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나와라 뚝딱]외국인 확약 투명 공개..크래프톤부터 적용

이지현 2021. 6. 27.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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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크래프톤 증권신고서 정정 요구
해외 기관 확약 비율 공개 대상에 포함돼
밸류 다시 환산 시 희망 공모가 수정될 듯

[이데일리 이지현 김소연 기자] 내달부터 해외 기관투자자의 공모주 의무보유 확약 현황이 자세히 공시됩니다.

지난달 31일 이데일리가 ‘[단독]보유확약 고작 37%…SKIET 외국인 매물폭탄 이유 있었다’ ‘“개미는 한주도 힘든데”…外人에겐 쉬웠던 공모주 단타’ 등을 보도한 이후 외국인 기관투자자의 먹튀 논란이 커지자, 금융당국은 관련 제도 손질에 나선 것입니다. 기업공개(IPO) 대어 중에서는 크래프톤부터 적용될 것으로 보입니다.

기준 손질 금감원…투자자 정보 공개 더

2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7월 1일부터 증권신고서와 증권발행실적 보고서 서식이 개정됩니다. 기관투자자의 기업공개(IPO) 공모주 의무 보유 확약 현황이 상세히 알려질 수 있도록 변경한 것입니다.

금융당국은 현재 IPO 공모주에 대한 중장기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배정 주식을 상장 후 일정 기간 보유하기로 확약한 기관투자자를 우대해 배정하는 제도를 운영 중입니다. 그러나 현재 증권신고서와 발행실적 보고서에 의무보유 확약 현황을 전체 기관투자자 단위로 통합 기재하고 있어서 기관 유형별 의무 보유 확약 현황을 확인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이데일리가 유의동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상장한 SK아이이테크놀로지(361610)(SKIET)의 상장 시 의무보유확약 비율은 국내 기관이 96.4%였지만, 해외 기관은 36.6%를 기록했습니다. 확약한 해외 기관의 5.6%만이 6개월 확약을 걸었을 뿐입니다. 해외 기관의 대부분(91.8%)은 1개월 확약에 그쳤습니다. 국내 기관의 대부분이 6개월(52.6%), 3개월(37.6%) 확약을 건 것과는 차이가 확연합니다.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이후 외국인 투자자가 전체 공모물량의 44%를 보유확약 없이 수월하게 공배정받고, 상장 첫날 대거 매도에 나서면서 주가 변동성을 키운 주범으로 지목됐습니다. 이에 금융당국은 오는 7월1일부터 제출되는 증권신고서(정정신고서 포함)에는 기관 투자자의 의무보유 확약기간별 수요예측 참여 내용을 6개 투자자 유형별로 구분, 기재하도록 명시했습니다.

수요예측에 참여한 기관 투자자를 △운용사(집합) △투자매매·중개업자 △연기금·운용사(고유)·은행·보험 △기타 △외국기관투자자(거래실적 有) △외국 기관투자자(거래실적 無)로 구분해 일반투자자가 청약 시 이를 감안할 수 있게 한 것입니다.

공모주 절반 해외기관 배정…확약률 공개 대상

크래프톤은 지난 15일 금감원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했지만 25일 반려돼 정정신고서를 다시 내야합니다. 만약 그대로 증권신고서가 통과됐다면 해외 기관의 확약 비율 공개에서 제외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금감원이 제동을 걸면서 해외기관 확약 비율 공개 대상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크래프톤의 대표주관사로는 미래에셋증권이, 공동주관사로는 NH투자증권(005940)과 크레디트스위스(CS)증권, 씨티글로벌마켓증권, JP모건증권 등이 참여합니다. IPO 참여사 5곳 중 3곳이 외국계입니다. 이번 총 공모주(1006만230주) 중 55%에 이르는 553만3127주가 외국계 증권사에게 배정됩니다. 국내 기관들보다 낮은 의무보유확약 비중 등을 고려하면 상장 첫날 ‘매물 폭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여러번 대어급 IPO 공모청약에 참여해온 개인투자자들은 인터넷 주식 관련 카페 등에 외국인 먹튀 가능성이 크다며 크래프톤의 공모주 청약에 참여하지 말자는 글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더는 묻지마식 청약에 동원돼 외국인 기관의 먹잇감이 되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번에 증권신고서 서식 개정으로 해외 기관의 확약기간이 공개되면서 일반청약자들은 확약비율을 확인 후 청약이 가능해진 것입니다.

한 예비청약자는 “SKIET 이전까지만 해도 ‘대어급 청약=따상(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 형성 후 상한가)’ 공식이 맞아서 무조건 들어갔다”며 “이젠 해외 기관 확약 비중 등이 공개되는 만큼 관련 신고서를 꼼꼼하게 확인하고 청약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증권신고서 반려 공모가 일정 재검토

크래프톤은 증권신고서가 반려되면서 공모가와 공모일정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IB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크래프톤의 평가 방식 등을 문제 삼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크래프톤은 희망공모가 밴드로 45만8000~55만7000원을 제시했습니다. 공모가 산출을 위한 비교군으로 국내 기업뿐만이 아니라 블리자드, 일렉트로닉 아츠(EA) 등 글로벌 게임사, 게임사가 아닌 지식재산권(IP) 강점이 있는 월트 디즈니, 워너 뮤직 등 총 9개의 기업을 선정했습니다. 평균 주가수익비율(PER) 45.2배를 산출해 할인율을 적용했지만, 월트 디즈니ㅇ의 PER이 88.8배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할때 고평가 논란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지난해 연간 실적이 아닌 올해 1분기 지배주주 순이익에 4배 곱해 연환산한 수치를 적용한 것도 논란거리였습니다. 연환산 수치가 지난해 연간 실적보다 40% 가량 높기 때문입니다. IB업계 관계자는 “기업 밸류에이션으로 35조원 정도를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며 “정정과정에서 관련 수정이 많이 될 것 같다”고 귀띔했습니다.

당초 크래프톤은 7월 14일과 15일 양일간 일반청약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하지만 정정신고서 제출 이후로 연기가 불가피한 상태입니다. 신고서 제출 후 15영업일 이내에 IPO 일정을 진행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청약주관사인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금감원에서 요구한 정정사항들을 잘 반영해서 다음 주 중에 (신고서를) 제출할 예정”이라며 “공모청약 일정 등이 조금 연기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지현 (ljh423@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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