고 있는 연녹색의 컬러인 듯하다. 좀 더 흰색을 섞고 노랑 같은 예쁜 색도 넣어야 한다. 검은색은 넣지 않을 것이다. 스스로 검어진 사람들과 점점 탈색되어 가는 사람들은 만나고 싶지 않다.

글쓴이=주홍수 애니메이션 감독 sisi9000@naver.com

주홍수 감독은?

주홍수 감독은 30년 가까이 애니메이터로 만화가로 활동을 해왔다. 현재 극장용 애니메이션과 여러 작품을 기획 중이며 올 해 출판이 예정된 산문집을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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