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는 정보·원하는 시간·원하는 의사' 모두 충족시켜 [뉴스 인사이드 - 코로나 시대 '언택트 건강강좌' 인기]
개원의 위주 시장에 대형병원들도 가세
유튜브 영상, 생활습관서 질병까지 다양
의학기자 출신 홍혜걸 채널 78만명 구독
세브란스·아산병원 구독자 2년새 5배 ↑
세브란스 췌장암 영상 조회 637만회 '대박'
서울대병원은 병원장이 직접 제작 독려
환자들 '1분 진료' 갈증 일정부분 해소 효과
경희대병원 치매강좌 동시접속 타강좌 8배
교수님들 촬영장 모시려 '삼고초려' 예사
‘코로나19 시대’에 ‘언택트’ 건강강좌의 인기가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유행 이전에도 온라인 건강 채널은 많았지만, 감염 우려로 각 병원에서 개최되던 건강강좌가 사라지자 온라인의 비중이 급속도로 늘어난 모양새다. 초기 온라인 시장은 규모가 작은 프랜차이즈 병원과 개원의 등 위주로 형성됐지만 지금은 소위 ‘빅5’ 등 대형병원도 뛰어들고 있다.
◆다양한 건강정보에 관심 ‘쑥’
대형병원 건강정보 제공 전통의 강자는 서울아산병원. 유튜브 개설 초반부터 차곡차곡 건강정보와 병원 이야기, 희망적인 환자 스토리 등 콘텐츠를 쌓아나갔다. 건강정보 역시 가장 전통적인 정보 전달 방식을 고수한다. 반면 세브란스병원은 ‘라이징 스타’다. 2010년 채널을 개설할 때만 해도 ‘연세암센터 협약식’ ‘연세의료원 미니MBA 입학식’ ‘의료 선교의 달 선포식’ ‘세브란스 찬양경연대회’ 등 사실상 내부 보고용인 행사 동영상을 올리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대학병원 중 가장 많은 구독자 수를 보유하고 있다. 1000명도 안 되는 콘텐츠에 고민하던 중 지난 2018년 당시 사람들이 관심이 높았던 ‘췌장암’ 관련 동영상이 유튜브 알고리즘으로 추천 동영상에 떠 ‘대박’을 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이 췌장암 동영상 조회수는 현재 620만회가 넘었다. 이후 세브란스는 ‘꿀Tip’ ‘몸이 보내는 OOO 신호 O가지’, ○ 이 잘걸리는 사람 유형’ 등 마케팅에 최적화된 형식의 동영상으로 구독자수를 끌어들였다.
서울대병원의 경우 병원장이 나서서 건강정보 제공을 독려했다. 김연수 병원장이 “앉아서 정보제공하는데 한계가 있다”며 전문가 그룹의 강점을 살려 콘텐츠를 제작할 것을 주문했다는 것이다. 병원장이 직접 나서다보니 교수 섭외과 비교적 쉬운 편. 서울대병원은 ‘모범생’처럼 매일 하나씩 꾸준히 동영상을 올리고 있다.
한 대형병원 관계자는 온라인 구독자 증가에 대해 “환자들은 사소한 얘기라도 교수에게 직접 듣고 확인하고 싶어한다”며 “‘1분 진료’가 보편화된 한국에서는 늘 이런 목마름이 있는데 동영상 강의를 통해서 어느 정도 갈증을 해결하는 측면이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경희대병원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병원을 가기 어려워진 환자들이 온라인 건강강좌로 많이 넘어왔다. 그동안 웬만한 건강강의는 동시접속자 수가 100명을 넘기 어려웠는데 지난달 치매 관련 강의에서는 동시접속자 수가 800명을 넘었다”며 “치매라는 질병이 보호자가 필요하고 실버세대가 주로 관심 갖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온라인 건강강좌의 주소비층에 대해 이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튜브가 익숙한 젊은층과 달리 진료실과 연구실에만 있던 교수님들이 ‘촬영장’으로 나오는 것이 처음부터 쉬운 것을 아니었다.
“보통 기본 세번 권해야 해요. ‘나는 빼줘라’, ‘다음에 하겠다’를 거쳐 세번째에 허락하신다. 빡빡한 수술 일정가 밀려드는 외래환자 등 너무 바쁘다보니 거절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교수님. 환자들이 계속 같은 질문을 하죠? 이걸 딱 정리해서 알려주면 질문이 많이 줄어들지 않을까요. 저희가 나중에는 진료실 앞에 QR코드 만들어서 진료전에 동영상 미리 보고 들어갈 수 있게 해드릴게요’라고 설득해요.”
연세의료원 미디어홍보센터 이창훈 영상파트장은 ‘교수님 설득의 기술’을 이렇게 설명했다. 시청자의 관점이 가장 잘 반영돼야 한다는 것이다. 일반인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어려운 의학용어를 풀어서 이야기해 달라고 한다.
한번의 경험 후에는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 “다음번에는 두통 관련으로 하면 좋겠다”고 아이디어를 먼저 내기도 한다는 것이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도 “처음에 대부분 쭈뼛쭈뼛 오시면서 ‘요즘은 이런거 해야한다며?’라고 들어오시다가 나중에는 ‘필터 알지?’라고 농담도 던지신다”고 말했다. 참고로, 필터는 없다. 환자들은 ‘샤방샤방’한 의사보다 조금 헝클어져도 지적이고 신뢰감 가는 의사를 선호하기 때문에.
병원 관계자는 “사실 영상 제작을 하다보면 하나의 질병을 놓고도 교수가 하고 싶은 말과 환자가 듣고 말이 이렇게나 다르구나라는 것을 알게 된다”며 “의사들이 이런 과정을 통해서 ‘현실 감각’이 늘어나는 긍정적인 작용도 있다”고 귀띔했다.
정진수 기자 je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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