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피처] "아예 원서 내지 마세요" 피부색 따라 지원기회 준 방송사

2021. 6. 2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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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BBC가 백인은 아예 지원할 수도 없는 채용공고를 냈다."

최근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 등 현지 언론은 공영방송 BBC가 공지한 '이색 채용공고'에 대해 보도했습니다.

BBC는 영국 글래스고에 위치한 BBC의 과학 전문 제작사에서 1년간 '풀 타임'으로 방송 프로그램 제작 업무를 할 직원을 뽑는 중인데요.

명망 높은 BBC의 TV 프로그램 제작에 참여하며 1년간 1만7천810파운드(한화 2천800여만 원)의 급여를 받는 이 자리는 방송계에 관심 있는 사람들의 눈길을 끌 수밖에 없죠.

그런데 우리가 많이 봐온 채용 공고처럼 업무 내용과 지원 자격 등을 설명한 이번 채용공고 마지막 부분에는 조금 특이한 한 줄이 덧붙여 있습니다.

"이번 채용은 흑인과 아시아인, 여타 다양한 인종에게만 지원 기회가 주어집니다."

즉, 백인은 이 채용공고 대상에서 제외돼 이 자리에 지원할 자격이 아예 없다는 뜻입니다.

BBC는 해당 공고를 자사 채용 홈페이지가 아닌 '크리에이티브 액세스'란 단체의 채용 포털에 올렸는데요.

크리에이티브 액세스는 언론 등 '크리에이티브' 영역의 채용 시장에서 BBC를 비롯해 다양한 기업과 제휴하며 인종과 장애 등에 따른 차별이 없는 '공정한 채용'을 진행하고 구직자를 지원하는 등의 활동을 합니다.

BBC가 이번 채용공고를 크리에이티브 액세스 웹페이지에 올렸다는 것은 이 공고가 곧 '다양성을 추구하는 구인광고'란 뜻인데요.

이 같은 배경에도 BBC가 백인을 배제한 채용공고를 올렸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관련 기사 댓글 창에는 비판 여론이 일었죠.

"이건 백인에 대한 인종차별이다."

"만약 이 채용공고와 반대로 '유색인종은 지원할 수 없다'고 했으면 난리가 났을 것이다."

데일리메일의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나는 흑인이지만 이 채용공고가 인종차별이라고 생각한다"는 댓글도 달렸습니다.

이 댓글을 쓴 사람은 "차별받는 소수자들이 '우리에게만 일자리를 달라'고 말한 적은 없다"며 특정 인종을 배제하는 게 아니라 모두에게 공정한 기회를 줘야 한다고 주장했죠.

특히 BBC가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영방송이란 점에서 영국인들의 반감이 심한데요.

조 벤터 영국 납세자연맹 디지털캠페인 매니저는 데일리메일과 인터뷰에서 "BBC 운영진은 수신료를 납부한 납세자들의 돈을 가지고 인종에 기반한 차별을 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저널리스트 마틴 더브니는 "BBC가 영국인 중 84%를 이 채용공고에서 배제했다"며 BBC를 인종주의 기업이라고 불렀죠.

최근 고(故) 다이애나비의 26년 전 인터뷰가 성사된 배경에 BBC 측의 사기 행위가 있었던 것이 알려지며 BBC에 대한 영국인들의 반감이 커진 상황에서 '백인 차별 채용' 논란까지 불거진 것인데요.

가구당 연 159파운드(약 25만 원)에 달하는 수신료를 삭감하라는 목소리가 더욱 높아졌고 트위터 등 온라인에는 이런 내용의 해시태그(#DefundTheBBC)를 단 게시물들이 다수 올라왔습니다.

BBC 대변인은 이런 논란에 대해 "BBC는 다양성을 포용하는 조직이며 시청자의 다양한 배경을 대변한다"며 "크리에이티브 액세스의 다양성 추구 철학을 지지하며 이는 영국의 '차별금지법'과 궤를 같이한다"고 말했습니다.

BBC는 올해 초 직원의 50%를 여성, 20%를 흑인과 소수인종, 12%를 장애인으로 채우겠다는 등의 계획을 발표하며 '영국 사회를 더 잘 대변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망으로 촉발된 흑인 인권 운동 이후 BBC뿐 아니라 세계적인 기업 다수가 인종 차별 철폐를 표방하는 채용 계획을 밝혔죠.

스포츠용품 기업 아디다스는 지난해 6월 미국 내 아디다스와 리복의 신규 채용인원 중 적어도 30%를 흑인과 히스패닉으로 채우겠다고 발표했고, 정보기술(IT) 공룡 기업 구글 역시 지난해 10월, 2025년까지 흑인 또는 흑인 혼혈 직원 수를 현재의 2배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라고 알렸습니다.

그러나 이 같은 정치적 올바름(PC·Political Correctness)을 표방하는 채용 추세에 대한 반발 여론도 적지 않은데요.

어떤 일자리든 가장 적합한 조건과 능력을 갖춘 사람을 뽑으면 되는데 '다양성을 추구한다'는 이유로 인종이란 조건을 추가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죠.

흑인과 소수인종을 우대하기 위해 백인의 지원 기회를 아예 박탈한 영국 공영방송의 채용공고. 과연 '공정'인가에 대한 논란이 가열되고 있습니다.

이은정 기자 김지원 작가 이주형 권예빈 인턴기자

mim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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