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는 정보·원하는 시간·원하는 의사' 모두 충족시켜 [뉴스 인사이드 - 코로나 시대 '언택트 건강강좌' 인기]

정진수 2021. 6. 27.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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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건강강좌 사라지자 온라인 비중 '쑥'
개원의 위주 시장에 대형병원들도 가세
유튜브 영상, 생활습관서 질병까지 다양
의학기자 출신 홍혜걸 채널 78만명 구독
세브란스·아산병원 구독자 2년새 5배 ↑
세브란스 췌장암 영상 조회 637만회 '대박'
서울대병원은 병원장이 직접 제작 독려
환자들 '1분 진료' 갈증 일정부분 해소 효과
경희대병원 치매강좌 동시접속 타강좌 8배
교수님들 촬영장 모시려 '삼고초려' 예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은 ‘비대면 문화’를 가속화했다. 대형 병원에서 진행되던 건강 강의 역시 이제 온라인의 품으로 들어가고 있다. 각 병원 유튜브 채널의 구독자수가 늘면서 콘텐츠도 다양해졌다. 병원 관계자는 “비대면으로 해보니 실시간 강의의 경우 참석자들은 질문도 더 많이 받을 수 있어 좋고, 병원입장에서도 행사 준비 비용이 덜 들어 ‘윈윈’이다”라며 “코로나19가 종식돼도 과거로 돌아가진 않을 거 같다”고 설명했다. 사진은 서울아산병원에서 유문원 교수가 촬영을 준비하는 장면이다.  
경기도에 사는 이모(77)씨는 스마트폰으로 건강정보 동영상을 보는 걸로 아침을 시작한다. 2∼3년 전만 해도 TV 방송이나 병원에서 진행하는 건강강좌에 참석했지만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유행한 이후 유튜브로 갈아탔다. 지인이 보내준 링크를 통해 건강 동영상을 본 이후 ‘편리함’에 반한 것이다. 식단, 운동, 질병 정보 등 이씨가 구독하고 있는 건강 채널은 10개가 넘는다. 이씨는 “나이가 들수록 건강에 대한 관심은 커질 수밖에 없다”며 “내가 원하는 정보를,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병원의 의사에게서 듣는 즐거움이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시대’에 ‘언택트’ 건강강좌의 인기가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유행 이전에도 온라인 건강 채널은 많았지만, 감염 우려로 각 병원에서 개최되던 건강강좌가 사라지자 온라인의 비중이 급속도로 늘어난 모양새다. 초기 온라인 시장은 규모가 작은 프랜차이즈 병원과 개원의 등 위주로 형성됐지만 지금은 소위 ‘빅5’ 등 대형병원도 뛰어들고 있다. 

◆다양한 건강정보에 관심 ‘쑥’

코로나19 이전, 대부분의 대형병원은 100∼200명 정도 참석자를 신청 받아 질병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건강강좌를 꾸준히 운영해왔다. 담당 교수가 파워포인트 화면을 통해 전반적인 질병에 대한 설명을 하고 이후 10∼20분 정도 질문을 받는 형식이었다. 
반면 유튜브의 영상은 운동이나 음식 등 자잘한 생활습관부터 질병에 대한 폭넓은 정보까지 다양하다. 하나의 질병을 놓고 1시간씩 진지하게 설명하기보다는 ‘아침 건강 습관’ 등 5분 분량으로 짧게 이어지는 정보들이 대다수다. 제작자가 대형병원, 프랜차이즈 병원, 개원의, 헬스트레이너, 영양사, 약사, 간호사 등 다양한 덕이다. 대표적인 건강채널이 의학전문기자로 활동하다가 유튜브를 개설한 홍혜걸의 ‘의학 채널 비온 뒤’이다. 2011년 개설된 채널로 건강 채널을 선점하면서 구독자 수만 78만명이 넘는다. 주로 전공별로 다양한 의사를 초청해 질의·대담 형식으로 진행한다. ‘닥터프렌즈’, ‘교육하는 의사 이동환 TV’, ‘굿라이프’, ‘Dr. Ezra Hangjun 장항준 내과 TV’ 등도 구독자 수가 40만∼70만을 오가며 인기를 끈다. 
이들 채널이 지난 2010년 이후 붐이 일어난 반면 소위 ‘빅5’ 등 대형병원은 상대적으로 늦은 지난 2018∼2019년부터 콘텐츠 제작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건강정보에 대한 늘어난 관심은 각 대형병원 유튜브 채널 구독자 수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세브란스병원의 구독자 수는 23만명에 이른다. 아산병원의 경우도 15만명이 넘는다. 불과 2∼3년 전만 해도 각각 2만명이 채 되지 않았던 두 병원의 구독자 수가 불과 2년 새 10만명이 넘게 늘어난 것이다.
◆대형병원 콘텐츠도 ‘개성’

대형병원 건강정보 제공 전통의 강자는 서울아산병원. 유튜브 개설 초반부터 차곡차곡 건강정보와 병원 이야기, 희망적인 환자 스토리 등 콘텐츠를 쌓아나갔다. 건강정보 역시 가장 전통적인 정보 전달 방식을 고수한다.  반면 세브란스병원은 ‘라이징 스타’다. 2010년 채널을 개설할 때만 해도 ‘연세암센터 협약식’ ‘연세의료원 미니MBA 입학식’ ‘의료 선교의 달 선포식’ ‘세브란스 찬양경연대회’ 등 사실상 내부 보고용인 행사 동영상을 올리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대학병원 중 가장 많은 구독자 수를 보유하고 있다. 1000명도 안 되는 콘텐츠에 고민하던 중 지난 2018년 당시 사람들이 관심이 높았던 ‘췌장암’ 관련 동영상이 유튜브 알고리즘으로 추천 동영상에 떠 ‘대박’을 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이 췌장암 동영상 조회수는 현재 620만회가 넘었다. 이후 세브란스는 ‘꿀Tip’ ‘몸이 보내는 OOO 신호 O가지’, ○ 이 잘걸리는 사람 유형’ 등 마케팅에 최적화된 형식의 동영상으로 구독자수를 끌어들였다. 

서울대병원의 경우 병원장이 나서서 건강정보 제공을 독려했다. 김연수 병원장이 “앉아서 정보제공하는데 한계가 있다”며 전문가 그룹의 강점을 살려 콘텐츠를 제작할 것을 주문했다는 것이다. 병원장이 직접 나서다보니 교수 섭외과 비교적 쉬운 편. 서울대병원은 ‘모범생’처럼 매일 하나씩 꾸준히 동영상을 올리고 있다. 

서울대병원 홍보팀은 “코로나19 백신 등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는 콘텐츠가 쌓이다보니 구독자수가 늘어났다”며 “지난 1년간 레지던트들이 젊은 감성을 살려 웃고 떠드는 예능같은 영상과 정보 제공 영상을 5대 5 비율로 했는데, 올해 4월부터는 정보 비중을 70%로 늘렸다. 결국 사람들이 기대하는 것이 정보 제공이라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깊이 있는 정보가 인기

한 대형병원 관계자는 온라인 구독자 증가에 대해 “환자들은 사소한 얘기라도 교수에게 직접 듣고 확인하고 싶어한다”며 “‘1분 진료’가 보편화된 한국에서는 늘 이런 목마름이 있는데 동영상 강의를 통해서 어느 정도 갈증을 해결하는 측면이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경희대병원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병원을 가기 어려워진 환자들이 온라인 건강강좌로 많이 넘어왔다. 그동안 웬만한 건강강의는 동시접속자 수가 100명을 넘기 어려웠는데 지난달 치매 관련 강의에서는 동시접속자 수가 800명을 넘었다”며 “치매라는 질병이 보호자가 필요하고 실버세대가 주로 관심 갖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온라인 건강강좌의 주소비층에 대해 이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각 병원의 인기시리즈는 이를 반영한다. 세브란스병원의 인기 동영상은 ‘몸이 말하는 네 가지 췌장암 신호’(623만회), ‘몸이 보내는 폐암 신호 네 가지’(305만회), ‘몸이 보내는 치매 신호 다섯 가지’(299만회), ‘몸이 보내는 자궁경부암신호 세 가지’(234만회), ‘몸이 보내는 대장암 신호 세 가지’(208만회) 등이다. 서울아산병원의 경우 ‘내 몸 둘러보기’ 시리즈가 상위권을 휩쓸고 있다. 위, 전립선, 대장, 간, 자궁 등 신체 각 기관의 특징과 기능, 중요성, 질병 위험인자 등을 마치 다큐멘터리처럼 조곤조곤 설명해주는 영상이다. 
◆교수님은 촬영 중

유튜브가 익숙한 젊은층과 달리 진료실과 연구실에만 있던 교수님들이 ‘촬영장’으로 나오는 것이 처음부터 쉬운 것을 아니었다. 

“보통 기본 세번 권해야 해요. ‘나는 빼줘라’, ‘다음에 하겠다’를 거쳐 세번째에 허락하신다. 빡빡한 수술 일정가 밀려드는 외래환자 등 너무 바쁘다보니 거절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교수님. 환자들이 계속 같은 질문을 하죠? 이걸 딱 정리해서 알려주면 질문이 많이 줄어들지 않을까요. 저희가 나중에는 진료실 앞에 QR코드 만들어서 진료전에 동영상 미리 보고 들어갈 수 있게 해드릴게요’라고 설득해요.”

연세의료원 미디어홍보센터 이창훈 영상파트장은 ‘교수님 설득의 기술’을 이렇게 설명했다. 시청자의 관점이 가장 잘 반영돼야 한다는 것이다. 일반인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어려운 의학용어를 풀어서 이야기해 달라고 한다.

한번의 경험 후에는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 “다음번에는 두통 관련으로 하면 좋겠다”고  아이디어를 먼저 내기도 한다는 것이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도 “처음에 대부분 쭈뼛쭈뼛 오시면서 ‘요즘은 이런거 해야한다며?’라고 들어오시다가 나중에는 ‘필터 알지?’라고 농담도 던지신다”고 말했다. 참고로, 필터는 없다. 환자들은 ‘샤방샤방’한 의사보다 조금 헝클어져도 지적이고 신뢰감 가는 의사를 선호하기 때문에. 

병원 관계자는 “사실 영상 제작을 하다보면 하나의 질병을 놓고도 교수가 하고 싶은 말과 환자가 듣고 말이 이렇게나 다르구나라는 것을 알게 된다”며 “의사들이 이런 과정을 통해서 ‘현실 감각’이 늘어나는 긍정적인 작용도 있다”고 귀띔했다.

정진수 기자 je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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